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각자의 웃음 코드에 따라 호불호가 나뉠 듯하다. 맞으면 모, 안 맞으면 도다. 하정우식 유머를 좋아한다면 꽤 만족하며 볼 수 있는 영화 ‘로비’다.

기술이 우선이라며 로비는 뒷전이었던 창욱(하정우)은 회사의 존폐 기로에서 4조 원대 국책 사업에 모든 사활을 걸기로 한다. 이에 창욱은 국책사업의 결정권자 중 실세로 알려진 최실장(김의성)을 포섭하기 위해 로비에 나선다. 창욱의 친구였지만 이제는 라이벌이 된 광우(박병은)도 국책 사업을 따내기 위해 조장관(강말금) 로비에 총력을 다한다. 창욱은 광우를 제치고 국책사업으로 위기에 몰린 회사를 구해낼 수 있을까.

2일 개봉되는 ‘로비’(감독 하정우)는 하정우의 연출 복귀작으로, 첫 연출작 ‘롤러코스터’의 계보를 잇는 하정우표 코미디극이다. 하정우가 연출뿐만 아니라 메인 캐릭터인 창욱을 연기하고, 여기에 박병은 김의성 강말금 이동휘 곽선영 박해수 최시원 차주영 등이 하정우의 감독 복귀전을 돕기 위해 뭉쳤다.

영화는 초반부터 하정우의 장기인 말맛을 더한 대사로 관객 공략에 나선다. 앞서 첫 연출작인 영화 ‘롤러코스터’를 통해 검증을 마친 하정우식 유머 DNA를 고스란히 이어간다. 다만 초반부에는 그 매력을 온전히 느끼기에는 몰입도가 다소 떨어진다. 대사의 톤과 영화가 잘 붙지 않아 그 매력이 반감되기 때문이다. 그저 말장난의 나열로밖에 보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예열을 마친 중반부부터 영화는 제대로 탄력을 받는다. 겉모습은 멀쩡하지만, 아니 오히려 교양 있는 사람처럼 보였던 캐릭터들이 숲으로 둘러싸인 프라이빗한 골프장 안에서 점차 진상의 본색을 드러내는 과정이 하정우식 대사의 말맛과 시너지를 일으킨다.

말맛에 더해 티키타카 재미가 캐릭터의 개성을 살리고, 블랙 코미디 장르적 재미를 더욱 강화시킨다. 여기에슬랩스틱 코미디도 유머에 큰 동력을 차지한다. 자칫 억지처럼 보일 수도 있는 슬랩스틱을 골프 라운딩이라는 이야기 전개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내 웃음을 자아낸다.

골프를 몰라도 영화를 관람하는데 무리가 없다. 골프보다는 골프장에서 양파 껍질 벗겨지듯 드러나는 캐릭터들의 검은 속내와 이로 인해 발생하는 촌극에 무게추가 더 실려 있기 때문이다.

배우들의 연기는 ‘로비’ 큰 무기다. 하정우를 필두로 김의성 강해림 이동휘 박병은 강말금 최시원 차주영 곽선영 등 사전 리딩을 거쳐 완성된 완벽한 호흡 속에 캐릭터에 제대로 몰입한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다만 유머의 대부분이 말맛과 티키타카에 많은 부분 기대어 있다 보니 호불호가 갈릴 듯 하다. 하정우와 웃음코드가 맞는다면 큰 재미를 느끼겠지만, 그 반대의 경우라면 실소조차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영화의 결말도 여러모로 아쉽다. 교훈적인 메시지를 주려는 올드한 연출로 인해 힘이 쭉 빠져 아쉬운 뒷맛을 남긴다.

이처럼 ‘로비’는 장점도, 단점도 뚜렷하다. 그렇지만 장점에 더 점수를 주고 싶은, 오랜만에 극장에서 아무생각 없이 웃으면서 볼 수 있는 ‘로비’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로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