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아바드림' '아바타싱어' 등 가상 캐릭터를 소재로 한 메타버스 음악쇼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부정적인 분위기만 감돌고 있는 가운데, 카카오엔터가 용기 있게 도전장을 내밀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방송계가 처음 메타버스, 아바타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분명했다. 돈이 되기 때문. 아직 아무도 진출하지 않은 블루오션 시장일 뿐만 아니라, 타 사업과의 콜라보도 용이하고 최근 들어 시장 가치가 폭등한 NFT 사업과의 연계도 자연스럽다. 그렇기에 방송가 입장에선 이 시장을 공략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대중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이미 광고계에서는 한유아·이안·새나 등 다양한 버추얼 휴먼들이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고, 가요계에선 버추얼 그룹 '이세계 아이돌(이세돌)'이 큰 히트를 쳤던 상태. 현재 '이세돌'의 첫 싱글 '리와인드' 뮤직비디오의 조회수는 유튜브에서 1000만뷰를 달성했을 정도다. 두 번째 싱글 '겨울봄' 역시 500만 뷰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메타버스라는 개념이 대중에게 조금씩 익숙해지던 와중이기에 방송계가 준비한 두 프로젝트 역시 대성공을 거둘 줄로만 알았다.

아바타싱어

하지만 예측은 완벽히 빗나갔다. 현재 방송 중인 두 버추얼 음악쇼 MBN '아바타싱어'와 TV조선 '아바드림'은 화제성과 시청률 둘 다 잡지 못하며 고전 중에 있다. 먼저 방송을 시작한 '아바타싱어'는 첫 회(1.4%,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를 제외하곤 모든 회차가 0%대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회당 10억 원의 제작비를 의심하게 만드는 허접한 퀄리티, '복면가왕'과 비슷한 포맷 등의 이유로 시청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는 것.

두 달 뒤 방송된 '아바드림'의 경우 고(故) 김성재와 송해, 김자옥 등 고인이 된 스타들을 아바타로 재현해 낸다는 의미 있는 기획을 내세우긴 했지만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진 못하고 있는 중이다. 1회와 2회가 1.9%를 보여준 데 이어, 3회는 1.2%까지 추락하며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아바드림' 역시 떨어지는 퀄리티, 부족한 증강현실 기술 이해도 등을 지적받았다.

아바드림

메타버스 음악쇼의 부진이 계속되던 가운데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최근 버추얼 아이돌을 소재로 한 예능을 선보인다고 알렸다. '소녀 리버스(RE:VERSE)'는 현실 K팝 걸그룹 멤버 30명이 가상의 세계 'W'에서 아이돌 데뷔 기회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을 펼치는 서바이벌 예능. 참가자들은 본인들의 정체를 숨긴 채 가상의 캐릭터로 변신, 춤과 노래 실력은 물론, 스타로서의 끼와 매력을 선보이며 데뷔 멤버가 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눈에 띄는 차별점이 있다면 '아바드림' '아바타싱어'와 달리 방청객도 버추얼 형태로 참석한다는 점. 증강현실(AR) 개념을 이용했던 기존 프로그램들과는 다른 방식이다. 기존 '아바드림' '아바타싱어'의 경우 3D 모델을 실시간으로 무대 위에 올리는 식으로 녹화를 진행했다. 하지만 여기엔 크나큰 단점이 있다. 살아 숨 쉬는 아티스트가 직접 무대 위로 오르는 게 아닌 AR 형태로 등장하기에 묘한 괴리감이 형성되는 것. 관객의 시선은 무대가 아닌 모니터에 고정돼 있고, 지연 속도로 인해 아티스트와의 감정 교류도 어렵다 보니 음악쇼 특유의 매력을 느끼기 힘들다.

'소녀 리버스'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버추얼 관객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물론 이 방법도 명쾌한 해결법은 아니다. 직접 현장에 가 있는 게 아니다 보니 현장감을 오롯이 느끼긴 힘들기 때문. 다만 관객들이 마음대로 자리를 옮길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만 가까이 볼 수 있다는 점 등 큰 장점들도 존재한다. 또 관객수 제한도 없다. 서버만 허락된다면 전 세계 수십만 관객들을 무대에 초대할 수 있으며, 추후 데뷔한 가상 걸그룹과 함께 공간 제약이 없는 버추얼 콘서트를 열 수도 있다.

아직 해결해야 할 숙제는 많지만 메타버스는 여전히 매력적인 아이템임은 분명하다. 앞서 시장에 먼저 진출한 두 개의 프로그램은 아직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한 가운데, 다른 노선을 택한 '소녀 리버스'는 어떤 결과를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소녀 리버스', MBN '아바타 싱어', TV조선 '아바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