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한길 기자] 그룹 아이콘(iKON) 전 멤버 비아이(본명 김한빈)의 마약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공익제보자를 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총괄프로듀서의 항소심이 열린 가운데, 검찰과 양현석 측은 여전히 첨예하게 대립했다.

서울고법 형사6-3부(부장판사 이의영 원종찬 박원철)는 12일 오전 11시30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협박 등) 등 혐의로 기소된 양현석의 항소심 첫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검찰 측은 양현석의 1심 무죄 판결에 대해 사실오인 및 법리오인이 있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에게 면담강요(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9 4항 위반) 혐의를 추가하는 공소장 변경 허가를 요청했다.

검찰 측은 항소 이유에 대해 "피해자의 진술은 일관성이 유지되고 있으며, 진술 내용이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결과 등 객관적인 증거 자료에 부합된다. 피해자는 수사 초기부터 법정 증언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양현석이 장래의 연예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는 취지의 해악의 고지를 했다'고 진술했다. 그런데 원심은 단지 피해자의 진술 중, 피해 사실 관련 일부 어휘 선택이 달라진 부분, 진술의 지엽적인 부분이 다소 변화된 점을 근거로 해악의 고지 자체가 없다고 한 바. 이는 사실오인에 의한 그릇된 판단이다. 원심은 양현석이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해악 고지 발언을 했음이 증명되지 않더라도 기타 발언이나 행동 등 이 사건 당시 전체 정황에 비춰, 피해자에게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 또한 협박죄에 성립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협박죄 성립은 제반 사정을 종합해 볼 때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상황이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일반적인 사람 입장에서 YG 소속 가수의 마약 사건을 경찰에 제보했는데, 다음날 양현석이 야간에 밀폐된 사무실로 불러 소속 가수에 대한 마약 제보 사실을 질책하는 말을 하면서 진술 번복을 요구하면, 그 자체로 충분히 공포심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원심은 피해자의 여러 가지 사후적인 행동을 근거로 피해자가 공포심을 느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양현석 측은 "사실오인, 법리오해 이유가 없고 원심 판결은 지극히 정당하므로 항소 기각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어 "A씨의 진술을 지엽적인 부분만 갖고 원심 판결을 했다고 하는데, A씨에 대한 진술은 장장 수개월에 걸쳐, 6회 심문이 이뤄졌고, 진술서만 500페이지에 달한다. 1심 재판부가 500페이지에 달하는 증인 심문 녹취서를 지엽적인 부분만 갖고 무죄라고, 또 그 증언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하지 않았을 거다. 이 건의 사전 진술, 또 피고인들을 만났을 때의 진술 등을 비춰보면 A씨의 진술은 도무지 믿기 어렵다는 게 원심 판결이다. 그리고 법리오해의 경우, 대법원의 판결 법리에 정확히 일치한다"고 밝혔다.

이에 검찰 측은 재판부에 면담강요(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9 4항 위반) 혐의를 추가,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검찰 측은 "원심은 피고인들의 무죄 판결을 선고하면서도, 양현석이 2016년 YG사옥에서 피해자를 만나 비아이의 형사사건에 대한 진술을 번복하고자 피해자를 설득하고 압박하는 범행을 했고, 이에 피고인 김씨가 변호사 선임에 관여하고, 피해자의 사건 진술 번복을 관리하면서 결과적으로 국가의 수사기능 등 형사사법 기능이 침해됐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이 사건 피고인들의 행위가 비난 가능성이 높은 행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며 "당시 양현석은 대형 연예기획사의 실질적인 대표였고, 비아이는 인기 아이돌 그룹의 리더로서 대중의 사랑을 받는 상황이었는데, 그럼에도 비아이는 중대한 마약 범죄를 저질러고, 양현석은 비아이의 마약 범죄를 제보한 A씨를 불러 협박하는 등으로 제보 진술을 번복하게 해서 결과적으로 비아이의 수사를 무마되게 했다. 피고인들이 이와 같이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높은 행위를 했음에도 피고인들에게 법적으로 아무런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점이 우리 사회의 일반적 정의 관념에 부합한다고 도저히 보기 어렵다"며 "따라서 검찰은 자기 또는 타인의 형사사건의 수사, 또는 재판과 관련해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 또는 그 친족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면담을 강요하거나 위력을 행사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규정을 근거로 해서 피고인들에게 면담 강요죄 및 방조죄를 공소사실로 추가한다"고 전했다.

그러자 양현석 측은 검찰 측에 "A씨가 공익신고를 한 다음부터 수사가 시작됐는데, 벌써 몇 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며 "계속해서 협박이 있었다는 걸 전제로 진행을 해오다가, 1심에서 무죄가 나오니 용어조차 생소한 '면담 강요'로 바꿨다. 이는 검사 측 스스로가 공소사실에 대한 입증 실패를 자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 가운데 "YG엔터테인먼트에서 총괄 음악 프로듀서를 맡고 있다"라고 밝힌 양현석은 "당시 A씨를 YG 사옥에 20분 정도 봤다. 제가 엔터테인먼트를 30년을 하면서 이런 유사한 사건이 없었다. A씨는 수년 전부터 강남 유흥업소에서 알고 지내던 친구라, 그 당시에는 굉장히 편안하게 생각했고, 가까운 지인 정도로 생각해서 '편하게 볼 수 있냐'라는 취지에서 보게 됐던 것"이라면서 "당시 A씨는 다른 마약 사건으로 걸려서 왔기에 당당한 모습을 보이진 않았다. 많은 얘기를 하지 않았고, 변호사 선임을 해주겠다 등의 얘기는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A씨와 비아이의 아버지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러나 양현석 측은 A씨에 대해선 "A씨는 마약 범죄로 실형을 살고 있다. 준법 의식이 없고, 자기 통제력이 없는 사람의 진술을 1심에서 들었는데, 또 듣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며 반박했지만, 재판부는 "진술 태도까지 전부 포함해서 종합적으로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이 번복된 것은 사실인데, 사실로 알고 있던 내용을 허위로 진술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유심히 보겠다"고 말했다.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총괄프로듀서

앞서 가수 연습생이던 A씨는 지난 2016년 마약투약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비아이 관련 마약투약 의혹을 진술했다가 번복한 바. 하지만 A씨는 2019년 6월 해당 사건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제보하는 과정에서 YG 측 외압으로 진술을 바꿨다고 주장해 파장을 일으켰다. 이에 권익위는 2020년 관련 자료를 검찰에 이첩했고, 검찰은 비아이와 양현석 등 4명을 기소했다.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사건이 벌어진) 2016년 A씨는 오디션 프로에 출연한 연예인 지망생이었고, 양현석은 대형 연예기획사 총괄 운영자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었다"며 "A씨에게 '너 하나 죽이는 건 일도 아니다'라면서 진술 번복을 요구한 점을 종합할 때, 공포심을 유발하는 해악 고지를 한 것이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를 통해 양현석은 비아이의 마약 혐의 수사를 초기 단계에 무마시키는 데 성공했고, 이후 아이콘은 국내외로 활동하면서 총괄 프로듀서이자 대주주인 양현석에게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줬다며 양현석에게 징역 3년을 구형한 바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1심 재판부는 A씨를 압박한 양현석의 행위에 대한 비난 가능성을 지적하면서도, A씨의 진술이 신빙성이 부족하고, 진술 번복 후 금전 등 대가를 기대했다는 점을 근거로 양현석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고,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 항소장을 제출했다. 다음 공판은 오는 5월 24일 진행된다.

[티브이데일리 김한길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송선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