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미운털’이 박히면 속수무책이다. 단어에 담긴 사전적 의미처럼, 안 좋은 선입관이 완벽하게 적용되어 어떤 ‘짓’을 하여도 밉게 보인다. 안 좋은 선입관을 깰 만한 계기가 마련되지 않는 이상, 분명 똑같은 행동을 했음에도 갖가지 이유로 미운 평가가 따라붙는 것이다.

특히 미운털 박힌 대상이 스타 혹은 유명인일 때, 상황은 한층 지독해진다. 우선 미운털이 박히게 된 경위 자체가 하나하나의 조각이 모여 갑작스레 큰 흐름을 만들어버린 경우가 다반사라, 왜 자신이 미운털을 갖게 되었는지 제대로 모를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미운털이 박혔다면 망각으로 자연스럽게 제거되도록 최대한 노출이 되지 않는 게 상책이나 직업적 또는 사회적 위치의 특성상 그럴 수가 없는 게다. 그리하여 미운털이 박힌 채 견뎌내는 수밖에 없는데, 여기서 우리는 하나의 근본적인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다.

스타의 미운털은 어쩌다 박히게 되는 것일까. 우선 관련하여 특정 사건이 하나둘 존재해야 하고 그에 보인 해당 스타 혹은 유명인의 반응이나 태도가, 대중에게 흥미를 돋우는 정도를 넘어 피로하게 한다거나 심기를 건드리거나 이러한 방향으로 여론이 형성되거나 해야 한다.

이때 특정 이미지가 만들어지는데 이제 이것은 하나의 ‘선입견이 되어, 앞으로 이루어지는 모든 판단을, 그 세세한 사정이나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왈가왈부하기 시작한다. 대표적인 예로 배우 구혜선을 들 수 있겠다.

사랑스러운 외모와 연기력으로 한때 이의 없는 대중의 사랑을 받았고 배우 겸 작곡가, 영화감독으로, 뿐만 아니라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는 다재다능한 면모를 선보이며 적지 않은 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으나, 어느 순간부터 일부 대중의 시선에 불편함을 안기는 존재로 전락하고 말았으니까.

조심스레 추정해 보는 바로, 결혼하고 이혼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그녀의 지극히 사적인 내면의 파동이 공개되고 공유되면서 소동 아닌 소동이 발생했고, 이것이 당시 상황을 지켜보던 사람들에게 얼마간의 피로감과 언짢음을 안긴 까닭이지 않나 싶다.

관련 소식을 본의 아니게 계속 접해야 했던 대중은 물론이고, 당사자가 되는 상대를 전혀 배려하지 않은, 자기중심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여겨진 것. 어쩌면 솔직함과 무례함 사이, 그 어디쯤인가 자리 잡은 구혜선의 말과 행동이 미운털을 불러들이는 결과를 낳았다고 할까.

그러다 보니 최근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그녀가 털모자를 쓰고 나온 게 또 일부 대중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저 그날의 착장으로 여겨지면 되었을 털모자가 왜 그날의 문제적 소재가 되었나. 사실, 구혜선이 자진하여, PD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모자를 쓰고 나왔고 머리를 감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사사로운 이유까지 낱낱이 밝힌 게 도화선으로 작용하긴 했다.

한마디로 몰랐어도 될, 굳이 알지 않아도 될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안 그래도 그녀를 고까운 눈으로 바라보는, 그녀에게 미운털을 박은 쪽을 자극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대중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할 의무를 지고 있는 연예인으로서 무책임하다며, 역시나 구혜선이 또 무례한 태도를 보였다는 것. 물론 그녀로서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서는 게 자신의 이미지라고 여겼을 수 있다.

하지만 미운털은 더욱 두꺼워져 버렸고. 뭐, 어쩌겠나. 미운털의 잔존 여부는 어디까지나 미운털을 박은 쪽의 마음에 달려 있어, 그녀에게 선택지는 딱히 없다. 설사 박은 쪽의 구미에 맞추도록 애써보겠다 한들, 쉽게 빠질 리 없고 바뀔 리 없다. 어쩌면 차라리 마음 편히, 그녀의 태도를 솔직하고 털털하게 받아들여 주는 이들에 의지해 나가는 쪽이 나을지도. 미운털이 박힌 사람이 사는 법이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etdivet@naver.com, 사진 = 구혜선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