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그저 같이 산다고, 피가 섞였다고 가족일까. 영화 '룸 쉐어링'은 '진짜 가족'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 보게 만드는 영화다.

22일 개봉하는 '룸 쉐어링'(감독 이순성·제작 TS나린시네마)은 새벽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알바 스케줄로 꽉 찬 흙수저 대학생 지웅(최우성)이 룸 쉐어링을 신청했다가 금분(나문희)과 함께 살며 겪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지웅은 높은 확률을 뚫고 겨우 룸 쉐어링 명단에 들지만 금분의 집에 들어서자마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방 이곳저곳이 다양한 색상의 테이프로 꽉 채워져 있었기 때문. 금분이 미리 각자의 공간을 나눠놓은 것이었다. 심지어 냉장고와 서랍장까지 온통 테이프 투성이다. 금분의 까탈스러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금분은 "낯선 사람과 살을 맞대기 싫다"라며 화장실에서 대변은 보지 말아 달라는 무리한 요청까지 해 지웅을 당황스럽게 만든다.

남들 같았으면 당장에 이 집을 뛰쳐나왔겠지만 한 푼이 아쉬운 지웅은 이 모든 조건을 안고 살아가기로 한다. 고시원과 월세는 같지만 방 크기는 두 배, 창문까지 달린 방을 포기할 수 없어서다. "그런 곳에서 어떻게 사냐"는 친구의 말에도 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 금분과의 동거를 이어간다.

하지만 쉽지만은 않다. 파란색, 빨간색 테이프로 서로의 구역이 나뉜 것처럼 지웅과 금분의 성격도 완전히 반대되는 탓에 두 사람은 매번 부딪히고 갈등을 겪는다. 지웅은 사소한 것 하나까지 개인주의인 금분이 이해되지 않고, 금분의 입장에선 남의 부탁을 거절 못 하는 착하지만 미련한 속내를 갖고 있는 지웅이 이해가 안 될 뿐이다.


다만 시간이 지나며 이 경계는 점차 희미해지기 시작한다. 이순성 감독이 기자회견에서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시작해 치유의 색인 보라색으로 끝이 나는 영화"라 말했던 것처럼 이들은 서로 부딪히며 적절한 선을 찾아간다. 처음엔 네모처럼 각졌던 마음도 점차 둥글둥글하게 변화해 간다. 서로의 성격에 긍정적인 변화를 주기도 한다. 하루하루를 악착같이 살아오던 금분은 소풍에 나설 정도로 여유를 즐길 줄 알게 되고, 지웅은 "지는 것도 버릇"이라는 금분의 말을 귀담아듣곤 할 말은 할 줄 아는 어른이 된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 가족의 빈자리를 채워주며 '진짜 가족'이 되어간다.

이렇듯 영화는 93분의 러닝타임 내내 '진짜 가족'이 무엇인지, 가족에게 필요한 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며 생각하게 만든다. 보육원 출신의 아이들이 겪는 어려움 가득한 현실을 비롯해 고독사 등 사회적 문제들을 조명하기도 한다. 이 가운데 나문희와 최우성의 연기는 작품을 더 빛나게 만든다. 나문희는 오랜 경력답게 묵직한 연기로 스크린을 가득 채우고, 최우성은 첫 스크린 데뷔작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탄탄한 연기력으로 대선배와 호흡한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케미도 좋다. 대사뿐 아니라 이들의 내뿜는 유쾌한 에너지는 작품을 보는 내내 옅은 미소가 지어지게 만든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룸 쉐어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