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단순히 오랜 친구와 함께 했다는 의미만 있는 작품이 아니다. 배우 정우성이 겉으로 보여지는 의미에만 함몰되지 않으려 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그 의미로만 남지 않게, 의미는 잠시 벗어두고 최선의 노력을 쏟아 부어 '헌트'를 완성한 정우성이다.

지난 10일 개봉된 영화 '헌트'(감독 이정재·제작 아티스트스튜디오)는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는 안기부 요원 박평호(이정재)와 김정도(정우성)가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이라는 거대한 사건과 직면하며 펼쳐지는 첩보 액션 드라마로, 정우성은 극 중 안기부 차장 김정도를 연기했다.

이번 영화는 배우 이정재의 연출 데뷔작이자 이정재와 정우성이 영화 '태양은 없다'로 23년 만에 연기 호흡을 맞춰 제작 단계부터 화제가 됐다. 연예계 소문난 절친의 연출 데뷔작인 만큼 정우성의 '헌트' 출연 과정이 수월했을 것이라 모두들 예상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이정재 감독이 4번의 제안 끝에 어렵사리 정우성을 캐스팅할 수 있었단다.

정우성이 출연을 고심한 이유는 배우로서 '헌트'를 대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작품을 선택한 기준과 똑같이 적용했고, 그 기준에 안 맞았기 때문에 거절했다. 이정재 감독을 응원하는 것과 출연은 별개였다. 4번째 제안과 함께 수차례 수정된 시나리오를 받아 든 정우성은 '헌트'의 출연 제의를 어렵게 수락했다.

출연을 수락한 뒤 정우성에게 찾아온 건 일종의 사명감이었다. 정우성은 "우리끼리 즐기는 작품으로 끝나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세상에 나왔을 때 '자기네들끼리 놀았네'라는 가벼운 치부를 받아서는 안 된다라는 마음으로 서로 사명의식을 갖고 긴장을 놓치지 않으려 했다"라고 말했다.

박평호와 김정도, 2명의 주인공이 이끌어가는 이야기인 만큼 이정재와 정우성의 연기 합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정우성은 이에 대해 "두 캐릭터가 만들어내는 온도가 중요했다. 그 역할을 정우성과 이정재가 하고 있기 때문에 외적인 평가가 있을 거다"라면서 "이걸 극복해야 하는 도전이었기 때문에 제 연기만을 바라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에 정우성은 더욱 치열하게 김정도라는 인물을 표현하는데 집중했다. 김정도에 대해 정당치 않은 폭력을 목격하고 지금까지의 신념을 버리고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인물이라고 정우성은 생각했다. 그는 "군인으로서 정당치 못한 폭력을 입은 사람들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그 피해를 되돌릴 수는 없지만 그 피해가 확산되지 않고 억울한 죽음으로 끝나서는 안된다는 신념으로 가진 인물이었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정우성은 현장에서 이정재 감독과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려 했다고 했다. 아무리 친구라도 현장에서는 배우와 감독이었기 때문에 이에 맞는 거리감으로 있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우성은 이에 대해 "본인이 짊어진 고독의 짐을 내려놓지 않고 해내는 모습. 옆에서 지켜보는 게. 살짝 기댈 수 있는 거리감으로 있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면서 "현장에서 감독 이정재로서의 그 민의 속도와 표현하고자 하는 밀도 이런 것들은 백 퍼센트 내가 이해할 수는 없는 거 아니냐. 이정재 감독이 생각한 걸 다 할 수 있게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게 저의 임무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는 연기와 연출을 병행해야 했던 이정재의 고충은 누구보다 잘 이해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개봉을 앞둔 영화 '보호자'로 연출과 연기를 동시에 수행했던 경험이 있던 정우성에게 이정재 감독이 현장에서 겪어야 했던 부침은 남일이 아니었다. 정우성은 이에 대해 "축구로 따지면 내가 슛을 쏘고 골키퍼 역할까지 해야 하는 거 아니냐. 그렇기 때문에 정신적 피로도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 같다"라고 했다.

이어 정우성은 "내 출연 분량이 있는 날과 없는 날이 너무 다르다. 몸의 무게가 다르다. 표정도 다르다. 그 난이도가 상당하다. 정말 다르다. 어깨 위에 커다란 바위 하나가 없어지는 느낌이다. 그때는 깃털 같다"라고 덧붙였다.

'헌트'는 이정재뿐만 아니라 정우성에게도 의미가 큰 작품이다. 그러나 촬영에 임할 때만큼은 그 의미를 벗어던지고 최선을 다했다고 정우성은 반추했다. 정우성은 "의미가 큰 영화이지 않냐. 그 의미를 벗어던지고 얼마나 최선을 다했느냐가 관건이다. 영화에 그 최선이 잘 담기지 않았나 만족은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우성은 "우리끼리만 즐기는 영화가 아니라 영화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가 얼마나 진지했고, 얼마나 치열하게 노력했는지 그 노력이 담긴 느낌이었다. 거기에 대한 만족도가 있었다"라고 완성된 영화에 대한 감상을 전했다.

"영화인으로서 두 사람 다 영화 일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감사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큰 것 같아요. 어떤 것에 머무르려고 하지도 않았고 주어진 것에 안주하려고 하지도 않았어요. 도전하는 서로의 모습을 보면서 서로 의지하고 그랬던 부분도 있었던 것 같아요. 이정재 감독과 서로 의식하거나 의도하지는 않았는데 같이 한 시간을 돌아보면 서로에게 긍정적 자극을 주고받은 동료이고 벗이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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