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인공지능(AI)이 더 이상 상상 속 기술이 아니게 됐다. 수개월 동안 눈에 띄는 성장을 거듭하며 점차 엔터 산업에 이용되기 시작한 것. 다만 너무 빠른 확장 속도 탓에 몇 가지 문제점도 언급되고 있는 중이다.

주로 SF(공상과학) 영화나 소설에서만 언급되던 AI가 대중화되기 시작한 건 2016년, 구글 딥마인드가 선보인 AI 딥러닝 바둑프로그램 알파고가 기대 이상의 결과를 보여주면서부터. 이때부터 딥러닝 기술은 회계, 미술, 과학, 음성 분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며 인류와 가까워졌고, 현재는 IT계에선 떼어놓고 말할 수 없는 필수적인 존재로 자리매김 했다.유튜브 알고리즘 분석, 노래 추천, 라이다 센서를 이용한 차량 자율 주행 등이 모두 AI 딥러닝을 활용한 기술에 해당한다.

엔터 사업에서도 활발히 활용됐다. 특히 음성 복원 기술을 이용한 콘텐츠가 다수 생산됐다. MBC는 2년 전 '너를 만났다' 시리즈를 통해 그리운 가족을 다시 만나볼 수 있도록 도왔고, TV조선 '아바드림'은 송해와 김자옥 등 고인의 목소리를 AI 기술로 재현해낸 바 있다. 또 KT는 故신해철의 음성을 복원해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하나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AI가 만들어낸 음성들은 다소 부족함이 많았다. 말투가 어색하거나 기계음이 들리는 등 체감이 될 정도로 이질감이 컸던 것. 그러나 매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여줬고, 현재는 현실과 가상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의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다. 완성도가 상업화가 가능할 수준까지 높아지자, 엔터 업체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AI와 엔터 산업의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미드낫(이현)

먼저 하이브는 지난달 AI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가수 미드낫(이현)을 선보였다. 가수 한 명으로 무한한 확장을 가능케 하는 프로젝트로, 이를 통해 가창자를 여성으로 변화시키거나 외국어 발음을 자연스럽게 만들 수 있다. 최근 열린 '위버스콘 페스티벌'에선 미드낫의 목소리가 엄정화의 목소리로 바뀌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영국 팝의 전설 비틀즈의 경우, 이미 세상을 떠난 존 레논의 목소리를 살린 미공개곡을 발매할 계획이다. 고인이 생전 남긴 음악 파일 등을 통해 AI를 딥러닝 시켜 존 레논의 목소리를 재현해 내겠다는 것. 딥러닝 기술을 활용한 목소리 복원은 지금껏 수도 없이 있었으나, 이렇게 음원 발매까지 이어지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이렇듯 가요계는 이미 적극적으로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으나 아직은 우려가 더 큰 상황이다. 한계 없이 성장하는 AI 기술력에 비해 아직 법망이 허술하기 때문. 특히 저작권을 따지기 모호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이번 비틀즈의 음원 발매 역시 팬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갈리고 있다. 27년 만의 컴백이 반갑지만 고인에게 음성 복원에 대한 의중을 물을 수 없는 상황에서 음원을 발매하는 게 윤리적으로 옳은 결정이냐는 이유다. 나아가 현행법상 저작권은 사람에게만 한정되기에 AI를 활용한 음원의 저작권을 누가 가질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ChatGPT 도입을 시도했던 '블랙미러'

영화·방송계에서도 AI는 뜨거운 감자다. 특히 올해 초 등장한 챗지피티(ChatGPT)는 순식간에 종사자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놨다. 작품의 대본을 쓰는가 하면 간단한 연출까지 담당하기 시작한 것. 실제로 넷플릭스 '블랙미러' 제작진은 챗지피티를 활용한 대본을 도입하려 시도하기도 했으며, 영화계에선 시험적으로 단편영화 '안전지대'가 제작되기도 했다. 지금으로선 '창조'보단 기존 소스를 '활용'하는 것에 지나지 않기에 단순한 업무밖에 해내지 못하지만, 고작 몇 년 동안 폭발적인 성장을 보여줘왔기에 관계자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이에 미국작가조합은 파업을 통해 AI 및 챗지피티에 대한 명확한 규제가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디즈니·워너브라더스 등 대형 제작사들은 비용 절감과 기간 단축 등을 위해 챗지피티 활용 방안을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중이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DB, 비틀즈,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