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어린 나이지만, 똑똑하고 강단 있는 모습에 되려 위로받고 또 배우게 된다. 나이와 상관없이 성인 배우만큼 연기에 진심이고, 또 잘 해낼 배우 최수인을 응원하는 이유다.

30일 개봉되는 영화 ‘최소한의 선의’(감독 김현정)는 난임으로 스트레스를 받던 고등학교 교사 희연(장윤주)이 반 학생 유미(최수인)의 임신으로 혼란을 겪지만 ‘유미’의 상황을 고민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의에 대해 우리 모두에게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평범한 고등학생에서 미혼모가 되는 유미를 연기했다.

최수인은 ‘최소한의 선의’ 속 유미와 희연의 관계성과 그 스토리 라인이 좋았다고 했다. 임신이라는 소재가 부담스러웠지만, 그럼에도 ‘최소한의 선의’를 선택한 이유는 두 사람의 관계성 때문이었다고.

유미와 희연의 관계성에 매료돼 ‘최소한의 선의’를 선택했지만, 예상대로 임신이라는 주제는 큰 부담이었다. 이에 최수인은 임신 소재를 다룬 방송들을 챙겨보며 하나, 둘씩 공부해 나가면서 유미의 마음을 이해하려 했다. 특히 유미와 비슷한 상황을 겪은 사람들이 출연하는 ‘고딩엄빠’는 첫회부터 빼놓지 않고 모니터링을 했단다.

하지만 최수인이 공부로 알아낼 수 있는 부분은 한계가 있었다. 이에 희연 역의 장윤주가 많은 도움을 줬다고. 최수인은 “제왕절개랑 자연분만은 다른 고통이라고 하더라. 또 유미와 희연이 몸싸움을 하는 장면에서 선배님이 ‘애 먼저 지킬 것 같아? 아니면 너도 모르게 넘어질 것 같아?’라고 질문을 하셨다. 사소한 행동까지도 윤주 선배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 말했다.

장윤주의 도움을 받아 임신이라는 주제에 대해 조금씩 몰랐던 부분을 새롭게 알아가며 유미를 더욱 이해할 수 있었던 최수인이다. 왜 유미가 중절수술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게 됐고, 또 입양을 보내려다가 아이를 키울 결심을 하는 것인지 유미의 복잡다단한 감정선을 면밀하게 살피며 세세하게 이해하려고 노력했단다.

하지만 유미의 감정선이 모두 단번에 납득이 된 것은 아니다. 유미가 아이 아빠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온전히 혼자서 감당하려고 하는 것에 대해 처음엔 이해가 가지 않았다고. 이에 최수인은 김현정 감독에게 물으며 유미를 이해하려고 했다.

그래서 최수인은 유미의 마음을 이해했을까. 최수인은 유미가 아이 아빠에게 책임을 같이 부담하자고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유미는 이 오빠를 너무 사랑했고, 남자친구의 현재 상황을 너무 잘 알고 있어서 응원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자신처럼 살지 말라고 보내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유미를 깊이 이해한 뒤로는 유미의 옷을 입고 연기할 때 전혀 거리낄 것이 없었다. 자신이 이해한 유미의 마음과 감정들을 온전히 표현하는데 집중한 최수인이다.

특히 아이를 입양 보내려는 유미가 동생으로부터 “왜 엄마가 아이를 버려?”라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는 장면은 최수인의 자연스러운 감정 연기로 큰 울림을 자아내는 장면 중 하나다. 해당 장면에서 최수인은 임신과 출산으로 누구보다 고통스러웠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했던 유미가 내면의 혼란스러운 감정들을 제대로 자각하는 과정을 별다른 대사 없이 표정 연기만으로 관객을 설득시킨다.

최수인은 이에 대해 “유미는 본인의 인생이 중요해서 아이를 원치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내면에는 그래도 아이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유미는 가정 환경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본인의 자식에게는 그러지 않고 싶었던 것 같다. 동생에게 그 말을 듣고 유미의 솔직한 감정이 나오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유미가 세상의 편견과 눈앞으로 다가온 고충들에도 무너지지 않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건 희연을 비롯해 자신을 믿어주는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희연과 친구들이 보여준 최소한의 선의가 유미를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게 한 최고의 응원이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최수인은 “저도 영화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제 주위에 좋은 분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보니까 감사하면서 살고 있다”라고 했다.

어린 시절의 경험이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지 그 방향을 결정한다고 흔히들 말한다. 이제 막 20대가 된 최수인은 밝고 긍정적인 사고를 지닌 싱그러운 청춘으로 성장해나가고 있었다. 그 성장배경에는 최수인이 학교를 다닐 때 만난 경비 아저씨가 있었다. 최수인은 “매일 아침마다 밝게 인사해 주는 경비 아저씨가 계셨다. 그 아파트에 살지 않는 친구들에게도 그렇게 해주셨는데, 저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단단한 모습들이 진정한 어른이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감정이 요동친다고 해서 그걸 다른 사람에게 드러내는 사람이 아니라 한결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제법 똑 부러진 대답을 전했다.

학창 시절 경비 아저씨로부터 받은 인사는 최수인을 언제 어디서나 해맑게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힘이 됐다. 최수인은 “제가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는데 별 거 아닌 것 같은 밝은 인사와 잘 먹었다는 인사를 받으면 하루종일 기분이 좋더라. 손님과 아르바이트 생이 서로를 존중해 준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너무 컸던 것 같다”라고 했다.

이렇듯 밝고 건강한 어른으로 자란 최수인은 아역배우에서 성인 배우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놓여있다. 그 성격대로 최수인은 최대한 여러 역할들을 하면서 자신의 스펙트럼을 넓혀가 싶다면서 티 없이 맑은 웃음을 보였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최소한의 선의', 매니지먼트m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