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그룹 카드(KARD)가 긴 공백을 깨고 끈적한 곡으로 돌아왔다. 회사와 의견이 갈렸지만, 멤버들이 고집을 부려가며 밀어붙인 곡이다. 그만큼 자신감이 있었고 성공에 대한 확신도 있었다.
카드(비엠 제이셉 전소민 전지우)는 지난 23일 미니 6집 ‘이끼’(ICKY)를 발매했다. 전작 미니 5집 ‘리:’(Re:) 이후 11개월여 만에 내는 신보이자, 현 소속사와 재계약 후 처음 내놓는 앨범이다.
앨범명과 동명의 타이틀곡 ‘이끼’를 설명하며 멤버들이 제일 먼저 꺼낸 단어는 “지지”였다. “끈적하고 기분 나쁜 느낌”이며 “이끼랑 비슷한 느낌이다. 습해서 느끼는 이끼처럼 불쾌할 수 있지만 그런 끈적거림을 곡으로 표현했다”라고 부연했다.
이 곡은 멤버들이 직접 레퍼런스를 전달해 받은 곡이다. 비엠은 “이번에는 조금 더 강렬하고, 섹시하고, 꼭 혼성그룹이 표현할 수 있는 곡을 써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데모가 처음 왔을 때 딱 그 느낌으로 써줬더라. 데모는 다 영어였고 지금 버전보다 수위가 더 높았다. 그래서 조금 순화시킨 곡”이라고 설명했다.
전소민은 “처음 들었을 때, ‘이끼’라는 단어 자체가 우리도 처음이고 신선하다고 느꼈다. 우리가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고 대중이 매력적이란 포인트를 잘 느낄 것 같아 이 곡으로 결정을 하게 됐다”라고 거들었다.
물론 넘어야 할 산은 있었다. 멤버들의 의견은 모였지만, 회사는 설득이 필요했다. 이 곡이 처음부터 타이틀로 선정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카드가 할 법한, 기존의 색깔과 비슷한 곡이 유력한 타이틀 후보로 거론됐었다고 했다.
비엠은 “이 곡은 지난해 11월쯤 받아 꽤 오랜 시간 동안 가지고 있었던 곡이다. 항상 앨범을 준비할 때 곡을 선택하는 게 어렵다. 누군가는 이게 적합하다고 하고 또 누군가는 이게 적합하다고 한다. 그런데 처음으로 우리 네 명이 뭉쳐서 고집을 부려 이 곡을 밀었다”라며 “이번만큼은 확신을 가져서 고집을 부렸다. 그래서 그런 건지 설레기도 하면서 불안하기도 하다”라고 했다. 이어 “‘이끼’가 잘 안 되면 다신 의견을 내기 어려워 질 것 같다”라며 웃었다.
전지우는 “기존 타이틀 후보는 누가 봐도 카드가 할 것 같은 곡이었다. 뻔한 느낌이라 이게 맞을까란 고민을 많이 했었다. 이 곡은 받았을 때부터 특이하고 묘한 중독성이 있었다. 우리가 많이 해보지 않았던, 사실상 처음 해본 스타일인데 계속 맴돌았다. 뭄바톤 기반으로 색깔을 잊지는 안돼 새 느낌으로 하고 싶다고 해서 마지막으로 ‘한 번만 들어주세요’라고 했는데 대표님이 허락을 해주셔서 이렇게 준비하게 됐다”라는 비하인드를 털어놨다.
전지우의 말처럼 이 곡을 선택해야만 했던 가장 큰 이유는 색깔이었다. 카드가 기존에 보여줬던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곡이란 생각을 네 멤버가 공통적으로 했다고 털어놨다.
비엠은 “우리의 시작을 뭄바톤으로 했고 후에 레게톤, 라틴팝의 영향을 받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는 ‘왜 이것만 하지’라는 의견들이 생겼다. 그래서 여러 다른 시도를 하려고 했고 4~5년차가 됐다. 그렇게 하고 나서 보니 이번 앨범은 원조 카드 느낌으로 돌아가보자는 의견이 있었다. 그런데 ‘이끼’에 뭄바톤이 들렸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기회란 생각이 들었다”라고 했다.
“뭄바톤인 줄 모르고 ‘이끼’를 좋아했다”라고 운을 뗀 제이셉은 “그래서 이 곡이 반가웠다. 카드의 기본 틀은 가져가돼 새 느낌이 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 답이 ‘이끼’인 것 같아 반가웠다”라고 자신했다.
전지우는 “뭄바톤과 라틴 장르를 많이 했지만 시야가 넓진 못했던 것 같다. 뭄바톤에도 다양한 뭄바가 있고 장르 안에 색깔이 다양하다 느껴져서 앞으로도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여러모로 애정이 있는 곡이니만큼, 킬링 포인트는 셀 수 없었다. 멤버들 모두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이 생각하는 이 곡의 매력들을 털어놨다. 전소민은 “‘이끼’라는 단어가 숨은 뜻이 있는 단어”라고 짚으며 “단어를 들었을 때 많은 분들의 궁금증을 유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보컬플레이로 시작하는데 시작부터 곡의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 포인트가 있는 것 같다”라고 했다.
