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한길 기자] 지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코로나19 팬더믹을 겪으며 우리 사회는 많은 부분에서 변화를 맞이했다. 장기화를 우려해 각계에서는 해결 방안을 찾고자 하는 움직임이 뚜렷했고, 가요계 역시 언택트(Untact) 공연, 랜선 팬미팅 등을 활성화시키며 활로 모색에 사활을 걸었다. 그러나 변이 바이러스까지 일어나며 매섭게 몰아치던 코로나19가 지난해부터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으로 전환되더니 사실상 종식되면서 가요계는 차츰 정상화를 이뤘다.

3년간 코로나19가 휩쓸고 간 가요계 곳곳에선 여러 특이점이 포착됐다. 그중 성행하던 언택트 공연이 대부분 자취를 감춘 점이 가장 눈에 띄며, 또 '한때'라던 버추얼 가수는 여전한 인기를 보이면서 가요계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 사라진 언택트 공연…대면 공연 개최 위한 대관 전쟁

가수들이 활동을 하면서 가장 공을 들이는 것 중 하나가 팬들과의 호흡이다. 가수는 콘서트나 팬미팅을 통해 팬들과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며, 끈끈한 유대관계를 형성한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이 모든 걸 앗아갔고, 언택트 공연이 해결 방안으로 떠올랐다. 직접적인 소통은 불가하더라도, 화면을 통해 팬들과의 만남을 이어 갈 수 있었으며, 더 나아가 물리적 제약을 완전히 뛰어넘은 '메타버스(Metaverse, 3차원 가상세계)'가 활성화되면서 신선함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다 지난 2022년부터 차츰 코로나19가 완화되고, 지난해부턴 엔데믹으로 전환되자 온라인을 통한 소통은 차츰 수그러들기 시작했다. 아무리 3D 그래픽과 증강현실(AR) 기술 등으로 생동감 있게 구현한다 하더라도, 오감으로 직접 느끼지 못하는 낮은 현실감은 한계였기 때문.

다시금 팬들과의 직접적인 소통이 가능해지자 언택트 공연에 치중하던 가수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오프라인 대면 공연 개최를 알렸고, 이는 대관을 위한 가수들의 보이지 않는 전쟁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지난해엔 코로나19로 억눌렸던 공연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대면 공연이 폭발적으로 이뤄졌고, 올해 역시 수많은 가수들의 콘서트가 예정돼 있거나 계획에 잡혀있다.

박송아 대중문화평론가는 "코로나19 종식 후 대면 공연의 부활은 대중문화 예술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보였다. 움츠려있던 가요계와 공연업계도 다양한 뮤지션들의 음원 발매뿐만 아니라 콘서트로 활발한 활동을 재개했다. 오랜 기간 언택트 공연으로 인해 가수와 팬 간의 소통이 부족했던 만큼, 대면 공연이 활성화됐다. 제한적이었던 문화생활을 즐기려는 수요가 급등하며 티켓 판매율도 증가했다"라며 현 공연계 분위기를 전했다.

또 한 공연 관계자는 "어렵게 정상화를 이루고 있으며. 이에 따른 매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면서도, 대관 실정에 대해선 "일찌감치 다양한 가수들의 대관 문의가 들어오고 있으며, 빠르게 확정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관 경쟁이 상당히 과열되고 있는 양상"이라고 밝혔다.

◆ 반짝 인기? 버추얼(Virtual) 가수 수요 폭발

메이브, 플레이브

1990년대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사이버 가수 아담을 기억하는가. 당시 아담의 인기는 상당했다. 1집 앨범은 20만 장의 판매고를 달성했으며, 인기에 힘입어 광고 모델로도 활동했다. 그러나 기술력의 탓인지 아담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고, 수십 년이 흐른 후 코로나19와 맞물려 버추얼 가수 열풍이 다시금 거세게 불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메타버스 바람이 불면서 버추얼 휴먼(virtual human, 가상 인간) 산업도 함께 성장했다. 실제로 그전까진 게임산업에 국한돼 캐릭터의 일부 정도로만 활용됐던 버추얼 휴먼은 지난해부턴 각종 산업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했고, 가요계에서도 수많은 버추얼 가수가 론칭되면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코로나19가 종식됨에 따라 버추얼 가수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지 않겠냐라는 시선이 컸다. 하지만 이는 기우였다. 사람보다 더욱 더 다양한 표정과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으며, 실제 사람 못지 않은 디테일한 외모는 갖춘 버추얼 가수는 이질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반응을 이끌어내며 MZ세대로부터 큰 관심을 일으킨 것. 아울러 다양한 헤어 스타일과 체형, 의상까지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어 보다 다양한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점이 신선하다는 반응을 이끌어내며 더이상 낯설지 않은 문화로 자리잡았다.

