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영원한 오빠'이자 가왕 조용필이 돌아왔다.

조용필의 정규 20집 '20'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가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에서 진행됐다.

◆ "11년 만의 정규, 마지막 앨범일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준비"

이날 조용필은 자신감 넘치는 포즈를 한 채 올라가는 스크린 사이에서 등장, 취재진의 플래시 세례를 이끌었다. 이후 조심스레 마이크를 입 가까이 대더니 "이렇게 또 뵙게 되니 쑥스러우면서도 영광스럽다. 내 나이 벌써 70이 넘어 신곡을 발표한다는 것이 굉장히 어려웠지만 열심히 열심히 해봤다"는 소감을 전했다.

'20'은 조용필이 지난 2013년 발매한 정규 19집 '헬로(Hello)' 이후 무려 11년 만에 선보이는 정규 앨범. 새 정규를 내기까지 11년이나 걸린 이유는 무엇일까. 조용필은 "콘서트는 계속해왔지만 음반은 쉽게 낼 수 없었다. 우선 내 마음에 들어야 했는데, 마음에 들다가도 이튿날 다시 들어보면 별로일 때가 많았다. 그런 곡이 수백 곡이었다. 그러다 보니 새 정규를 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라고 답하며 "10월 초까지도 녹음을 진행했다. 사실 녹음한 곡이 한 곡 더 있었는데 앨범에 넣진 못했다. 성향이 이 앨범 속 곡들과는 달랐다. 아마 다음 기회에 내지 않을까 싶다"라고 전했다.

이어 "많은 분들이 '조용필, 20집을 끝으로 은퇴하는 거 아냐?' 추측하셨는데 나 역시 앨범으로썬 이게 마지막일 것 같다"라고 밝혀 아쉬움을 자아내다가도 "다만 모르겠다. 앞으로 내가 어떻게 될지. 미쳐가지고 21집까지 낼지, 그건 잘 모르겠다. 좋은 곡이 있으면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싶다"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 조용필이 '그래도 돼'를 통해 전할 메시지

타이틀곡 '그래도 돼'는 이 시대 모든 이들을 위한 뭉클한 응원가다. 조용필은 가사를 통해 '이제는 자신을 믿어보라'고, '조금 늦어도 좋다'고 이야기하며 이 시대 모든 이들의 어깨를 토닥여준다. 여기에 호쾌한 전기기타, 청량감 넘치는 절창, 고해상도의 사운드가 더해지며 조용필만의 모던 록을 완성했다.

조용필은 '그래도 돼'를 만들게 된 계기를 묻는 질문에 "올봄 TV에서 한 스포츠 경기를 보는데 최종 우승자가 세리머니를 하지 않냐. 반면 끝까지 우승자와 함께 싸웠던 선수는 카메라가 비추 지도 않더라. 패배하자마자 카메라가 돌아갔다. 그런 모습을 보며 패자의 마음은 어떨까 싶었고, 나라면 어떨까 싶었다"라고 운을 뗐다.

"만약 나라면 '다음엔 이길 거다' '지금은 이래도 된다'라는 마음을 가질 것 같았다"라는 조용필은 "이런 이야기를 작사가님(임서현)께도 들려줬고, 우리의 메시지를 돌려 돌려 이야기하기보단 직접적으로 말하고 싶었다. 모든 사람이 성공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냐. 똑같은 마음을 지닌 사람이 많을 것 같은데, 나 역시 우승자가 아닌 패자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조용필은 '그래도 돼'를 내놓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을 작업실에서 보냈다고 들려줬다. 그는 "매번 곡 작업을 할 때면 미완성으로 끝나게 된다. 지금까지 완벽히 만족해서 곡을 내놓은 적이 한 번도 없을 정도다. 지금도 이 곡을 듣고 있으면 한심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겉치레로 얘기하는 게 아니고 항상 그런 생각을 한다. 주위에서는 이 정도면 된 것 같다고 말하는데, 난 속으로 늘 화가 나있다. 그러다 보니 녹음을 거듭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 조용필이 50년 넘게 '도전'할 수 있던 원동력

이번 신보에는 타이틀곡 '그래도 돼' 외에도 막 사랑에 빠진 사람의 주체할 수 없는 마음을 담은 '찰나', 신나는 비트와 질주감 넘치는 멜로디가 특징인 '타이밍(Timing)', 넓은 초원에서 열린 캠핑 축제를 떠올리게 하는 '세렝게티처럼', 가을밤 꿈처럼 아련한 러브송 '왜', 청량한 축제 바이브를 지닌 '필링 포 유(Feeling Of You)', 쫄깃한 빌드업과 밀도 높은 베이스가 귀를 사로잡는 '라'까지 다채로운 매력을 지닌 7개 트랙이 수록된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 이렇게나 과감하고 도전적인 시도에 계속 임한다는 건 가수로서 쉽지만은 않은 일.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멈춤 없이 도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무엇이냐 묻자 조용필은 "가수이기 때문"이라고 답하며 "가수로서 노래하는 걸 좋아하고, 음악을 좋아하고, 장르에 대해서도 다양하게 들어야 하고, 계속 배워야 하는 건 당연하다 생각한다. 그렇기에 나도 여전히 창법이라든지 음성을 내는 방법들을 끝없이 연구하고 연습하고 있다. 후배 가수들을 보면서도 '저 가수는 저렇게 목소리를 냈는데 난 될까?'라는 마음으로 바로 시도해 본다. 여전히 그런 작업이 재밌다. 그래서 지금까지 가수 활동을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음악은 가수가 하는 표현일 뿐"이라는 그는 "아무리 내가 가사를 쓰고 곡을 만들었다 하더라도 노래의 주인은 대중이다. 옛날엔 그걸 몰랐지만 나이가 먹으며 차츰차츰 깨닫고 있다. 대중이 만족할 음악을 만들기 위해 끝없이 연구하고 배우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조금이나마 더 노래할 수 있는 목소리가 유지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연습을 통해 조금 더 강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노력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조용필의 정규 20집 '20'의 CD는 11월 1일 발매된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스포츠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