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배우 공유는 왜 ‘트렁크’를 열었을까. 쉽지 않은 캐릭터와 나아가 크게 호불호가 갈릴 이야기임을 미리 예상했음에도 왜 공유는 ‘트렁크’를 선택했을까.

지난달 29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트렁크’는 호숫가에 떠오른 트렁크로 인해 밝혀지기 시작한 비밀스러운 결혼 서비스와 그 안에 놓인 두 남녀 노인지(서현지)와 한정원(공유)의 이상한 결혼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멜로로, 공유는 전 부인의 권유로 기간제 결혼을 수락하게 되는 한정원을 연기했다

비정상적인 사랑의 형태, 비정상적인 관계에 집착하는 인물들 어느 하나도 평범하거나 일상적이지 않은 요소들로 이루어진 작품이지만, 공유는 작품의 메시지를 이해했기 때문에 ‘트렁크’를 선택했다고 했다. 호불호가 예상됐지만, 그럼에도 출연을 결심했다고. 공유는 “대본을 받고 하기로 한 뒤, 호불호가 나뉠 거라고 생각했다. 일을 20년 넘게 하다 보니까 어렸을 때는 어느 부분 욕심을 냈지만. 이제는 모든 사람에게 완벽한 작품은 없다고 인정한 다음부터는 내가 궁금하고 공감하는 느낌의 작품에 출연하는 것 같다”라고 했다.

그 호불호 지점이 공유에게는 흥미롭게 다가왔다. 공유는 “이 작품이 재밌던 포인트는 관점에 따라서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늘 행복하지는 않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연인 간의 관계에 있어서도 우리가 마주하고 싶지 않은 순간들이나 서로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충돌하는 지점이 있는데 그런 걸 보여주는 작품이라서 제 개인적 이인 입장에서는 재밌었다”라고 했다.

공유는 한정원을 공식처럼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다. 어린 시절 부친의 심한 가정 폭력과 전 부인인 이서현(정윤하)의 지속적인 가스라이팅 등 몇몇 상황들을 겪은 한정원의 아픔에 대해 생각하려 했단다. 공유는 “제 밑바닥에는 굳이 꺼내고 싶지 않고, 보여주고 싶지 않은 감정들이 있다. 그런데 저는 정원이 때문에 그 감정들을 꺼냈어야 했다”라고 했다.

이어 공유는 한정원에게 동질감과 연민을 느끼며 차곡차곡 감정선을 쌓아나갔다고 했다. 그 동질감과 연민은 한정원이 학대를 받았기 때문이 아니다. 공유는 “이 사람이 본질적으로 왜 헤매고 말라비틀어져 있을까 나름대로 탐구하고 상상해 보다가 내 심연의 무언가가 정원이에게 본능적으로 동질감을 느꼈다”라고 설명했다.

공유는 한정원의 복잡다단한 감정선의 근원을 어렸을 때 겪지 말았어야 할 일을 겪은 탓에 보통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트라우마에서 기원한다고 생각했다. 아버지의 학대로 인해 한정원의 정서적인 성장은 그 시절에 멈췄고, 온전한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는 어른으로 자랐을 거라고 생각했단다. 여기에 비틀린 소유욕을 지닌 이서현에게 긴 시간 가스라이팅을 당하며 수동적인 인간이 됐을 거란다.

전 부인인 이서현을 사랑하기 때문에 기간제 결혼을 받아들인 한정원은 아이러니하게 노인 지를 만나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깨닫고, 마침내 정서적인 성장을 해나간다. 하지만 작품 속에서 한정원과 노인지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다소 생략된 장면이 많아 시청자들에게는 설득력이 부족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공유는 이에 대해 “둘은 원래 대학교 때부터 알고 있지 않았나. 제가 생각하는 정원은 인지를 보면서 동질감을 느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비춰봤을 때 이성 관계에 있어서 생각보다 짧은 시간이더라도 상대방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 호기심이 생긴다. 그게 이성이라면 사랑으로 발전할 수 있는 포인트라고 생각한다”면서 “저는 정원이가 인지한테 본능적으로 사랑을 느꼈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공유는 한정원이 노인지와 함께 생활하면서 이서현으로부터 느껴본 적 없던 것들을 느꼈을 거라고 생각하며 감정의 레이어를 쌓아나갔단다. 공유는 “작품에서 친절하게 짚어주지 않아서 이런 상황이 생긴 것 같지만, 저는 그 안에서 (둘이 사랑에 빠지는) 이유가 충분히 이해됐다.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소소한 부분들을 서현에게 못 느낀 면면들을 느꼈을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공유의 작품 선택은 늘 예상 외다. 자기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장르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찾아서 하는 스타일이다. 공유는 “제가 어렸을 때 생각한 배우라는 업에 제가 나이가 들수록 비슷해지는 것 같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때그때 사람의 기분이 바뀌어서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나에게 터치가 돼야 하고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에 대한 것들을 생각하며 따라가는 것 같다”라고 작품 선택 기준을 이야기했다.

이어 공유는 “나중에 시간이 흘러서 제 필모그래피를 돌아봤을 때 기억될 작품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때 당시의 반응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제 개인적인 꿈이다. 그런 마음으로 작품을 선택해 나갔다”라고 했다.

오랜 시간 배우로 활동하며 여러 경험을 통해 단단해지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때때로 공유도 상처받고, 힘든 수간이 있다. 그럴 때마다 공유에게 가장 힘이 되는 건 자신을 색안경 없이 바라봐주는 팬들과 공유가 왜 이 작품을 선택했는지 이해한다는 한 줄 평가들이다. 이에 공유는 “저를 알아주는 한 마디가 많건 적건 그게 있다면 연기할 수 있다. 거기서 뭔가 희열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유일한 숨통이다”라고 했다.

“공지철(본명)과 공유의 간극을 최대한 출이고 싶어요. 저는 그렇게 일해왔어요. 직업이 직업인지라 캐릭터 때문에 저에 대해 판타지가 붙어있는 순간이 있어요. 그래서 인터뷰나 ‘핑계고’ 같은 방송에 나가면 최대한 제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요. 저는 그게 두렵지 않아요. 끊임없이 저를 드러낼 거고, 그렇게 일해왔어요. 그러다 보면 제가 다치는 경우가 있지만, 전 괜찮아요.”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