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배우 양조위가 왕가위 감독과의 협업에 대해 회상했다.

7일 오후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한 배우 양조위의 '양조위의 화양연화' 오픈 토크 및 핸드프린팅 행사가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 전당 GIFFXGENESIS 야외무대에서 진행됐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진행을 맡아 양조위와 대담을 나눴다.

이날 양조위는 그간 호흡을 맞춰온 여러 거장 감독들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워왔다고 말했다. 특히 '무간도' 등을 연출한 왕가위 감독에 대해서는 "내 연기 생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분이신 것 같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양조위는 정해진 것이 없는 왕가위의 독특한 촬영 방식에 대해 "또 다른 창작 방법 같다. 이전에 다른 감독님과 일했을 때는 이런 창작법을 해 본 적이 없었다. 대본도 아예 거의 없는 상황이고 캐릭터에 대한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촬영에 들어갔다. 언제까지 촬영할지도 모르고 어떻게 보면 재밌는 방식이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양조위는 "우리의 일상 생활도 그렇다. 당장 내가 며칠 뒤에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 아닌가. 매일 대본을 받아서 연기하는데, 하루하루 받은 대본을 제대로 대하고 연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연기하게 된다. 우리 생활도 그렇다. 하루하루 제대로 살다 보면 살아지는 느낌이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왕가위 감독에 대해 "사실은 욕심이 많은 편인 것 같다. 같은 장면을 여름에 3일 찍고 가을에도 3일 찍고, 그런 식의 욕심이 많다. 그래서 가끔 힘들다. 감독님도 그 신을 여름으로 설정할지 가을로 설정할지 몰라서 그런 거 같다"라고 말해 현장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양조위는 "그래도 대체로 재밌었다. 연기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게 3일이든 2년이든 행복하니까"라고 이야기했다.

가장 어려운 작품에 대해 묻는 질문에는 '동사서독'을 꼽았다. 양조위 "20여년 전에 촬영한 작품인데, 촬영 현장 자체가 먼 사막이었다. 사막에 길이 딱 하나 있고 호텔도 없고 나무로 대충 지은 민박집 밖에 없었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청소를 하고 소독을 해야했다. 촬영을 하면서 그렇게 힘들었던 것은 처음이었다"라고 열악했던 환경을 회상했다.

이어 양조위는 "왕가위의 촬영 방식은 당일 돼서야 내 촬영분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 수 있었다. 마냥 기다려야 하니 조금은 힘들었고 20년 전이니 스마트폰도 인터넷도 없었다. 숙소 로비에 가서 집에 전화 걸고 싶다고 하면 직원이 대신 걸어주는 옛날 방식으로 생활해야 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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