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기존의 스포츠 영화들이 보여준 클리셰들을 모두 담고 있지만 완성도는 아쉽기만 하다. 열정은 넘치나 기가 막힌 스파이크 한 방은 없는 '1승'이다.

4일 개봉하는 '1승'(감독 신연식·제작 루스이소니도스)은 이겨본 적 없는 감독과 이길 생각 없는 구단주, 이기는 법 모르는 선수들까지 승리의 가능성이 1도 없는 프로 여자배구단이 1승을 위해 도전에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국내 최초로 여자 배구를 소재로 다뤘다.

'1승'의 플롯은 기존 스포츠 드라마들이 갖고 있던 전개 방식을 그대로 따라간다. 망할 위기에 놓인 팀과 그곳에 모인 어딘가 결함을 갖고 있는 선수들, 처음엔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해 투닥투닥하지만 한 사건을 계기로 각성하고 진지한 얼굴로 마지막 승부에 임하는 모습까지. 우리가 이미 수백 편의 작품을 통해 경험했던 바로 그 스토리다. 이런 전개 방식은 국내외는 물론, 심지어 애니메이션을 통해서도 여러차례 다뤄지며 클리셰처럼 여겨져 왔던 바다.

다만 이런 좋은 레퍼런스를 갖고 본인들만의 노력을 잘 녹여냈냐 묻는다면 대답은 '아니오'다. 분명 안정적인 선택들로만 모아놨는데도 그 결과물은 빈약하기만 하다. 우선 전개의 흐름이 매끄럽지 않다. 전개 속도를 빨리 가져가기 위해 많은 신들을 걷어낸 탓인데, 이로 인해 일부 장면들은 서로 잘 어우러지지 못하고 겉돈다는 느낌마저 준다.

짧은 러닝타임 대비 많은 등장인물이 나오는 탓에 캐릭터 개개인의 매력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핵심 멤버인 이민희(시은미)와 유키(이민지)는 물론 라이벌 역할을 하는 성유라(한유미), 심지어 주연 롤인 장윤주의 매력도 제대로 담지 못했다. 과거 이야기를 꺼내며 어떻게든 서사를 부여하려 하지만 분량이 너무나 적어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유일하게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캐릭터는 김우진(송강호)과 강정원(박정민) 정도이지만, 이 역시 배우들의 개인 역량으로 잘 살린 것이지 서사가 잘 짜였다 보기엔 어렵다.


스포츠 드라마에서 빠지면 안 될 필수 요소가 하나 더 있다면 바로 감동. 하지만 '1승'은 이것 역시 챙기지 못한다. 영화가 관객들에 '감동'이라는 감정을 선사하기 위해선 꽤나 다양한 과정을 필요로 한다. 일단 주인공에게 누구나 공감할 법한 사연이 있어야 하고, 역경을 통해 성장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관객들의 몰입을 이끌어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유대감을 제대로 쌓아야만 관객들은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각성, 오랜 노력 끝에 마침내 승리를 쟁취한 주인공에 비로소 열광하고 감동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1승'은 이 유대감을 쌓는 과정에서 빈틈을 다소 보인다. 대본이 대부분 콩트식으로 짜여있고 배우들이 과한 톤으로 대사를 내뱉는다는 점이 우선 첫 번째. 분위기를 가볍게 만들기 위해 이렇게 장면을 구성한 것으로 보이나, 무게감이 없는 탓에 선수들의 승리에 대한 열망 역시 진심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각성하는 과정도 다소 모호하다. 이민희에 대한 반감을 갖고 있던 핑크스톰 선수들은 연신 그를 무시하다 눈물의 고백 시간 이후 마치 한 몸이 된 것처럼 완벽한 호흡을 선보이고, 평소 그들이 무시하던 선수와도 단숨에 단짝이 되어버린다. 선수들의 각성을 이끌어낼 만한 인상 깊었던 어떤 대사나 사건이 없었는데, 갑자기 승리를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열정을 불태우는 선수들의 모습에 감동보단 당혹감이 먼저 밀려올 뿐이다.

한편 '삼식이 삼촌', '거미집'에 이어 송강호와 신연식 감독이 세 번째로 호흡을 맞추는 작품. 앞선 두 작품은 흥행 면에서 실망스러운 성적을 거둔 가운데, 이번 '1승'은 어떤 결과를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1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