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째깍째깍 소리를 내며 줄어드는 카운트 다운, 주변인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폭탄을 해체하기 위해 뛰어다니는 주인공의 모습까지. 사운드 테러 액션 장르의 매력을 제대로 살린 영화 '데시벨'이다.

16일 개봉하는 '데시벨'(감독 황인호·제작 이스트드림시노펙스)은 소음이 커지는 순간 폭발하는 특수 폭탄으로 도심을 점거하려는 폭탄 설계자(이종석)와 그의 타깃이 된 전직 해군 부함장(김래원)이 벌이는 사운드 테러 액션 영화.

잠수함과 테러를 소재로 한 영화들은 이미 다수 있었다. 극 초반 주인공이 협박으로 인해 주변 사람들에게 테러의 위협을 미리 얘기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일단 '발신제한'이나 '더 테러 라이브'가 떠오르고, 잠수함을 중심으로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부분에선 '울프콜'과 '헌터킬러'가 연상된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데시벨'은 본인만의 매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기 시작한다. 특히 인상적인 건 소리의 활용이다. 폭탄의 카운트다운, 요동치는 엔진음, 폭탄 해제 장치의 스파크 등 소리를 의도적으로 증폭시켜 긴장감을 유발하게 하는 것. 잠수함 신에서도 소리 연출은 돋보인다. 음탐사가 어뢰를 감지하는 순간부터 교란기를 이용해 추적을 피하거나 어뢰를 피해 숨는 장면까지, 잠수함만이 낼 수 있는 정적과 레이더에서 나는 비프음을 적절히 사용하며 텐션을 팽팽하게 끌어간다.

물론 '데시벨'에 등장하는 연출들은 테러 영화의 흔한 클리셰라 볼 수도 있으나, 나쁜 선택처럼 보이진 않는다. 최근 많은 작품들이 차별화된 연출에만 초점을 맞추다 재미를 잃곤 한다. 반면 '데시벨'은 클리셰에서 억지로 벗어나려 노력하기보단 검증되고 안정적인 연출 방식으로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 사운드 테러 장르가 국내에서 흔히 사용되는 소재도 아닌 만큼 꽤 영리한 선택이라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앞선 영화들을 그대로 따라 한 것도 아니다. 축구 경기장, 워터파크, 공영주차장에 주차된 승합 차, 어항 등 폭탄이 설치된 장소를 달리하며 최대한 다채로운 장면을 연출하려 노력했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은 편이다. 특히 주인공 강도영 역의 김래원과 CBC 사회부 기자 오대오 역의 정상훈의 케미가 돋보인다. 김래원은 죄책감이 가득한 도영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면서도 차량 및 와이어 액션을 직접 소화해 몰입감을 높이고, 정상훈은 자칫하면 무겁기만 할 수 있는 분위기 속에서 웃음을 적재적소에 적당히 터트리는 역할을 해내며 액션의 재미를 온전히 느낄 수 있게 한다.

음탐사 전태룡 역을 맡은 차은우의 연기 변신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전태룡은 잠수함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인물로, 과거 이야기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깊은 감정 연기를 요구함에도 차은우는 이를 훌륭하게 소화해 내며 몰입이 흐트러지지 않게 한다. 차은우의 재발견이라 할 수 있을 정도다.

개봉 전까지만 하더라도 마블의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로 인해 힘든 경쟁을 벌이지 않을까 우려됐으나,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가 예상과 달리 저조한 오프닝 성적을 기록하며 '데시벨'도 좋은 흥행 성적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과연 사운드 테러 액션의 매력을 제대로 살린 '데시벨'이 국내 영화들의 부진을 끊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데시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