[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때로는 가볍지만 때로는 묵직하게 일상생활에서 한 번쯤은 생각해 봐야 할 사회적인 문제들을 건든다. 담담하기에 여운이 더 길게 남는 영화 '브로커'다.

8일 개봉하는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제작 영화사 집)는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그린 영화로, '아무도 모른다' '공기인형'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등을 연출한 세계적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이다.

극 중 상현(송강호)과 동수(강동원)는 교회 베이비 박스에 들어오는 아이들을 중간에서 빼돌려 인신매매하는 말 그대로 브로커다. 다만 우리가 그간 뉴스와 영화 등에서 접하던 브로커와는 사뭇 다르다. 빈틈이 넘치고 정이 넘친다. 돈을 벌려는 궁리는 하고 있지만 아이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부모로 적절치 않다고 판단되면 발길을 돌릴 정도로 인간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소영(이지은) 역시 자신의 아이를 납치한 상현과 동수가 처음엔 탐탁지 않지만 점차 이들이 보여주는 진심에 스며들어 간다. 그렇게 상현, 동수, 소영은 힘을 모아 갓난아이 우성의 새 부모 찾기에 나선다.


영화는 129분의 러닝타임 내내 따스하고 담담하다. 분명 모성애 등 감정적이게 될 수밖에 없는 주제를 담고 있음에도 배우들의 연기가 격양되거나 과잉되는 순간이 없다. 엔딩으로 달려가는 와중에도 마찬가지다. 이별의 순간이 가까워지지만 주인공들은 슬픔에 젖기보단 냉정히 다가오는 미래를 마주할 뿐이다.

그렇기에 이들이 가진, 또 겪게 되는 가슴 아픈 사연들은 더 관객들의 마음을 울컥하게 한다. 마치 현실에 상처받고 지칠 때도 지친 주인공들이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과 만나 서로를 위로하고 치유한 뒤, '이들 덕분에 행복했다'라며 겸허히 현실을 받아들이는 듯하다.


담담한 분위기가 주는 또 다른 장점은 '브로커'가 담고 있는 메시지를 더 뚜렷하게 보이게 한다는 것이다. '브로커'는 모두가 알았지만 외면하고 있던 여러 문제들을 수면 위로 꺼내 조명한다. 낙태, 인신매매, 불법 입양과 성매매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주제들을 숨김없이 꺼내어 관객들이 위 주제를 한번 돌아보고 고민해 보게 한다.

갖고 있는 메시지는 묵직하고 배우들의 연기는 더할 나위 없다. 특히 칸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송강호의 연기가 인상 깊다. 눈빛과 감정 연기만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브로커들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강동원, 이지은과 만들어내는 케미도 훌륭하다. 영화관에 활기가 돌아온 지금, 가족들끼리 다 함께 즐길 영화를 찾고 있다면 '브로커'를 추천한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브로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