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막바지 촬영이 한창이던 KBS 새 드라마 '미남당'이 논란에 휩싸였다. 일부 스태프들이 근로기준법을 지켜달라고 요구했다가 해고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미남당'의 불법 촬영 중단 및 방영 중단을 요구한 것. 제작사 측은 뒤늦게 "52시간 근로기준법을 준수했다"라고 반박에 나섰다.

7일 오전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 지부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본관 앞에서 '미남당' 스태프 부당 해고 논란 관련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방송스태프 지부 측은 "'미남당' 드라마 촬영에 참여했던 현장스태프 10여명이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계약거부 방식으로 대량해고 당했다. KBS의 자회사인 몬스터유니온과 피플스토리컴퍼니 제작사는 스태프들에게 '드라마 스태프는 노동자가 아니기에 근로기준법을 지킬 필요가 없다'라는 발언까지 일삼았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미남당' 스태프들이 식사 시간, 휴게시간을 보장하고 근로기준법을 준수하여 하루 8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시간 연장을 1주 12시간 이내로 제한하라는 요구를 했으나, 노사 협의를 요구한 지 하루 만에 예정된 촬영 일정이 취소되고 해고 통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해고 당사자인 한 스태프는 이나 기자회견에서 "'미남당'은 스태프들을 착취하며 촬영된 드라마다. 촬영 현장은 기본이 지켜지지 않는 곳이었다. 제작사는 휴게시간, 식사시간도 제대로 보장하지 않고, 근로기준법도 위반하며 촬영을 이어왔다"라고 말했다. 업무시간 종료 후 8시간 휴식을 보장한다는 조항이 있었으나, 정작 촬영 종료 후 장비를 정리하고 집으로 이동하는 시간이 포함돼 있지 않아 3~4시간의 휴식 밖에 취할 수 없었으며 이러한 촬영이 일주일에 4일 동안 있었다는 주장이다.

이 스태프는 "집과 촬영장의 거리가 먼 경우, 계약서 상의 휴게시간 8시간 보장을 위해 촬영장 근처에서 숙박을 요구하기도 했으나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함 "30분이라도 더 자고 싶은 마음에 지원되지 않는 숙박비용을 스태프들이 직접 지불하면서까지 촬영 현장 근처에 숙소를 잡은 경우도 여러 번이다"라고 호소했다. 식사 시간 또한 규칙적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추가 촬영 일정 한 달 반 가량 잡혔던 것. 이 스태프는 "안전한 환경에서 최소한의 인간 다운 생활을 하게 해달라는 요구를 했었다"라며 노사 협의를 주장했던 이유를 밝혔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이날 오후 제작사 측도 입장을 밝혔다. 제작사는 공식입장을 내고 부당 해고 및 노동 시간 초과 등의 사안을 부인했다. "스태프들과 합의 하에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했고, 계약서의 내용대로 주 52시간을 준수하며 촬영을 진행했다"라며 "계약서 내용에 따른 지금까지 제작 기간 23주 동안의 평균 촬영 시간은 주당 약 39시간이었고, 가장 적게 촬영한 주의 촬영 시간은 약 25시간이었다"라고 주장했다. 스태프들의 주장과는 총 근무 시간이 판이하게 다르다.

제작사 측은 "계약 당시에는 5월 말 촬영 종료 예정이라 계약기간을 5월 말로 정했으나, 코로나 이슈 등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한 달 가량 촬영 기간을 연장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기존 계약서에 명시된 계약기간 연장에 대한 합의 조항에 따라 스태프들과 협의를 진행했다"라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스태프는 기존 계약 내용과 동일 조건으로 합의를 했지만, 일부 스태프들이 새로운 조건을 요구하며 재계약에 동의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계약 종료가 됐을 뿐이지 일방적인 '계약 해지'는 없었다는 주장이다.

제작사 측은 "현재 대부분의 스태프들이 주 52시간 촬영 시간을 준수하며 열심히 촬영에 임하고 있지만, 일부의 주장으로 인해 많은 고충을 겪고 있다. 제작진은 작품에 애정을 갖고 맡은 바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하루 속히 해당 문제를 마무리 짓고 시청자분들께 좋은 작품으로 찾아뵙기를 희망한다"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스태프 측은 "불법 촬영으로 제작된 '미남당'의 방영을 중단하라"는 강수를 뒀다. 또한 모회사인 KBS에게도 책임을 물었다.

KBS2에서 방영될 예정인 '미남당'은 전직 프로파일러이자 현직 박수무당의 좌충우돌 미스터리 코믹 수사극이다. 배우 서인국 오연서 곽시양 강미나 등이 출연한다. 독특한 소재와 배우들의 면면으로 방영 시작 전부터 화제를 모았지만, 방영이 시작하기도 전에 구설에 오르게 됐다. 스태프들의 불법 촬영 관련 주장이 모두 사실이라면, 제작사 뿐만 아니라 원청인 KBS의 명확한 해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희망연대 노조,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