음악 레이블 아티카(ARTICA)에서 버튜버(버추얼 유튜버) 프로듀서로 활동하는 도끼낑뀐은 "버추얼 가수는 음악뿐 아니라 방송,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로 팬층을 늘려나가고 있다. 노래는 물론, 재미난 입담, 게임 등을 통해 실시간 방송으로 팬들과 소통한다는 장점이 있고, 가상의 인물이기 때문에 세계관, 콘셉트도 제한이 없다. 또한 직장인처럼 하루 4~5시간 등의 꾸준한 방송은 팬들이 원할때 언제든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감을 느끼게 해준다. 캐릭터를 살려 다양한 굿즈, 웹소설, 웹툰 등의 컨텐츠에 주인공으로 나오기도 하며 많은 볼거리를 선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전엔 서브컬처 느낌이 강해 소수의 사람들이 즐겼다면, 요즘 젊은 세대에선 버추얼 가수나 버튜버를 시청하는 게 트렌드적인 면모를 보이며 기존의 팬덤에 새로운 유입, 신선한 바람이 불고있다. 기존의 음악시장에서는 볼 수 없던 신선함과 다양한 콘셉트, 소통은 대중적인 콘텐츠들과 접목해 확장됐고, 코로나19 이후에도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갈증과 재미를 찾는 소비자들이 계속해서 찾을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박송아 대중문화평론가는 "메타버스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버추얼 가수들은 지속적인 인기를 누릴 수 있게 됐다. 특히 메타버스에 익숙한 Z세대, 알파세대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비대면 소통에 익숙해지며 버추얼 아이돌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AI와 가상현실 등 새로운 기술과 창의력을 통해 제작된 콘텐츠는 실제 활동하는 가수들만큼의 이상적인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모습들이 팬들에게 인기를 끄는 요인으로 보여진다"고 분석했다.

◆ 가요계 점령한 버추얼 아이돌, 올해도 기대↑

이세계아이돌

버추얼 가수는 현재 온라인에만 치중하지 않고, 실제 가수들의 무대에 서는 것은 물론, 각종 음악 차트에 이름을 올리는 등 영역을 점차 넓히고 있다. 실제로 버추얼 걸그룹 메이브(MAVE:)는 지난해 1월, 데뷔와 동시 MBC 음악프로그램 '쇼! 음악중심'에 잇따라 출연해 데뷔곡 '판도라(PANDORA)' 무대를 선보여 화제를 모으더니, 12월에도 '쇼! 음악중심'에 출격해 첫 번째 EP 앨범 타이틀곡 '왓츠 마이 네임(What's My Name)' 무대를 선보이는 등 음원 발매마다 음악 방송에 꾸준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가상의 공간을 넘나드는 듯한 연출로 시청자들에게 신선함을 안겼다는 평이다. 이뿐만 아니다. 메이브는 아이튠즈 스위스, 호주, 영국, 미국 등 4개 지역 K팝 톱 싱글 차트 진입을 포함해 톱 앨범 차트와 애플뮤직 차트에서도 두각을 나타냈으며, 공식 뮤직비디오는 1000만 뷰를 돌파했다.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 비주얼의 보이그룹 플레이브(PLAVE) 역시 지난해 3월 데뷔 후, 눈에 띄는 성장세를 그리고 있다. 지난해 8월 발매한 미니 1집 '아스트룸 : 더 셰이프 오브 띵스 투 컴(ASTERUM : The Shape of Things to Come)'으로 초동(발매 후 일주일간 음반 판매량) 20만 장을 돌파했으며, 12월 공개한 캐럴 '메리 플리스마스(Merry PLLIstmas)'는 발매 직후 멜론 최상위권에 랭크되는 등 높은 인기를 구가 중이다. 9월에는 서울 마포구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MBC 아이돌라디오 콘서트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이 같은 활약을 바탕으로 플레이브는 각종 음악 시상식의 신인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가장 화제의 중심에 있는 버추얼 아이돌 그룹은 구독자 163만 명를 거느린 유튜버 우왁굳(오영택)이 제작한 걸그룹 이세계아이돌(이세돌, ISEGYE IDOL)이다. 이세계아이돌은 앨범 발매마다 자체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발매한 세 번째 싱글 앨범 '키딩(KIDDING)'은 공개 하루 만에 멜론 200만 스트리밍을 달성하더니, 멜론 TOP100 6위에 오르는 등 실제 톱아이돌 못지않은 파급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지난 9월에는 실제 아이돌 그룹과 함께 메타버스 연계 오프라인 뮤직 페스티벌에 서기도 했다.

올해 역시 버추얼 가수들이 가요계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버튜버 프로듀서 도끼낑뀐은 "현직 가요계에서 활동하는 프로듀서, 엔터 종사자, 기업들이 뛰어들면서 버추얼 가수 음악시장의 퀄리티가 많이 발전했다. 더 많은 가요계 사람이 버추얼 시장에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또 기술의 향상으로 다양한 콘텐츠들이 가능해지고 있기에 많은 전문가들이 가요시장에 버추얼 가수의 공생을 위해 노력하고 여러 시도를 할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K팝의 글로벌 인기처럼 K버츄얼 시대로 다양한 즐거움을 선사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박송아 대중문화평론가는 "현재 버추얼 가수가 음원 차트에 올라가고 음악방송에서 무대는 물론 팬미팅, 굿즈 판매, 콘서트 등 현실 가수와 비슷한 활동을 하면서, 문화적 파급력을 자랑하며 대규모 경제 효과도 내고 있다. 가요계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활동하는 버추얼 가수들은 새로운 음악 스타일과 트렌드를 만들어내며, 현실 가수들에게도 영감을 주는 존재가 될 수 있다"면서도 "소통과 유대감을 기반으로 하는 K팝의 장점이 메타버스에서는 한계가 보일 수 있기 때문에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피력했다.

[티브이데일리 김한길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출처=DB, 메이브, 플레이브, 이세계아이돌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