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맨' 김희애는 멈추지 않는다 [인터뷰]
2024. 02.09(금) 10:00
데드맨 김희애
데드맨 김희애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유연함이 있다. 무엇보다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필모그래피를 쌓아나가는 지구력을 지녔다. 이는 배우 김희애가 40년이라는 세월 동안 대중과 호흡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7일 개봉된 영화 ‘데드맨’(감독 하준원)은 이름값으로 돈을 버는 일명 바지사장계의 에이스가 1천억 횡령 누명을 쓰고 ‘죽은 사람’으로 살아가게 된 후, 이름 하나로 얽힌 사람들과 빼앗긴 인생을 되찾기 위해 추적에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김희애는 극 중 정치 컨설턴트 심여사를 연기했다.

‘데드맨’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미지의 영역인 바지사장이라는 소재다. 바지사장이라는 말은 흔히들 사용하지만, 그걸 업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김희애도 그 지점에 흥미를 느꼈다고 했다. 김희애는 “기존에 보지 못한 소재여서 신선했다”고 했다.

소재의 흥미에 더해 심여사라는 캐릭터도 김희애를 매료시킨 부분 중 하나다. 남자 배우가 맡을 법할 정도로 파워풀한 카리스마가 있는 캐릭터가 여자라는 점이 김희애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단다. 김희애는 “심여사 역할만 해도 옛날이면 남자가 했다. 여자가 파워풀하게 정치판을 쥐락펴락하는 걸 상상할 수 없지 않나. 그래서 심여사 캐릭터가 반가웠다”고 했다.

심여사는 당초 남성 캐릭터였다. 그렇지만 하준원 감독은 김희애와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 5년 간 준비했던 시나리오를 뜯어고쳤다. 그 점도 김희애의 마음을 움직였다. 김희애는 “감독님이 참 겸손하다. 연출만 하지 글도 잘 써서 놀라웠다. 그 정도 쓰면 건방질 법도 한데, 감독님도 자기 커리어가 있고 해온 게 있는데 제가 뭐라고 골수 뽑듯 시나리오를 고치나”라고 했다.

이어 김희애는 “어떻게 하면 히트 칠지 생각하기보다 순수한 마음으로 쓴 작품이라는 게 느껴졌다. ‘요즘은 이래야 먹히는데’ 이게 아니라 감독님이 바지사장 세계에 관심 갖고 열심히 조사하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이런 작품이 나올 수밖에 없구나 생각한다”라고 했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심여사는 정치 컨설턴트라는 점에서 김희애의 전작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퀸메이커’의 황도희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김희애는 심여사와 황도희는 전혀 다른 캐릭터라고 못 박았다. 김희애는 “황도희는 대기업의 해결사였다가 나락으로 떨어져서 복수를 하기 위해 정치 컨설턴트가 됐다. 그렇지만 심여사는 등장부터 정치판을 쥐락펴락하는, 레벨이 다른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김희애는 “심여사는 외모적으로도 노련하고 이미 오래된 노련한 정치판의 고수라고 생각했다. 황도희와는 완전히 결이 다르다고 느꼈다”라고 덧붙였다.

심여사의 강인한 면모를 비주얼로 구현하기 위해 분장, 미술팀에 의지했다는 김희애다. 김희애는 “미술, 분장팀이 아이디어가 많더라. 배우로서는 많이 변신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없기 때문에 좋았다. 얼마든지 하시라고 믿고 맡겼던 기억이 있다”라고 했다.

매 작품마다 고유한 연기톤으로 캐릭터를 빚어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김희애는 자신의 모습을 지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김희애는 “최대한 텍스트에 중점을 둬서 또 다른 만들고 싶다. 가급적 제가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대본에 충실하려고 한다”라고 했다.

심여사도 변신에 대한 김희애의 갈망을 담은 캐릭터다. 김희애는 “배우라면 누구나 변신하길 원하지 않나. 심여사가 첫 등장했을 때 제가 기존에 가진 이미지를 아무도 생각 안 했으면 했다. 처음부터 화끈해 보이길 원했다”라고 했다.

김희애가 심여사를 완성하기 위한 마지막 킥은 모호함이었다. 이만재(조진웅)의 조력자인지, 빌런인지 모호해 보였으면 했다고. 김희애는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심여사가 빌런인지 아닌지 생각하면서 끝까지 읽게 됐다. 심여사도 이만재를 처음부터 이용하려 한 건지 도와주려 한 건지 계획하진 않았을 것”이라면서 “우리가 보통 마음이 두 가지이지 않나. 심여사도 그러지 않았을까. 제가 연기할 때조차도 이 사람을 좋은 사람이라고 규정하기보다는 장면마다 집중해서 연기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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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에 있어서는 대중에게 신뢰를 얻고 있는 김희애지만, 아직 단 한 사람의 신뢰는 얻지 못했다. 바로 자기 자신이다. 아직도 자신이 출연한 작품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는 김희애는 “왜 저기서 저렇게 했을까 반성하면서 본다. 저는 제가 한 걸 잘 못 보겠더라”라고 부끄러워했다.

김희애 스스로는 자신의 연기가 부족하다고 하지만, 40년 이상 대중과 함께 할 수 있었던 건 결국 연기다. 20대 때는 그만두고 싶었을 정도로 힘들었지만, 그래도 김희애는 멈추지 않고 자신만의 연기로 커리어를 쌓아나갔다. 커리어를 멈추지 않았기 때문에 김희애는 자신이 지금에 이를 수 있었다고 했다.

꾸준히, 그리고 멈추지 않는 것이 원동력이라는 김희애다. 멈추지 않고 달려온 김희애는 또다시 달려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올해 공개 예정인 넷플릭스 ‘돌풍’으로 글로벌 시청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던 김희애에게 게도 아직 하고 싶은 역할이 있었다. 스스로를 잊어버릴 정도로 몰입해서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나고 싶다고. 김희애는 “김희애는 완전히 사라지고 그 캐릭터만 남았으면 좋겠다”며 아직도 연기에 대한 열정을 보였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콘텐츠웨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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