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 내용 요약

정통 네임드 ‘청룡’, 난데없는 편파 논란
정우성 조명하느라…故 김수미 부재

[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혼외자를 책임지겠다는 정우성에게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쏠린 가운데, 하늘의 별이 된 고(故) 김수미 존재는 정작 어디에도 없었다. 정통 강호 ‘청룡영화제’가 어느새 “내부 파티”가 됐다는 탄식도 나온다.

지난 29일 열린 ‘제45회 청룡영화상’을 두고 업계 관계자들, 대중, 매체들은 최근 사생활 구설에 휩싸인 정우성 참석 여부에 관심을 쏟았다. 당일까지 그의 참석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가운데, 그는 극비처럼 조용히 턱시도를 입고 레드카펫에 모습을 드러냈다.

정우성은 최근 인플루언서 겸 모델 문가비가 지난 3월 출산한 아들이 자신의 친자가 맞다고 자인했다. 결혼은 없지만 아들만은 책임지겠다는, 한국 통념상 다소 이색적인 행보도 화제를 모았다. 일각에서는 “새로운 가족상의 시작점”이라는 다소 이른 호응을 쏟아냈다.

더불어 그에게 오래 사귄 비연예인 여자친구가 있으며, 인스타 계정 등을 통해 그에게 ‘추파 문자’를 받았다는 비연예인 20대 여성들의 글이 다수 게재된 상황은 그의 실체가 만천하에 까발려진 격이다. 일부 대중은 그를 “한국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라 요약했다.

사생활은 사생활일 뿐일까. 그는 마침 올해 최다관객상을 수상한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에서 이태신 장군 역할로 유의미한 캐릭터 승전보를 울렸다. 일견 정우성이라는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배우로서 그가 대외적으로 잘 한 일, 즉 공사(公私)는 분리돼야 할지도 모른다.

정우성은 수 십 년 간 충무로와 대중을 상대로 살아남은 베테랑이다. 가십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군중 심리를 모르지 않을 터. 그는 “오늘 '서울의 봄'과 함께했던 모든 관계자들에게 저의 사적인 일이 영화의 오점으로 남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 또한 저에게 사랑과 기대를 보내주셨던 모든 분들에게 염려와 실망을 안겨드린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모든 질책을 자신이 받겠다며, 그리고 아버지로서 아들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다 할 것”이라며 다소 당당한 태도를 고수했다.



정우성, 당당한들…
'청룡'은 신문고가 아니다

그러나 정우성이 간과한 것이 있다. 엄밀히 말해 국내 유수 영화제는 셀러브리티들의 기자 회견장이 아니다. 지난 며칠 간 자신을 둘러싼 여성 편력 논란에 입을 다문 그가 지상파 카메라 앞에서 한국 통념상 아직은 의아하고 수용되기 힘든 개인 결정을 통보했다. “모든 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발언 아래에는, 이런 자신의 개인사가 국내 대중들에게 불편한 일임을 충분히 아는 자각도 있다.

물론 ‘청룡’을 수식하는 관용구는 ‘영화인들의 축제’다. 화려한 턱시도와 드레스, 레드카펫과 스포트라이트가 비추는 중심부에는 배우나 투자사, 제작사 등 관계자들이 자리한다. 그러나 그 속뜻을 살펴볼 필요는 있다. 이들의 지난 수 십 년 노고를 예리하게 지켜보며 뜨거운 예매율, 관객석으로 화답한 것은 범대중이었다. ‘청룡’은 다만 영화인들의 파티장이 아닌, 이 모든 소비자들의 축제이기도 하다. 정우성 배우는 어떤 자격으로 이 자리를 프라이버시 해명의 장으로 썼나.

무슨 이유에선지 지난달 25일 오전 갑작스레 별세한 김수미에 대한 추모 자리도 마련되지 않았다. 1970년 MBC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드라마, 예능뿐 아니라 충무로 개그 대모로도 불린 그를 충무로는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까. ‘가문의 영광’으로 추석 연휴 극장가를 일견 책임졌으며, ‘욕쟁이 할머니’라는 독보적 캐릭터 영역도 구축했던 그였다.

거듭 말하지만 세계 필름마켓을 파워풀하게 장악한 충무로 작품들은 제작진은 물론, 이를 소비해 온 모든 관객들의 성과물이다. 그렇다면 정우성이 무척 죄송해 한 “모든 분들”의 시선이야말로 한 치의 편파적 경향, 내부자들의 선호도나 감정을 배제한 채 철저히 반영돼야 한다. 이를테면 53년 간 카메라 앞에 선 김수미의 발자취를 기억하는 일. 그런 공정성이 촉구될 때다.



[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news@tv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