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판타지 로맨스 장르에 코미디를 더해 가볍게 풀어낸 것까진 좋았으나, 전개 속도가 빠르다 못해 급하다. 1회 동안 너무 많은 걸 보여준 탓에 앞으로 어떻게 이야기를 진전시켜갈지 걱정이 남는 ‘꼭두의 계절’이다.

27일 첫 방송된 MBC 새 금토드라마 '꼭두의 계절'(극본 강이헌·연출 백수찬)은 99년마다 인간에게 천벌을 내리러 이승에 내려오는 사신(死神) 꼭두(김정현)가 신비한 능력을 가진 왕진의사 한계절(임수향)을 만나 벌이는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

‘꼭두의 계절’은 ‘사랑의 불시착’ ‘철인왕후’ 등에서 존재감 있는 연기를 보여준 김정현과 로맨스 드라마에서 두각을 나타낸 임수향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 작품. 여기에 ’나쁜 형사‘ 강이헌, 허준우 작가를 비롯해 ’앨리스‘ ’냄새를 보는 소녀’의 백수찬 감독, ‘이벤트를 확인하세요’의 김지훈 감독이 의기투합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팬들을 설레게 했다.

첫 방송에 대한 결론만 말하자면 절반의 성공이다. 일단 판타지 로맨스라는 소재 자체는 잘 풀어냈다. 99년마다 같은 운명을 반복해야 하는 사신과 그런 그의 저주를 풀 수 있는 열쇠를 지닌 여인이라는 설정 특성상 자칫 잘못하면 ‘도깨비’와도 비교될 수 있었지만 여기에 코미디를 한 스푼 더하며 전혀 다른 분위기를 완성했다. 두 주인공 사이 운명의 굴레에 집중하기보단 서사를 비교적 가볍게 끌고 가며 캐릭터끼리 만들어내는 케미를 돋보이게 한 것. 특히 옥신(김인권)과 각신(차청화)이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드라마를 보는 내내 지루함이 없게 했다.


다만 빠르다 못해 급해 보이는 전개 속도가 문제가 됐다. 이날 방송에서는 한계절과 도진우(김정현)의 첫 만남을 비롯해 꼭두가 도진우의 몸으로 강림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 과정에서 한계절은 도진우에게 첫눈에 반하고, 사랑에 빠지고, 이용당했다는 사실에 배신감을 느낀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어머니를 살리지 못했다‘는 공통된 아픔에 공감해 그를 용서하고 도와주려 나서기까지 한다. 도진우의 누명을 벗길 증언을 하러 가던 중 그가 전화를 받지 않자 한계절은 도진우의 집으로 향하고, 차 위로 투신한 도진우를 목격한다. 그가 죽었다고 생각되던 순간, 꼭두가 도진우의 몸을 통해 강림해 그를 살려낸다.

이렇게 많은 내용이 약 한 시간의 방송 시간 동안 꽉꽉 담긴 것이다. 심지어 전생을 회상하는 장면도 있다. 아무리 빠르고 짧은 숏폼 콘텐츠가 인기라곤 하지만 신이 급하게 휙휙 넘어가다 보니 배우들의 연기를 볼 틈은 없고 장면 마디마디가 툭툭 끊긴 것처럼 따로 놀아 깊게 몰입하기도 어렵다. 또 과연 이 텐션을 최종회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도 걱정이 남는다. 1회 동안 이미 너무 많은 걸 보여준 탓이다. 기대할 건 두 주인공이 보여줄 티키타카뿐인데, 여기에 의지하기엔 앞으로 갈 길이 너무 많이 남은 상황이다. 차라리 1회 내용을 두 개로 나누고 전생 장면은 꼭두가 어렴풋이 회상하는 연출로 넘겼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전개 속도는 아쉬웠지만 ‘꼭두의 계절’은 4.8%(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의 준수한 시청률로 포문을 여는 데 성공했다. 전작 ‘금혼령, 조선 혼인 금지령’의 최고 시청률보다 높은 수치. 과연 ‘꼭두의 계절’이 인기몰이에 성공해 두 자릿수 시청률 돌파도 성공할 수 있을지 시선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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