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찰떡 궁합'

진부한 표현일 수 있지만 이 보다 더 어울리는 수식어가 없다. 방송인 황영진, 김다솜 부부는 슬하에 1남 1녀를 둔 10년 차 부부다. 강산도 변한다는 세월, 깨소금 통이 비워진지 한 참 지난 시간이지만 두 사람은 어제보다 오늘이 더 좋은 부부다.

오랜만에 본 부부에게선 전 보다 고소한 냄새가 진동했다. 애정은 눈속임이 불가능하다. 매체에서 부부애를 아무리 포장한들, 실제 주변인들의 눈은 속일 수 없는 법. 기자가 본 ‘잭슨황’ 황영진의 1순위는 언제나 가족이었다. 일을 하는 이유부터 존재하는 이유까지 모든 것이 가족을 위한 것 마냥 늘 가족에게 헌신적인 모습이다. 가죽 자켓을 입고 문 워크를 추던 잭슨 황은 사실 무대 위 캐릭터일 뿐, 인간 황영진은 모범적인 ‘FM 남편’이다.

남다른 부부애를 하늘이 알아준 걸까. 코로나19 후 무대에 설 기회가 줄어 힘들었던 황영진은 여느 날처럼 집에서 아내에게 장난을 쳤고, 그 모습을 영상으로 담았다. 결혼 후 그의 휴대폰엔 늘 아내를 비롯해 아들, 딸과 촬영한 장난스런 영상이 가득했다. 어느날 문득, 혼자 보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고 쇼트 영상이 유행하는 걸 보면서 이를 콘텐츠처럼 공개했다.

‘그게 되겠어?’ 김다솜은 쇼트 영상을 공개하는 채널을 만들자는 남편에게 우리끼리 웃자고 촬영한 영상을 누가 보겠냐며 웃고 넘겼다고 한다. 하나둘씩 게재된 영상을 찾는 이들이 늘더니 어느 순간 틱톡, 유튜브 구독자가 10만을 넘어섰다. 광고 제안도 들어오기 시작했다. 부부도 예상치 못한 성과라 놀랐다고 한다. 황영진은 “나 보다 와이프가 더 연예인 같다”며 “이제는 연예인처럼 모셔야 하고 스케줄도 존중해 줘야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KBS 본관 앞 커피숍이다.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아내를 본 황영진은 첫 눈에 반했고, 수 개월 간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커피숍에 들러 같은 메뉴를 주문했다. 김다솜은 “당시 남편이 한 번도 말을 걸지 않았다”며 “나중에 ‘혹시 저 좋아하시냐’고 먼저 물어 봤을 정도로 신중하게 관찰만 하더라”며 남다른 인연을 회상했다.

황영진은 당시 자신이 가난한 개그맨이었다며 데이트 시절 옥탑방에 아내를 데려갔던 일을 잊지 못한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나름 연예인이라 재산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을텐데 집을 보고 너무 가난해서 놀랐을거다. 근데 실망하는 기색이 아니더라”며 아내에게 다시 반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남편과의 소소한 추억거리를 회상하던 김다솜은 "그때도 남편이 진짜 돈을 안썼다. 차가 없어서 데이트할 때 정말 많이 걸어다녔는데, 텍시비가 아까워서였다. 근데 저도 워낙 걷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돈을 함부로 쓰지 않는 남편이 싫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다솜은 연애시절 남편을 남다르게 본 부분에 대해 "처음으로 남편 집에 놀러간 게 그 옥탑방이다. 집이 건물 꼭대기 층에 옥탑도 아닌 진짜 작은 주택의 옥탑방이었는데 유독 좁았다. 근데 이 남자가 해를 거듭하며 점점 집을 넓혀가더라. 그래도 '날 굶겨 죽이지는 않겠다' 싶어 신뢰가 갔다"고 자랑했다.

부창부수가 따로 없다. 남다른 부부애가 일 궁합으로 이어진 모양이다. 27살 이른 나이 첫 아들을 낳은 김다솜은 산후우울증을 겪었다. 친구들은 한창 인생을 즐기던 시기. 일찍 결혼해 육아에 집중해야 했고, 우울감이 늘었다. 김다솜은 “그 모든 짜증이 남편에게 향하더라. 그때 재미로 짧은 영상을 촬영하기 시작한 것”이라며 숏폼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그는 차곡차곡 게재한 영상에 반응이 오기 시작한 것이 신기하다고 했다. 남편 없이 홀로 있을 때도 팬이라면서 인사해주는 사람들이 생길 정도. 그는 “잠깐 자녀들이랑 서있는데 아이 또래 친구가 '틱톡이모 맞죠?' 그러더라. 아들이 가정주부였던 엄마를 알아보는 걸 뿌듯해하니 기쁘다.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콘텐츠라 더 좋은 것 같다”며 깊은 가족애를 드러냈다.


잭슨황은 일당백이다. 콘텐츠를 직접 기획하고 촬영과 편집도 직접 한다. 시나리오는 따로 없다. 머리 속에서 구상한 소재를 아내에게 슬쩍 일러주는 정도가 전부다. 그래야 예상치 못한 아내의 ‘찐’반응이 나오기 때문. 황영진은 아내의 리액션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며 흡족해 했다. 김다솜 역시 "갑자기 짜증나는 설정으로 시작되면 진짜 짜증이 나고 그렇게 화가 난다. 그게 일상에서 쌓인 진짜 반응"이라며 "과장된 것 만은 아니다"며 웃어보였다.

부부가 주로 등장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게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다. 특히 크리에이터 분야만의 다른 특성이 있다. 이와 관련해 황영진은 "개그맨으로 15년 동안 아이디어를 짜고 기획하는 걸 해왔지만, 솔직히 이 일이 더 냉정하다“라며 ”방송국을 무대로 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는 서로 피드백을 주고 받은 후 결과를 내놓는 건데, 크리에이터는 직접 만들고 직접 공개하니 반응도 직접적이다. 재미없는 건 정말 냉정하게 얘기해주신다. 오히려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조회수가 나오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는 늘 분주하다. 개그맨, 크리에이터라는 본업 외에도 성희롱예방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 한때는 연예부 기자로 일한 적도 있다. 기자들의 텃새도 있었을 터. “아무래도 동료들이 취재 대상이다 보니까 제가 뭘 하든 ‘너 기사 쓰려고 그러지?’라고 물어봤다. 이러다 동료들을 다 잃을 것 같아서 지속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기자로 활동하던 시기를 회상했다.

그러나 어떤 일도 황영진은 '기회'로 받아들인다. 일할 수 있다는 행복과 소중함을 누구 보다 잘 아는 그다. 자신의 노력으로 가족이 행복감을 느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는 그. 황영진은 결혼 후 아내에게 ‘돈 케이크’는 선물하지 못했지만 ‘돈푀유나베’(돈+밀페유나베)는 선물했다고 자랑했다. 그 옆에서 “연애할 때와 달리 이젠 현금 선물이 좋다”며 너스레를 떠는 김다솜. 역시 하늘이 내린 궁합 부부다.

채널은 가파른 속도로 구독자가 늘어나는 중이다. 앞으로 부부가 보여 줄 콘텐츠는 무엇일까. 소재가 무엇이든 궁합 만큼은 그 어떤 크리에이터도 따라 잡을 수 없을 것이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 /사진=안성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