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이연복 셰프의 이름을 내건 간편식 제품에 대장균이 검출됐다. 백종원 대표가 이끄는 프랜차이즈 기업 더본코리아를 둘러싼 논란들에 실망한 대중, 아니 소비자들은 혼란스럽다.

이연복 셰프는 '셰프들이 존경하는, 셰프 중의 셰프'로 인정받는 인물이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모 중식당을 수 십 년 간 운영하며 경력을 쌓았지만,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건 여러 방송을 통해서다. 그는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외식 브랜드를 론칭했다. 배달형 매장, 편의점 도시락, 소스류 등 유통·프랜차이즈와의 협업이다. 대중의 신뢰가 또 다른 수익 창출로 이어진 경우다.

명성은 높아질수록 감당해야 할 대가도 많아지기 마련이다. 최근 리뷰 분석 플랫폼 C사에 따르면 수도권 내 이연복 이름이 걸린 중식 브랜드 매장 5곳의 2023년 하반기 평균 평점은 3.4점으로, 전년 대비 0.5점가량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뷰 키워드에는 ‘기대 이하’, ‘가격 대비 아쉬움’, ‘셰프 부재’ 등의 표현이 다수 포함됐다.

물론 제품에 대한 만족도는 소비자의 개인 선호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문제는 이연복 셰프의 이름을 딴 유통 식품에서 대장균이 검출됐다는 점이다. 단순한 해명으로는 극복하기 힘든 위기다. 최근 ‘이연복의 한우 우거지 국밥’ 제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 검사에서 대장균 기준치를 초과해 전량 회수된 상태다.

소비자의 실망감은 크다. 이연복 셰프처럼 높은 인지도를 가진 인물이 브랜드에 참여하면 일정 수준 이상의 기대가 생기가 마련인데 관리 체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사건'으로 이어진다, 스타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는 이들의 '대중 호감도'는 사실상 '소비자 신뢰도'를 의미하고, 두 가지는 별개로 존재할 수 없다. 하나가 무너지면 다른 하나도 급속도로 무너진다.

대중은 이미 대본코리아와 백종원 대표를 둘러싼 여러 논란들로 '스타 기업인이 만든 프랜차이즈와 식품'에 대한 피로도가 높은 상태다. 위생 및 원산지 표기법 위반과 사내 임직원의 도덕적 해이 문제까지 더본코리아의 의혹들은 안타깝게도 기업의 프랜차이즈 점주들, 자영업자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백종원 대표와 이연복 셰프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이들이 사업가로 크게 성공한 배경에는 '대중의 호감도'가 크게 작용했다는 점이다. 특히 이연복 셰프는 소비자 한 명, 한 명이 직접 객관적 검증을 통해 신뢰도를 갖게 된 사업가가 아니다. 대중의 정서가 사업 성공에 직접적 영향을 준 인물이다. 더본코리아도 마찬가지다. 백종원 대표를 향한 대중의 무한한 신뢰도에 힘입어 상장 기업으로 성장햇다.

'사업가이자 스타'. '스타이자 사업가'라는 두 가지의 정체성을 모두 가진 이들의 특성은, 필연적으로 한 번 멀어지면 돌이키기 힘든 대중 심리를 일관되게 유지해야 한다는 어려운 숙제를 낳는다. 심리적 가변성이 높은 주관적 성향을 지닌 대중과, 시장에 행동으로 반응하는 객관적 성향을 지닌 소비자라는 두 집단을 동시에 끌고 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백종원 대표와 이연복 셰프를 향한 대중 심리는 자연스럽게 소비자로서의 정체성으로 이어진다. 이들이 좋은 면 사고, 싫어지면 사지 않는다. 모든 기업의 숙명이지만, 특히 스타형 기업인에게는 대중 심리가 소비지표로 금세 직결된다. 둘 중 하나가 타격을 입으면 함께 붕괴되는 구조다. 그 만큼 성장도 붕괴도 빠르다.

백종원 대표는 끊임없이 논란이 제기되자, 직접 운영하는 매장이 아닌 이상 본사의 시스템이 모든 지점을 동일하게 관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입장을 밝혔다. 더 큰 비판으로 돌아왔으니 패착이 됐다. 이러한 해명은 대중에게도, 소비자에게도 통하기 힘든 핑계처럼 들려질 뿐이다. 대중은 그들에게 준 만큼 받길 바라고, 막중한 책임감을 갖길 바라기 때문이다.

정통 식품 업계에서는 스타 셰프, 스타 기업인의 사업 확장 속도에 비해 품질 유지와 현장 관리 체계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스타 사업가와 스타 셰프가 제품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 없이 제 이름을 내걸고 상품 출시를 허락하고, 수익만 챙기는 경우도 상당하다.

이들에 대한 소비자의 실망이 반복되면 관련 사업에 대한 외면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대중과 소비자의 정체성이 혼용돼 유지된 사업일수록 그 외면의 방식은 예상치 못하는 방식으로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실망을 반복한 대중과 소비자들의 기준은 보다 깐깐해질 전망이다. 대중은 자신들의 변심을 잃지 못하는 기업인의 행위를 배신으로 받아들일 것이고, 소비자로 보복할 것이다.

백종원 대표가 뒤늦게 방송 활동 중단을 '공개 선언'하고, 본업에 집중하겠다고 '공식화'한 이유가 아닐까.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