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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자' 김히어라 "지금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죠" [인터뷰]


2025. 10.27(월) 08:30

구원자 김히어라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지금 생각해 보니 필요한 시간들이었다. 그 힘든 시간들을 겪고 나니, 지금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지금의 삶이 얼마나 귀한지 깨달을 수 있었다. 학폭 논란 이후 첫 상업영화에 도전한 배우 김히어라의 이야기다.

11월 5일 개봉되는 영화 ‘구원자’(감독 신준)는 ‘구원자’는 축복의 땅 오복리로 이사 온 영범(김병철)과 선희(송지효)에게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지고, 이 모든 것이 누군가 받은 불행의 대가임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오컬트로, 김히어라는 극 중 아들을 살리기 위해 구원과 기적에 광기적으로 집착하는 춘서를 연기했다.

김히어라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시리즈와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2: 카운터 펀치’ 등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지난 2023년 9월 학교 폭력 의혹에 휩싸여 활동을 중단했다. 당시 소속사는 “일진들과 어울린 사실은 있으나, 학교폭력에 가담한 적은 없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이후 김희어라는 자숙 기간을 거쳐 지난해 4월 “각자의 삶을 응원하기로 했다”는 입장을 밝히며 복귀 의사를 전했고, 지난 7월 뮤지컬 ‘프리다’를 통해 복귀했다. 또한 ‘구원자’로 첫 상업영화에 도전하게 됐다.

‘학폭 논란’ 이후 자숙 기간을 보내며 배우로서는 잠시 대중과 멀어졌던 시간. 김히어라는 그 시간들을 그냥 흘러 보내기 싫어서 당시 살던 집 보증금을 들고 무작정 미국에 갔다. 그곳에서 음악을 제대로 배워보기도 하고, 또 직접 곡을 쓰고 부르기까지 하며 시간을 보냈다. 약 9개월 동안의 미국 생활을 접고 다시, 한국으로 온 김히어라에게는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다양한 것들을 배울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많은 삶은 편안했지만, 한편으로는 편안하지 않았다. 배우로서 어느 곳에서도 부름을 받지 못한다는 건, 여러모로 괴로운 일이었다.

그때 운명같이 ‘구원자’가 왔다. 캐릭터도 매력적이었다. 그것도 상업영화 출연 제의라니. 김히어라가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시나리오를 바로 읽고 당연히 하겠다고 답을 건네고, 김히어라는 다시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 하나로 촬영을 준비했다.

첫 상업영화, 아니 그전에 ‘학폭 논란’ 이후 ‘프리다’에 이어 복귀작이란 생각에 부담스러웠을 법도 하다. 그렇지만 김히어라에게는 그런 것들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더 글로리’ 할 때 신나서 했던 것처럼, ‘구원자’에 임하는 김히어라는 들뜨고 설렜다. “김히어라 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게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뿐, 부담감까지 느낄 겨를이 없었다.

아들 하나만 바라보고 사는 춘서는 구원에 맹목적으로 매달린다. 애지중지하며 키운 아들이 어느 날 갑자기 못 걷고, 또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춘서가 할 수 있는 일은 구원을 바라는 일뿐이다. 절실하게, 어떻게 보면 광기에 가까운 집착을 보이는 춘서는 극에 때때로 긴장감을 불어넣는 캐릭터다.

어떻게 보면 춘서는 김히어라와 비슷하다. 춘서가 구원을 바라는 것처럼, 김히어라도 배우로서 쓰임을 그 당시에는 간절히 바랐다. 그래서일까. 춘서를 연기하는 매 순간 그렇게 표현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모두가 김히어라의 연기에서 춘서 이상의 절심함을 봤다. 완성된 영화에서도 김히어라의 절실함이 춘서의 온몸 구석구석에 찰싹 달라붙어있다.

김히어라는 “제 안에 숨길 수 없는 절실함이 매 순간 나왔던 것 같다”면서 “집에 가는 차에서 ‘나는 김히어라를 덜 보여주려고 하긴 했었는데 그렇게 보신 건가’ 했다. 저의 마음이 날 것의 그런 것들이 담겨있지 않았나 싶다”라고 회상했다.

‘구원자’는 구원과 기적, 그리고 그에 따르는 대가에 대한 이야기다. 김히어라는 ‘구원자’를 촬영하며 현재의 삶에 만족하는 마음을 가졌다. 아들이 다시 걷는 기적을 원하는 영범과 선희의 삶이 춘서의 시선에서는 이미 다 가진 것처럼 보였듯이,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집착보다는 지금의 삶을 기적이라고 생각하는 게 맞는 것 같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김히어라는 이에 대해 “누구나 본인이 갖고 있지 않은 것들을 원하지 않나. 하지만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다. 제가 ‘구원자’를 하게 되고, 또 이렇게 인터뷰를 하게 되는 게 감사하다”라고 했다.

스타보다는 오랫동안 존경받는 배우가 되고 싶었다는 김히어라다. 뮤지컬과 연극으로 시작해, TV드라마로 외연을 확장하며 차곡차곡 그 길로 향하고 있던 김히어라에게 ‘학폭 논란’은 큰 시련이었다. 그렇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그 시간들 마저도 자신에게 필요했던 것 같다고 했다.

김히어라는 “’더 글로리’ 했었을 때도 제가 유명해질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더 많은 기회가 올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었다. 제가 이번 시간들을 보내면서 무대에서는 무명이 아니었지만 대중적으로 봤을 때 내가 단단해지려고 그런 시간들이 필요했던 것 같다”면서 “윤여정 선생님 나이가 됐을 때도 연기를 하고 있는 제 모습을 상상한다”라고 말했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마인드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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