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친형 부부의 횡령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방송인 박수홍이 법인카드(법카) 사용 내용을 보며 분노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배성중) 심리로 15일 열린 박수홍의 친형 박모씨와 배우자의 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 혐의 4차 공판기일에사 소속사 법인카드의 수상한 사용 내역이 박수홍의 증언 속에 낱낱이 드러났다.
박씨 부부는 지난 10년간 메디아붐·라엘엔터테인먼트 등 연예기획사 2곳을 운영하면서 62억원에 달하는 박수홍씨의 출연료 등을 횡령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겁찰은 박씨 부부가 박수홍의 소속사 법인카드를 사용해 상품권을 구매하거나 피트니스 센터 등록비, 학원 등록비, 키즈카페, 테마파크 이용료 결제에 사용했다라고 판단하고 있다. 해당 법인은 박수홍씨 개인 수입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이날 법정에 출석해 직접 증언에 나선 박수홍은 백화점 상품권 구매내역에 대해 "(상품권을 샀다는) 백화점을 간 적이 없다" "상품권을 뽑는 방법도 모른다. 존재 유무를 몰랐다"며 황당해했다. 또 친분이 있는 유명 연예인들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며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상품권으로 로비를 할 필요가 없는 32년차 연예인"이라며 "부끄럽지만 2018년도 영향력 연예인 1위였다. 뭣 하러 내가 로비를 하겠나"라며 반문하기도 했다.
태권도 등 학원 등록비에 대해서도 "나는 학원을 가지 않았다"라며 "학원(을 간 건) 피고인들의 자녀(조카)가 아니겠느냐"라고 했다.
이어 "물리적으로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일하느라 학원을 갈 수도 없다"며 증거로 스케줄표(일정)를 냈다고 덧붙였다. 키즈카페, 고급 스포츠센터 회원권, 에스테틱 이용료에 대해서도 "연예인 활동에 필요도 없고 사용할 수도 없다"라고 강조했다.
검사가 거듭 '메디아붐 명의의 법인카드는 누가 갖고 있었느냐'고 묻자, 박수홍은 "피고인들"이라고 답했다.
박수홍은 '처벌을 희망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강력하게 원한다"라고 했다. 그는 "정말 기가 막히고 받아들일 수 없어 절벽의 문턱에 서서 '내가 죽어야 하나'하면서도 사랑하는 가족이라고 생각했다. 괴로움과 지옥 속에서 살았다"고 토로했다.
박수홍은 이날 진술 중간 깊은 한숨을 내뱉으며 불편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이 횡령 혐의 본질과 상관없는 사람들까지 인격 살인을 했다. 그 예로 형수는 가장 친한 20년지기 친구인 이모씨를 통해 각 커뮤니티에 나와 내 곁에 있는 사람들, 심지어 고양이에 대해서 말도 안 되는 비방을 했다"고 주장했다.
직접적으로 피고의 변호인과 설전을 벌이는 일도 있었다. 박씨 변호인이 박수홍의 개인사가 포함된 내용을 증거로 법정에서 공개한 후 질의하자, "이렇게 문자를 공개하는 걸 이해하지 못하겠다. 횡령 혐의 본질과 상관없이 나를 흔들려는 의도로 보인다. 충분히 가릴 수도 있었는데 왜 공개하는가. 비열하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변호인이 "법정에서 상대를 비방하는 말을 하면 안 된다"고 반격하자, 박수홍은 "변호사님의 수임료는 누구 돈에서 나갔느냐"라며 일침을 놓기도 했다. 박씨 부부 횡령 의심 내역에 변호인 선임 비용이 포함된 점을 짚은 발언이다.
하지만 박수홍은 재판 말미 재판부를 향해 "증인이 처음이다. 흥분해 죄송하다. 죄를 지은 사람이 지금까지 나한테 사과도 안하고 힘들게 하지만 앞으로 잘하겠다. 흥분한 모습을 보여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하며 양해를 구했다.
박수홍은 오는 4월19일로 예정된 5차 공판에 한 차례 더 출석해 증언에 나설 예정이다.
검찰은 박씨가 2011년부터 2021년까지 부동산 매입 목적 11억7000만원, 기타 자금 무단 사용 9000만원, 기획사 신용카드 사용 9000만원, 고소인 개인 계좌 무단 인출 29억원, 허위 직원 등록을 활용한 급여 송금 수법으로 19억원 등을 빼돌린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현재 박씨는 구속 상태에서, 그의 아내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고 있다.
친형 박씨는 앞선 공판에서 박수홍의 출연료 입금 계좌에서 변호사 선임 비용을 사용한 혐의 등 일부 공소사실을 인정하지만 법인카드 사용, 허위 급여 지급 등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대부분 부인한 바 있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송선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