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에 가까운 관심에도, 정형돈의 우문현답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2024. 05.13(월)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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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가까운 관계일수록, 적절한 거리 조정은 특히 중요하다. 마음이 잘 맞는 상대를 만나는 것 자체가 어렵다 보니, 그렇게 운 좋게 만나 ‘아’하면 ‘어’하고 ‘쿵’하면 ‘짝’하는 놀라운 과정을 겪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그 혹은 그녀와 자신을 동기화시키고 마는데, 바로 이때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본인도 모르게 넘을 위기에 처하기 십상이니까.

자신이 상대의 모든 것을 안다고 오만하게 되는 순간인 까닭이다. 알다시피, 아무리 가까워도 자신이 아닌 타인을 온전히 알고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종종 나조차 나 자신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랍기 그지없는데, 이런 존재가 또 다른 존재를 다 알고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고 자신한다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가.

이 단단한 착각이자 오해가 ‘손절’이라는 참혹한 결과를 낳기도 하니, 신뢰로 이루어지는 관계의 탑이 쌓는 데까진 꽤 오랜 시간 소요되면서 무너지는 건 또 한순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매 순간 되새겨야 하겠다. 팬데믹으로 각자의 건강을 위해 물리적인 거리를 둔 것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건강한 관계를 위해 적당한 ‘거리 두기’의 필요성이 끊임없이 대두되고 있는 이유이겠다.

와중 이 거리 두기가 도통 되지 않는 관계가 있다. 대중과 스타다. 혹자는 스타와 대중이 실재적인 친밀감 위에 놓인 관계도 아니고, 거리 두기를 적용할 게 무어냐며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러하나, 특정 스타에게 짙은, 아니 짙다기보다 좀 과도한 애정이나 관심을 갖게 되는 경우, 그 혹은 그녀에 한해서만큼은 선을 넘는 상황이 무시로 벌어지기 때문이다. 실은 선을 넘는다는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이루어지는 게 태반이다.

우선 ‘스타’란 존재는 원치 않는 부분까지 사람들의 뜨거운 시선과 관심을 받는 걸 숙명으로 지니고 있으니까, 그 또한 다 애정이 아니겠냐는 생각을 바탕으로 조금의 망설임이나 머뭇거림, 죄책감도 없이 행해지는 것이다. 게다가 직접 대면하여 관계를 쌓은 사이가 아니어서 설사 선을 넘는 불편한 관심이었다 해도 직통으로 비판을 받는다거나 손절의 리스크 또한 없을 터. 그리하여 애정 어린 관심이라기엔 폭력의 형태에 가까운 오지랖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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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정형돈은 얼마 전 그의 아내 한유라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게시한 영상에 길고 긴 댓글을 남겼다. 데뷔 23년 만에 댓글 남겨 보기는 처음이라는 그가 굳이 포문을 연 계기는, 자신과 자신의 가족이 현재 놓인 상태를 왜곡된, 오해 가득한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이 던지는 날 선 말에 아내와 아이들이 더 이상 상처받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보통의 다른 가정처럼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고 세상 사는 사람들처럼 살고 있어요. 너무 걱정 않으셔도 됩니다” 승승장구하던 시점에서 공황장애로 행보를 잠시 멈춘 바 있는 정형돈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애잔한 시선이 여전하다 못해, 그를 홀로 놔두고 외국으로 떠난 가족을 향한 비난으로 이어졌고, 심하게는 마치 아내 한유라가 정형돈을 착취라도 하는 마냥 분노를 표출하는 이들도 적지 않게 있었던 게다.

보다 못해 딸까지 나서서 악플을 남기지 말아 달라 이야기하는 상황에서 아빠인 정형돈이 가만히 있을 수 없고. 데뷔 이후 첫 댓글을 작성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하지만 그 가운데 정형돈의 스타다운, 지극히 영민한 대처가 돋보였는데, 비난의 각 지점을 명확하게 해명하여 모든 오해와 억측을 한 번에 불식시키는 동시에, 모든 분노의 발로가 다름 아닌 관심임을 알고 있다고, 그럼에도 감사하다고 덧붙이며 빗나간 반응을 일순 머쓱하게 만든 것이다.

이게 바로 우문현답이 아닐지. 선 넘고 도도 넘은 관심, 지나쳐도 너무 많이 지나쳐서 폭력에 가까운 형태가 된 관심을, 조금의 흥분도 없이 정형돈답게, 특유의 위트를 섞어 제대로 응수했다. 가족이 관련된 상황이라 더욱 조심스럽게 굴었을 수도 있다만. 그렇다면 그마저도 현명했다. 이를 지켜보는 대중은 스타와의 관계에도 ‘거리 두기’의 인식이 필요함을 새삼 자각해야 하겠다. 대중이 누리고 있고 누려갈 대중 문화가 좀 더 건강한 모양새로 존재하고 또 발전하길 바란다면.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etvidet@naver.com, 사진 = 한유라SNS, 유튜브 채널 ‘한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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