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도청을 통한 주식 투자라는 불법적인 일을 행하고 있는 만큼 시청자들을 설득하는 게 최우선시돼야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도박 중독부터 층간 소음 유발까지, 여주인공의 비호감적인 면모로 '클리닝 업'은 벌써부터 대중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최근 첫 방송된 JTBC 새 토일드라마 '클리닝 업'(극본 최경미·연출 윤성식)은 우연히 듣게 된 내부자거래 정보로 주식 전쟁에 뛰어든 증권사 미화원 언니들의 예측불허 인생 상한가 도전기. 지난 주말 공개된 1회와 2회에서는 어용미(염정아)와 안인경(전소민)이 첫 수익을 올리는 모습이 그려졌다.

방송 전만 해도 '클리닝 업'을 향한 기대감은 상당했다. '화랑' '각시탈'의 윤성식 감독과 '리턴'의 최경미 작가가 의기투합한 작품인 것은 물론, 염정아의 'SKY 캐슬' 이후 3년 만의 브라운관 복귀작이었기 때문. 최근 '쇼윈도: 여왕의 집'을 통해 준수한 연기력을 보여준 전소민이 함께한다는 점 역시 기대감을 높였다.

더욱이 '클리닝 업'은 전작의 도움도 톡톡히 받을 수 있던 상황이었다. 전작인 '나의 해방일지'는 2.9%(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의 저조한 시청률로 시작했으나, 점차 박해영 작가만의 현실감 넘치는 글귀가 시청자들을 사로잡으며 6.7%의 자체 최고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이에 시청자들은 또 다른 웰메이드 작품이 '나의 해방일지'가 일으킨 열풍을 이어갈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클리닝 업'을 향한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시청률은 1회 2.7%, 2회 2.5%로 저조하고 '네이버TALK'의 댓글 수는 비슷한 시기 첫 방송을 시작한 경쟁작 '왜 오수재인가'(2만2천), '닥터로이어'(1만2천)보다 현저히 낮은 3810개를 기록 중이다. 클립에 남겨진 댓글의 수도 10개가 넘는 걸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드라마를 향한 관심이 낮다는 것에 대한 반증이다.

그렇다면 '클리닝 업'이 시청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도저히 응원할 수가 없는 여주인공 어용미다. 두 딸을 홀로 책임지고 있는 싱글맘 용미는 어느 날 내부자거래 정보를 듣고 인생 한 방을 노리는 인물. 일확천금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도청, 불법 주식 투자 등 법에 어긋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여기까진 이해할 만하다. '두 딸을 위해서'라는 명목하에 어떤 일도 서슴지 않는 용미의 입장도 어느 정도 받아들여진다.


다만 용미가 어쩌다 빚이 있는 싱글맘이 됐냐를 돌아보면 물음표가 그어진다. 일단 용미의 빚은 그의 도박으로 인해 생긴 것이다. 전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곤 하지만 도박 빚 역시 이혼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친 게 사실이기에 용미가 '싱글맘'이라는 이유로 응원하긴 망설여진다.

용미가 불법 주식에 사용할 시드머니를 확보하는 과정도 탐탁지 않다. 용미는 잘 사는 오빠 용구(윤진호)를 찾아가 "네가 일본 유학 가는 바람에 내가 대학을 못 갔다"라고 고집을 부리며 돈을 내놓으라 한다. 그러나 이미 용미는 몇 번이고 돈을 빌려 가 도박에 탕진한 상태였고, 이에 용구가 돈을 빌려주지 않자 그의 차에 흠집을 내고 사이드미러를 부수기까지 한다. 돈이 없던 용미는 이후 인경을 찾아가 불법 도박에 끌어들이지만, 돈의 주인인 인경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자기 멋대로 주식 100주를 사버리는 이기적인 면모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 밖에도 층간 소음을 일부러 일으키거나 과자를 슈퍼 바닥에 뿌리는 용미의 모습은 더 이상 용미를 응원할 수 없게 만들었다.

불법적인 일을 행하고 있는 만큼 용미라는 인물에 설득력을 부여하는 게 가장 중요했을 터인데, '클리닝 업'은 이에 처참히 실패하고 말았다. 이 때문일까. 각종 커뮤니티 댓글 창에는 '역대급 민폐 캐릭터'라는 글이 즐비하고 있다. 과연 '클리닝 업'도 '나의 해방일지'가 그랬던 것처럼 추후 입소문을 타 역주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JTBC '클리닝 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