제이셉은 “전소민의 목소리로 ‘이끼’라고 나온다. 그 부분이 문을 끽 열 때 느낌이다. 긴장감이 넘친다 생각하는데 그 부분 자체가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누엔도’(innuendo)라는 가사가 있는데 그게 ‘라면 먹고 갈래?’란 말이다. 여러모로 재미있단 생각”이라고 했다.
레퍼런스를 넘길 때도 강조했 듯 혼성 그룹이기 때문에 보여줄 수 있는 매력들은 곡의 가장 큰 킬링 포인트였다.
비엠은 “곡 자체에 서로 대화하는 느낌이 들어가 있다. 혼성그룹이기 때문, 사랑하는 사이이기 때문에 말하듯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남성 파트는 이야기하듯 랩을 썼고, 여성 파트는 주고받듯이 썼다”라고 말했다. 제이셉은 “중간 부분에 강렬한 눈빛을 주고받는 장면이 있다”라며 함께하는 퍼포먼스에 대한 기대를 당부했다.
곡의 색깔을 잘 담아내기 위해 스타일링에도 변화를 준 것도 포인트였다. 비엠의 형광 초록색으로 염색한 머리카락은 ‘이끼’를 표현하기 위한 색깔이었다. 전지우는 이끼의 초록과 가장 대비되는 강렬한 빨강으로 머리카락 색을 바꿨다. 의상도 이끼의 끈적함을 잘 표현할 수 있게 광택이 도는 가죽 의상 등을 골랐다고 했다.
앨범에는 ‘이끼’ 외에도 청량한 트로피컬 라틴 사운드 속 멤버들의 보컬이 돋보이는 ‘위드아웃 유’(Without You), 전소민, 전지우의 유닛곡으로 라틴팝 장르인 ‘퍽 유’(Fxxk you), 뭄바톤과 트랩 기반의 힙합곡이자 비엠과 제이셉의 유닛곡인 ‘빈 댓 보이’(Been That Boy)를 포함해 기존에 발매한 곡들의 리믹스 음원까지 총 9곡이 담겼다.
유닛곡과 관련해 전소민은 “유닛 생각이 있었던 게 아니지만 정말 좋은 곡이 우리한테 수급이 됐다. 이 곡은 여자 유닛으로 하면 정말 멋지고 잘 어울리겠다고 해서 여자 유닛, 남자 유닛이 된 것 같다”라고 했다.
강렬한 제목과 관련해서는 “원래는 ‘라이크 유’라는 제목이었는데 강렬한 감정을 표현해보고자 해서 지금의 제목이 됐다”라며 “우리 카드는 보컬 여자 멤버들의 목소리가 되게 다르다. 그 다름을 한 곡에서 표현할 수 있는 매력적인 곡인 것 같다. 그룹이다 보니 보컬을 길게 끌고 갈 수 있는 부분이 없고 끊어가는데 이번 곡으로 지우, 소민의 목소리를 잘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전지우는 “제목의 단어를 너무 찰지게, 정직하게 부르면 안 될 것 같아서 조금 감미롭게, 찐득하게 부른 게 반응이 좋다”라고 했다. 방송불가 판정을 우려했지만 방송 심의와 음원 심의를 모두 통과했다며 “안 될 줄 알고 ‘라이크 유’ 버전도 녹음해 방송에서 한다면 이 버전일 것”이라고도 털어놨다.
‘빈 댓 보이’에 대해 비엠은 “늘 래퍼라면 자기 자랑을 자신있게 하고 싶다는 내용이다. 한 곡 안에 3절 때부터 트랩으로 완전히 장르가 바뀌어서 공연을 하면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카드는 쿨, 코요태 다음으로 생각나는 K팝 혼성 그룹이다. 지난 2016년 ‘오나나’(Oh NaNa)로 프리데뷔했을 때부터 세면 벌써 7년째 그룹을 유지하고 있고, 최근 3년 재계약을 체결하며 그룹 수명을 연장했다.
아이돌로 치면 중견급 연차에 닿았지만, 국내 인지도는 멤버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이었다. 해외 인지도에 비해 부족한 것이 “숙제”라며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만큼 ‘이끼’에 바라는 바가 많았다. 비엠은 “이번 앨범에 고집을 부린 만큼 걱정이 없지 않다. 이번 앨범은 안 되면 안 되다는 정신으로 잘 작업하고 열심히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제이셉은 “열심히 할 때보다는 잘 돼야 할 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많다. 정말 솔직하게는 6~7년을 하고 있는데 요즘에는 ‘버틴다’라는 느낌이 강하다. 이번에는 진짜 잘 됐으면 좋겠다. 1위도 하고 운도 좀 따랐으면 좋겠단 생각이 간절해지는 앨범”이라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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