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SBS 시사프로그램 ‘괴물의 시간’이 한국인 연쇄 납치·살인 사건의 실체를 공개했다. 9일 방송된 4회는 영화 ‘범죄도시2’의 실제 모티브가 된 사건을 다뤘다. 주범은 필리핀에서 ‘살인기업 CEO’로 불린 최세용이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필리핀에서 한국인 실종이 잇따랐다. 어학연수나 여행 중이던 이들이 갑자기 사라졌다. 교민 행세를 한 최세용 일당은 피해자에게 접근했다. 민박집 사장이나 유학생을 가장했다. 차에 태운 뒤 납치하고 폭행했다. 피해자들은 감금된 채 돈을 빼앗겼다. 일부는 살해됐다. 경찰은 최소 19명이 납치되고 7명이 숨진 것으로 본다. 4명은 아직 시신을 찾지 못했다.

최세용의 동생은 “형은 원래 사람을 때리지도 못하는 성격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20대 초반 폭력과 절도죄로 복역했다. 교도소에서 공부해 검정고시를 통과했다. 동생은 “형이 머리가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PC방 창업을 제안했지만, 훔친 컴퓨터로 장비를 마련한 정황이 드러났다.

수사 관계자는 “직접 피를 묻히지 않는 범죄자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공범을 조종하며 범행을 설계했다. 조직원들에게 살인을 강요하며 복종을 유도했다. 공포심을 조성해 통제했다. 실장급 인물도 그에게 극존칭을 썼다. 형사는 “세뇌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검거 당시 그는 타인의 여권을 들고 있었다.

공범 김성곤은 그의 범행을 폭로했다. 최세용은 “그의 말 대부분이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국선변호사는 “지금도 진실을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자신을 지식인으로 포장했다. 수감 중 사회 문제를 논하는 편지를 썼다. 영어판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고 탄원서를 수십 건 냈다. 검사는 “그는 질문의 의도를 읽고 유리한 거짓말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실종자 윤철완 씨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하다. 기자 김창규는 불법 환전업자에게서 단서를 들었다. 윤 씨의 시신이 마닐라 인근 은신처에 묻혔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유족은 현장을 직접 찾았지만 아무 흔적도 찾지 못했다.

‘괴물의 시간’은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낸 비극을 드러냈다. 방송은 최세용이 만든 공포의 세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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