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어느 작품을 선택하든지 우리의 취향일 거란 믿음이 있다. 늘 새로운 것에 대해 고민하며 도전을 마다하지 않았던, 그 시간과 경험들이 쌓여 이제는 우리의 취향 그 자체가 된 배우 이준혁이다.

지난달 7일 10회 공개를 끝으로 종영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좋거나 나쁜 동재’는 드라마 ‘비밀의 숲’ 시리즈의 스핀오프로, 스폰 검사라는 과거에서 벗어나 현재로 인정받고 싶은 검사 서동재(이준혁)의 화끈한 생존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준혁은 ‘비밀의 숲’ 시리즈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 청주지검 형사부 검사 서동재를 연기했다.

이준혁이 처음 서동재를 만났을 때, 뻔하지 않아서 좋았단다. 소속사에 강력하게 의견을 어필하면서까지 서동재를 연기하려고 했던 이유다. 그렇지만 ‘비밀의 숲’ 시즌 1, 2를 지나오며 이준혁에게 서동재는 뻔한 캐릭터가 됐다. 이미 두 번이나 연기한 캐릭터인데 뭘 더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었다.

그럼에도 서동재의 옷을 다시 입은 이유는 ‘비밀의 숲’ 시리즈에 대한 애정 때문이었다. ‘좋거나 나쁜 동재’가 스핀오프로서 새로운 결을 만들어냄과 동시에 ‘비밀의 숲’ 시즌1에서 황시목(조승우)이 서동재의 비리를 한 번 눈감아줬던 큰 그림을 완성하는 작품이었으면 했단다. ‘좋거나 나쁜 동재’의 엔딩을 보면 자연스레 ‘비밀의 숲’ 시리즈를 다시 시청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끔 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 목표를 위해서 이준혁은 하나의 원칙 아닌 원칙을 세웠다. ‘비밀의 숲’ 시리즈와는 시작부터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것. 이에 이준혁은 “스핀오프가 나올 때 기존 작품과 장르 자체가 변하지 않으면 단독 작품으로서 완벽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는 어떻게 하면 새로운 걸 만들 수 있을지 고민했다”라고 강조했다.

이준혁의 말처럼 ‘좋거나 나쁜 동재’는 ‘비밀의 숲’ 시리즈와 장르 자체가 다르다. 서동재의 캐릭터성에 맞게 블랙코미디의 맛을 첨가해 기존 팬들에게는 신선한 맛을, 새로운 시청자들에게는 독특한 맛을 주는 스핀오프로 완성됐다.

주인공이 된 서동재는 이준혁에게 엄청난 분량의 대사를 폭탄처럼 안겨줬지만, 일면 좋은 점도 있었다. 시즌1에서는 악역으로서 어느 정도 기능적인 역할을 해야 했기 때문에 표현할 수 있는 한계가 있었다면, ‘좋거나 나쁜 동재’에서는 그 한계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이준혁은 “이번에는 상대방 연기에 다 반응해 줄 수 있는 캐릭터여서 좋았다”면서 “성웅이 형이 에너지를 높이 쓰니까 같이 높이 쓸 수 있었고, 상대방의 연기에 따라서 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라고 말했다.

사실 좋은 점보다는 매 순간이 부담이었다. 주연이어서가 아니라 조승우 배두나가 만들어 놓은 ‘비밀의 숲’ 시리즈를 이어나가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더 컸다. 촬영하는 내내 반응이 안 좋으면 어떻게 하나라는 생각에 몰두된 나머지 연기의 재미도 느끼지 못했단다.

이렇게 이준혁의 고뇌와 고통을 먹고 자란 ‘좋거나 나쁜 동재’는 ‘비밀의 숲’ 시리즈 팬들 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으며 완벽한 스핀오프라는 호평을 이끌어냈다.

과거 행적들이 번번이 발목을 붙잡아 매번 승진에서 미끄러지지만 가족들을 위해 지치지도 않고 다시 일어서는 서동재의 잡초 같은 생명력, 여기에 자신도 모르게 범인을 향해 가는 검사로서의 미친 촉과 아내에게는 꼼짝도 못 하는 평번한 가장 등 우리가 알았지만 깊게는 몰랐던 서동재의 다채로운 면들이 ‘좋거나 나쁜 동재’에 열광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결국 서동재는 과거의 행적들로 인해 사랑해마지 않는 검사직을 잃었지만, 비리 검사 잡는 TF팀의 일원으로 돌아오는 엔딩을 맞았다. 너무나도 서동재스러운 결말이다. 이 결말을 ‘비밀의 숲’ 시즌1에서 황시목이 왜 서동재의 비리를 알고도 눈 감아줬는지에 대한 이유가 됐다. 개과천선까지는 아니지만, 갱생의 여지를 서동재에게서 봤기 때문에 놔준 것은 아닐까. 황시목의 그 의지는 결국 ‘좋거나 나쁜 동재’의 엔딩으로 완성됐고, ‘비밀의 숲’ 시리즈 세계관의 퍼즐 한 조각을 맞추게 됐다.

‘좋거나 나쁜 동재’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평과 응원은 이준혁에게 큰 힘이 됐다. 독특하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취향을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은 것 같아 신난다고 했다. 이준혁은 “앞으로도 소신껏 독특한 작품들을 할 수 있게 응원해 주신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서동재를 벗어던진 이준혁은 이제 SBS 새 드라마 ‘나의 완벽한 비서’의 유은호로 시청자와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나의 완벽한 비서’는 이준혁의 필모그래피를 돌아봤을 때 아주 독특한 작품이다. 피도 안 튀고 살인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이준혁은 “미친 사람들만 가득 차 있는 제 필모그래피에 큰 변주가 아닌가 싶다”면서 “제가 독특한 걸 좋아해서 독특한 걸 계속하다 보니까 되려 필모그래피가 독특하지 않은 거다. 오히려 ‘나의 완벽한 비서’가 독특한 거다. 저한테는 너무 독특한 세계관 같이 느껴질 정도다”라고 했다.

이준혁이 자신의 취향으로 채워나가는 필모그래피는 우리에게 늘 즐거움을 선사했다. 앞으로 더욱 넓고 풍성해질 이준혁의 취향이 우리에게 또 어떤 즐거움을 줄지 기대되는 이유다.

“생각해 보면 저는 연기가 좋은 것 같아요. 늘 작품 이야기밖에 안 하는 걸 보면 이 일을 좋아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남의 작품을 보는 게 더 재밌지만, 내 작품이 없으면 덜 재밌지 않을까 싶어요.”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에이스팩토리, 티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