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파격적인 설정과 타격감 넘치는 초반 액션이 주는 쾌감은 강렬하다. 하지만 매력적인 재료들을 모아두고 끝까지 맛있게 요리해 내지 못한 뒷심 부족이 뼈아프다. 번뜩이는 상상력으로 출발했으나 지구력 부족으로 끝내 재미라는 목적지까지는 도달하지 못한 영화 ‘부활남: 더 레드’다.
30일 개봉되는 ‘부활남: 더 레드’(감독 백)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유일한 무기인 취준생 석환(구교환)이 죽은 지 72시간 만에 부활하는 초능력을 얻게 되며 의문의 추격전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그린 액션 활극이다. 영화 ‘뷰티인사이드’ ‘독전2’를 연출한 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배우 구교환 신승호 강기영 김시아 등이 출연해 신뢰를 더했다.
영화는 죽은 뒤 72시간이면 부활한다는 파격적인 설정과 함께 초반부터 엄청난 속도감으로 밀어붙인다. 특히 주인공 석환이 자신의 기상천외한 능력을 처음 깨닫게 되는 초반부 시퀀스는 이 작품의 가장 빛나는 구간이다. 그중에서도 호텔에서 벌어지는 액션 신은 타격감과 속도감을 통해 시각적인 쾌감을 극대화한다. 몸을 사리지 않는 날것의 액션은 불사신이라는 캐릭터의 특성과 겹쳐지며 묘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여기까지는 확실히 오락 영화로서 손색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석환의 능력을 둘러싼 비밀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부터 이야기는 다소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영화 ‘마녀’ 시리즈를 연상케 하는 과학 실험과 배후 조직의 존재가 드러나며 서사의 뼈대에 숨겨져 있던 허점들이 노출되는 것이다.
가장 아쉬운 대목은 석환을 끈질기게 추격하는 블랙(신승호) 일당의 묘사다. 매력적인 악역이 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부여된 정보값은 너무나도 빈약하다. 명확한 동기나 촘촘한 서사 없이 그저 분위기와 뉘앙스만으로 위협감을 조성하려다 보니 캐릭터가 입체성을 잃고 평면적으로 소비되고 만다.
능력의 기원과 조직의 실체 역시 뜬구름 잡는 식의 전개로 일관하며 짙은 아쉬움을 남긴다. 세계관을 확장하려는 시도는 돋보였으나 구체적인 디테일이 빠진 상태로 모호한 단서만 투척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관객이 이야기에 온전히 몰입하는 것을 방해한다.
게다가 석환이 거대 조직과 본격적으로 얽히기 시작하면서 영화의 연출과 톤은 돌연 판타지의 영역으로 간다. 탄탄한 현실적 기반 없이 극의 분위기만 붕 떠버리니 초반부에 공들여 쌓아 올렸던 긴장감이 급격하게 흩어진다. 장르적 쾌감을 극대화하려는 시도였을지 모르나 오히려 극 전체의 톤 앤 매너 균형을 무너뜨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러한 전개의 구멍은 클라이맥스인 석환과 블랙의 최종 대결로 향하는 과정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하이라이트 구간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필수적인 설명을 생략한다. 머릿속에 의문 부호가 가득한 상태로 마주하게 되는 스펙터클이 관객에게 온전한 카타르시스를 줄 리 만무하다.
그렇게 판타지적인 액션으로 쉴 새 없이 질주하던 영화는 결말부에 이르러서 또다시 갑작스럽게 현실적인 톤으로 내려온다. 이러한 급격한 온도차와 이질감이 일부에게는 신선한 변주로 다가올 수 있겠으나 대다수의 관객에게는 불호일 여지가 다분하다.
결과적으로 ‘부활남: 더 레드’는 개연성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오로지 팝콘 무비로서의 액션 쾌감만을 좇는 관객이라면 킬링타임용으로 무난하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국내 관객들은 이미 ‘마녀’ 시리즈를 비롯해 웰메이드 장르물을 다수 경험하며 눈높이가 한껏 높아져 있다. 익숙한 소재를 가져왔다면 이를 압도할 만한 디테일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영리해진 관객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운 뒷맛을 남긴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부활남: 더 레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