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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공자’ 김치찌개 맛집 기대했는데 똠얌꿍이라니 [씨네뷰]


2023. 06.21(수) 08:00

귀공자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기대한 맛이 아니다. 김치찌개 맛집에 갔는데 똠얌꿍을 받은 기분이다. 누아르 소재, 감성에 스며들지 못하고 겉도는 코미디로 인해 이도저도 아니게 된 영화 ‘귀공자’다.

21일 개봉된 ‘귀공자’(감독 박훈정)는 필리핀 불법 경기장을 전전하는 복싱 선수 마르코(강태주) 앞에 정체불명의 남자 귀공자(김선호)를 비롯한 각기 다른 목적을 지닌 세력들이 나타나 광기의 추격을 펼치는 이야기. 영화 ‘신세계’ ‘낙원의 밤’, ‘마녀’ 시리즈를 연출한 박훈정 감독의 신작으로, 배우 김선호 강태주 김강우 고아라 등이 출연한다.

영화는 말간 얼굴로 잔인하게 타깃을 죽이는 귀공자의 광기를 보여주며 시작한다. 이 오프닝 시퀀스는 영화의 메인 롤인 귀공자의 미친 광기와 박훈정 감독표 누아르 감성을 제대로 보여주며 기대감을 한껏 올린다.

이후 영화는 코피노(한국인과 필리핀인 혼혈) 마르코가 모종의 이유로 한국으로 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광기의 추격을 담는다. 귀공자와 한이사(김강우), 윤주(고아라)가 저마다의 이유로 마르코를 쫓고, 마르코는 죽기 살기로 도망 다닌다.

초중반까지 누아르 감성과 분위기를 제대로 이끌어가던 영화는 중반부부터 갈피를 잃고 헤매기 시작한다. 블랙 코미디를 지향했다던 박훈정 감독의 연출 의도는 알겠으나 문제는 이 유머 코드가 초반부에 쌓아왔던 누아르 감성, 소재와 따로 논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초반부와 중후반부가 전혀 다른 영화로 느껴질 정도다. 어쭙잖은 유머코드가 삽입되면서부터 참사 아닌 참사가 벌어진다. 매력적인 캐릭터들도 유머코드에 속수무책 무너지기 시작한다. 미친 광기의 귀공자는 허당 캐릭터로 전락하고, 사이코패스처럼 사람을 죽이던 한이사도 점차 우스꽝스러워지는 이유도 어설픈 코미디에 있다.

또한 반전 효과를 노린 서사는 설명조의 장면 나열에 허무하기까지 하다. 반전을 위한 설명조의 장면들을 구구절절 늘어놓아 반전의 효과를 오히려 반감시킨다.

믿을 건 배우들의 연기밖에 없다. 김선호는 박훈정 감독의 신뢰에 100% 이상 보답했다. 깔끔하게 미친 귀공자로 변신한 김선호의 새로운 얼굴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김강우도 그간의 연기 내공을 입증하며 제 몫을 해냈다. 박훈정 감독이 새롭게 발굴한 신예 강태주도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여주며 다음을 기대케 한다. 다만 고아라는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해 아쉬움을 남긴다. 그동안 보여줬던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물론 변화를 보여주기엔 분량이 너무 적은 것도 사실이다.

박훈정 감독 특유의 누아르를 기대했던 관객이라면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배우의 팬이라면 그냥저냥 만족하고 볼만하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귀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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