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매월 이자 3.500만원 보장, 투자 선물은 에르메스 버킨백 1개 이상.

솔깃한 제안 속에 숨은 달콤한 거짓말. 매 월 고금리 이자를 보장하는 폰지 사기의 전형 공식이다. 폰지 사기의 수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제 1,2,3 금융권 보다 월등히 높은 금리를 보장하며 투자를 유도하고, 매월 그에 해당하는 이자를 통장에 넣어준다. 예로 1000만 원 투자한 ㄱ씨는 100만 원의 이자를 받고 기뻐한다. 시중 금리와 비교도 안되는 액수가 보장되니 주변에도 투자를 권유하기 시작한다. 3개월 간 300만 원의 이자를 받은 ㄱ씨는 사업가(결국 사기범)가 종적을 감추고 나서야 자신이 700만 원을 잃었다는 걸 알게 된다. 사기에 휘말렸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다.

이른바 '맘카페 상테크(상품권 테크)사기'에 연루된 방송인 현영이 현재 처한 상황이다. 현영은 해당 맘까페 운영자 A씨에게 5억 원을 투자 혹은 빌려줬지만, 3억 원 가량을 잃었다. 차액은 A씨가 현영에게 입금한 이자금이다.

현영은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자 자신이 피해자임을 강조하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현영은 정말 순수 피해자일까.

주범으로 지목된 맘카페 운영자 A씨는 까페 회원들에게 현금 100만 원을 맡기면, 3개월 후 상품권 130만 원을 주는 방식으로 회원들의 투자를 유도했다. 초기엔 회원들에게 약속한 이자를 지급했다. 폰지 사기의 전형적 패턴이다. 모여든 회원들의 투자금이 460억 원에 이르자 A씨는 사실상 종적을 감춘다.

'재테크 여왕' 현영은 왜 개인에게 거금을 투자했나

그중에서도 현영이 A씨에게 입금한 액수는 유독 높다. 현영은 지난해 4월 A씨에게 현금 5억 원을 입금했고, A씨는 월 금리 7%를 보장하며 매달 현영에게 3,500만원의 이자를 입금했다. 시중 은행에 5억 원을 넣어두는 것 보다 주식, 코인에 투자하는 것 보다 높은 수익률이다. 또 A씨는 현영에게 수 천만 원 상당의 에르메스 버킨백을 1개 이상 선물로 주겠다고 약속했다.

현영은 A씨에게 5개월 간 월 3,500만 원의 이자를 받았다. 총 1억 7,500만 원. 돌연 A씨는 이자 입금을 멈추고 사라진다. 현영 역시 이때 깨달았을 것이다. 자신이 폰지 사기에 휘말렸다는 사실을. 현영이 잃은 돈은 총 3억 2,500만 원이다.

외면적 관점에서 현영이 피해를 본 것은 분명하다. 궁금한 건 이자 소득 신고 여부. 현영은 A씨로 부터 매월 7% 고금리를 지급 받았다. 현행법상 이자율은 월 1.6%(연 20%)를 넘으면 안된다. 연리로 따지면 84%의 이자를 받고자 한 것이니, 이는 이자제한법을 크게 웃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징역 1년 또는 1.000만 원 벌금형에 처해진다.

더 중요한 것, 이자 소득 신고는 했을까. 현영은 논란이 불거지자 12일 소속사를 통해 "A씨에 사기를 당한 피해자일 뿐"이라며 "피해 방지를 위해 2022년 12월 A씨를 고소했다"고 밝혔다. 입장의 요지는 현영은 A씨의 동조자가 아닌 피해자라는 입장이다.

입장에는 중요한 알맹이가 빠져있다. 첫째 ▶소득세 신고 여부다. 이자 소득은 과세 대상임에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현영이 해당 소득을 신고하지 않았다면 법적 처벌 대상에 포함된다. 이자 소득 신고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현영의 소속사에 문의했지만, 소속사는 답변이 없는 상태다.

두 번째 의문 ▶5억 원이 채권인지, 투자인지 정확히 설명하지 않았다. 현영은 5억 원은 투자금이 아니라 빌려 준 돈이라며 지난해 12월 A씨를 차용금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현영의 말대로 그가 단순히 A씨의 채권자라면 연 84%의 이자율은 '악덕 사채업자' 논란이 따르게 된다.

현영은 A씨가 운영하는 맘까페 회원들에게 직접 투자를 권한 적 없으며, 교류한 일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영은 A씨의 생일 파티를 직접 열어 줄 정도로 친했고, 현영이 론칭한 화장품은 해당 카페에서 공동 구매로 판매되기도 했다. 본인의 의도가 무엇이든, A씨의 카페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것이다.

A씨는 맘까페 회원들에게 상품권으로 이자를 줬다. 반면 현영에게는 '현금'으로 이자를 지급했다. 현영이 A씨에게 5억 원을 투자했든, 빌려줬든 A씨가 어떤 방식으로 투자금(원금)을 불려 고금리의 이자를 지급한 것인지 그 배경을 알지 못했다는 해명은 의아할 뿐이다.

피해자를 자처하는 현영의 입장은 일견 맞는 듯 하지만 의문의 여지가 있다. 남다른 경제 지식을 자랑하던 그는 왜 전형적인 폰지 사기 수법에 휘말렸을까. 전문가 뺨친다는 '재테크 여왕'이라는 호칭이 민망할 따름이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