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솔직히 결혼에서 조건이 중요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게 어떤 영역에 해당하는 것인지에 따라 다를 뿐, 저마다의 기준과 가치관에 따라 아주 신중하게, 평생을 함께할 수도 있을 대상을 고르는데 와중 공통으로 가지는 조건이 있다. 바로 신뢰.

이 신뢰는 적어도, 결혼을 전제로 만남을 가지려고, 가지고 있다면 서로가 어떤 모양새의 삶을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는지에 관해선 최대한 근사치의 형태로 보여주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요구사항이라 하겠다. 그래야 이후, 운이 좋게 원하던 결과를 얻어 함께 살아가는 삶에 이르렀을 때 머리카락이 ‘파 뿌리’가 될 때까지 살아볼 애씀을 힘껏 발휘해 볼 테니까.

ENA, SBS PLUS ‘나는 SOLO <나는 솔로>’(이하 ‘나는 SOLO’)는 매회 테마를 바꿔가며, 말 그대로 선남선녀나 아직 솔로인 출연자들이 자신의 짝을 찾아다니고 찾아가는 내용의 연애 리얼리티 예능프로그램이다.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이 출연하여 실제 상황을 연출하다 보니, 우리에게 익숙한 관계의 양상을 실감 나게 관찰할 수 있으며, 와중 여러 인간 군상 또한 마주할 수 있어 즐겨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해당 프로그램이 사람들의 시선을 주목시키는 데 있어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건, 출연자의 프로필, 그중에서도 어떤 직업을 가졌는지, 어느 직장에 다니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경제적인 능력치다. 이는 현재 그 혹은 그녀가 놓인 삶의 모양이 어떤 생김새를 가졌는가와 관련한, 지극히 현실적인 물음이기도 하여, 정보의 진실성이 가장 요구되는 부분이다.

‘나는 SOLO’가 좀 더 치밀한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는 이상, 지속적으로 논란에 휩싸이는 지점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 이번 24기 출연진 중 한 명을 두고도 어김없이 일어나지 않았나. 어느 출연자의, 서울 광화문 소재 ‘K’사 브랜드 전략실에서 근무한다는 자기소개에, ‘K’사 직원 몇몇이 반박 글을 올린 일이다.

실제로는 파견직 비서로 근무 중인데 이 부분은 빼놓고 이야기하여 마치 정규직인 것처럼 오해하게 했다고. 즉, 직업을 과장했다는 주장인데 흥미롭게도 꼭 그렇게 정규직인지 비정규직인지 따져야할 필요가 있냐는 쟁점 또한 제기되었다. 비정규직이든 정규직이든 브랜드 전략실에서 일하는 게 사실이라면 과장했다고까진 볼 수 없다며 치열한 갑론을박의 양상이 벌어졌다고 할까.

문제는 오늘의 시대가, 특히 결혼할 대상에 적용하는, ‘조건’이라 부를 만한 지극히 표면적인 기준에 있어, 암묵적으로 비정규직보단 정규직을 안정적이란 점에서 좀 더, 아니 확연한 우위에 놓곤 한다는 데 있다. 물론 저마다의 사정이 존재하고 이 모든 경우의 수를 압도하는, 사람 자체의 매력에 최우선의 가치를 두는 이들도 수두룩하여 대부분, 어디까지나 한낱 ‘조건’에 불과하긴 하다. 동시에 ‘나는 SOLO’ 또한 리얼리티를 표방하는 어디까지나 한낱, 방송프로그램에 불과할 뿐이고.

다시 말해, 제아무리 제작진과 출연진 전체가 진정성 가득한 태도로 그저 삶을 함께할 한 쌍을 찾는 데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해도 가장 먼저 대중의 시선에 들어오는 건, 화제를 일으키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하는 건, 출연자로 나온 사람들이 지닌 삶의 스펙이다. 그러니 방송은 자연스레 이를 강조할 수밖에 없고 이에 작동되는 대중의 시선도 더불어, 더없이 엄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구분하여 명시하지 않았다는 게 적절하지 못한 처사가 되고, 심지어 프로그램을 향한 신뢰감에 치명타를 안기는 무엇이 되기까지 하는 까닭이다. 그리하여 이러한 맥락을 간과한 ‘나는 SOLO’는, 사실 유사한 맥락이 몇 번 반복되었기에 이제 간과하지 않을 경지에 올라 있어야 하겠다만, 아무튼 결과적으로 또다시 불필요한 논란에 스스로 휩싸이는 꼴에 처하고 말았다. 안타까울 따름이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etvidet@naver.com, 사진 = ENA, SBS PLUS ‘나는 SOLO <나는 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