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화려한 CG와 발전한 3D 기술이 눈을 즐겁게 하지만 192분의 러닝타임이 발목을 잡는다. 더욱이 후반부 전개가 루즈한 탓에 이 단점은 더 크게 느껴진다. 13년 만에 돌아왔지만 1편의 벅찬 감동은 느끼기 힘든 영화 '아바타: 물의 길'이다.

14일 개봉한 '아바타: 물의 길'(감독 제임스 카메론·배급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은 판도라 행성에서 가족을 이룬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와 네이티리(조 샐다나)가 무자비한 위협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긴 여정을 떠나며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2009년 혁신적인 영상 기술력으로 신드롬을 일으키며 월드와이드 역대 흥행 순위 1위라는 기록을 남긴 '아바타'의 후속편이다.

13년 만에 돌아온 속편답게 '아바타: 물의 길'은 도입부부터 압도적인 기술력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더 이상 그래픽이 아닌 실제처럼 보이는 판도라의 세계와 발전한 모션 캡처로 훨씬 자연스러워진 나비족(아바타)들의 표정과 움직임, 여기에 더 풍성해진 음향효과까지 더해지며 순식간에 관객들을 판도라로 초대한다.

3D 기술도 1편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수준까지 높아졌다. 심도 표현이 더 매끄럽고 자연스러워져 이질감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으며 확실하게 힘을 줄 곳은 주고, 뺄 곳은 뺀 덕에 이제서야 제대로 된 3D 영화를 보는 듯한 만족감을 준다. 발전한 완성도로 인해 1편 개봉 당시 문제가 됐던 멀미도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영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관객을 새로운 세계, 판도라의 바다로 인도한다. 여기서부턴 그야말로 발전한 영화 기술력의 정점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물 그래픽은 그래픽 관계자들이 가장 구현해 내기 어려운 효과 중 하나로 꼽힌다. 물방울, 파도 등 변수가 많은 탓에 실제와 같은 물의 움직임을 재현해 내기 까다롭기 때문. 반면 '아바타: 물의 길'의 경우 피사체가 움직이며 만들어내는 파동부터 물의 찰랑거림, 바다 표면에 비치는 햇살을 현실과 흡사하게 구현해 냈다. 특히 인간과 판도라의 부족들이 전쟁을 벌이는 장면은 실제 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며 깊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 했던가. 눈 호강을 제대로 시켜주는 '아바타: 물의 길'이지만, 점차 과하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분명 화려하긴 하나 너무 비슷한 연출들만 이어지는 탓이다. 이미 러닝타임마저 긴데, 없어도 지장이 없을 신들까지 가득 담겨있어 피로도가 쌓이고 넘치는 그래픽 효과들이 벅차게 느껴진다. 내가 영화를 보는 것인지, 기술력을 자랑하는 홍보 영상을 보고 있는지 혼란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심지어 후반부로 갈수록 전개까지 늘어지며 아쉬움은 배가 된다. 제이크 설리-네이티리 부부의 다섯 아이가 모두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였을진 몰라도 이 과정이 너무 길어지다 보니 스토리가 더 나아가지 못하고 정체된다. 앞으로 개봉할 시리즈가 세 편이나 있는 만큼 모두를 품기보단 차라리 1편의 주인공이었던 두 사람과 빌런의 대립을 중점적으로 그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분명 13년 동안 눈에 띄게 발전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1편보다 나은 작품이냐 묻는다면 자신 있게 답하긴 어렵다. 감동도 전편에 비해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전편의 명성에 힘입어 89.1%(13일 밤 기준)라는 압도적 예매율 수치를 보여주고 있는 '아바타: 물의 길'이다. 과연 '아바타'의 13년 만의 후속편이 다시 한번 세계를 홀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아바타: 물의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