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자신이 해내야 할 몫을 정확히 알고, 또 정확히 해냈다. 결코 가볍지 않은 마음으로 자신의 몫 이상으로 해낸, ‘하얼빈’의 배우 이동욱이다.

지난달 24일 개봉된 영화 ‘하얼빈’(감독 우민호)은 1909년,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이들과 이를 쫓는 자들 사이의 숨 막히는 추적과 의심을 그린 첩보 드라마로, 이동욱은 극 중 독립군 이창섭을 연기했다.

이동욱과 ‘하얼빈’의 인연은 우민호 감독과 우연히 가진 사석에서 시작됐다. 우민호 감독이 당시 이동욱에게 출연 작품을 모두 봤다면서 특히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에서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다고 했단다. 그렇게 우민호 감독과 우연한 만남은 몇 달 뒤 ‘하얼빈’ 시나리오로 되돌아왔다. “이동욱 씨가 대중들에게 안 보여줬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라면서 우민호 감독이 이동욱에게 이창섭 역할을 제안했다고.

이동욱에게 새로운 얼굴을 표현해야 한다는, 여기에 독립군의 이야기를 다룬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작품에 참여하는 마음은 무거울 수밖에 없었을 터. 그러나 이동욱은 예상과는 달리 부담감을 갖지 않았다고 했다. 이동욱은 “늘 도전하는 걸 좋아하고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하는 걸 즐겨해서 그런 부담감은 없었다”라고 했다.

이야기가 지닌 무게감도 이동욱에게 남다른 책임감으로 다가왔다. 이동욱은 “우리에게는 소중한 역사이고 이런 독립 운동가들 마음이 오롯이 잘 표현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하게 됐다”라고 했다.

이동욱은 이창섭으로서 ‘하얼빈’에서 해내야 할 자신의 몫에 집중했다. 이에 캐릭터를 디테일하게 연구하기보다는 “자신이 정한 길이 맞으면 그대로 간다”라는 이창섭의 설정 정도만 생각하고 연기에 임했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동욱이 생각한 자신의 몫은 무엇이었을까. 이동욱은 우리가 몰랐던 안중근 의사의 인간적인 모습이 잘 담길 수 있도록, 그의 동지인 이창섭을 잘 표현하는 것이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이창섭은 안중근과 독립이라는 목표는 같지만 과정을 달리한다”면서 “나라의 독립을 위해서라면 무력투쟁을 해서라도 이겨야 한다는 이창섭의 방식과는 다른 안중근의 방식이 지금까지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제 캐릭터를 통해 안중근이 빛났으면 했다”라고 했다.

또한 이동욱은 이창섭이 왜 독립운동을 시작했는지, 영화에 담기지 않은 전사에 대해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계기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동욱은 “만약 그 시절로 돌아가서 나라면 독립운동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못 할 것 같다. 몸을 던져서 독립운동을 하신 분들 때문에 지금의 저희가 있는 것 아닌가”라면서 “계기는 중요하지 않고 거기까지 간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동욱이 ‘하얼빈’에서 오롯이 이창섭으로서 자신의 몫을 해낼 수 있었던 건 함께 한 ‘동지들’인 배우들이었다. 이동욱은 “배우들과 함께 연기할 수 있음에 기뻤다”면서 “사실 저는 주로 주인공을 하지 않나. 앞에서 이끌어 나가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보니 이런 감정을 느낄 기회가 많지 않았다. ‘하얼빈’은 한 발 뒤에서 보게 되니까 저에게는 새로운 경험이면서 좋은 자극을 느끼게 해주는 작업이었다”라고 했다.

결코 가볍지 않은 마음으로, 진심으로 자신이 해야 할 몫 그 이상의 것을 해낸 이동욱이다. 짧으면 짧고, 길다면 긴 촬영 기간 동안 독립운동가의 ‘삶’을 표현하는데 집중했다.

간접적으로나마 독립운동가의 삶을 살았던 이동욱은 새삼 그들에게 더욱 감사함을 느끼게 됐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이동욱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다는 기개와 마음이 어떻게 그럴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더 존경하게 됐다”면서 “그렇기에 그분들의 마음이 영화에 잘 담겼으면 하는 마음으로 연기했다”라고 진심을 전했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CJ E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