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연예인은 그 자체로 하나의 브랜드가 되기도 한다. 무엇을 입었는지, 어떤 말을 했는지, 어디를 찾았는지까지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의 대상이다. 사진 한 장이 광고와 협찬을 비롯한 브랜드 가치에 영향을 미치고 때로는 수십억원 규모의 계약과도 연결된다.
그래서 이른바 ‘공식석상’에서의 모습은 중요하다.
레드카펫과 시사회, 제작발표회, 쇼케이스 등에서 스타들은 수십 대의 카메라 앞에 선다. 긴장한 기색을 감추고 가장 좋은 표정과 자세를 보여주기 위해 애쓴다. 짧게는 몇 초, 길어야 몇 분이지만 그때 남은 사진은 포털과 기사,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오랜 시간 소비된다.
그러나 모든 공식석상이 영광스럽기만 한 것은 아니다.
경찰서와 검찰청, 법원 앞에도 카메라는 기다린다. 논란이나 사건에 휘말린 연예인들이 피의자나 피고인 신분으로 서는 자리다. 때로는 참고인이나 증인 자격으로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대체로 불미스러운 사건과 맞물려 대중의 시선이 집중된다.
이곳에서 남는 사진은 레드카펫의 사진과 성격부터 다르다. 사건이 끝나고 시간이 흘러도 이름을 검색할 때마다 다시 등장한다. 무혐의 처분을 받든, 무죄가 선고되든, 처벌을 받든 사진 자체는 사라지지 않는다.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총괄 프로듀서 역시 지난 수년간 이런 장면을 반복해서 남겼다.
본격적인 시작은 ‘버닝썬 사태’ 전후 각종 의혹이 잇따라 불거졌던 2019년이었다.
양 총괄은 그해 6월 외국인 투자자 성접대 의혹과 관련해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2014년 7월 서울의 한 고급 식당에서 외국인 재력가들을 접대하는 과정에서 유흥업소 여성들이 동원됐다는 의혹이었다.
당시 양 총괄은 취재진 앞에 정식으로 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경찰청을 드나드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결과적으로 해당 의혹은 혐의가 인정되지 않았다. 경찰은 성매매나 성매매 알선으로 인정할 구체적인 진술이나 객관적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판단했고, 검찰 역시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하지만 카메라 앞에 서야 할 일은 끝나지 않았다.
같은 해 8월에는 해외 원정도박과 이른바 ‘환치기’ 의혹으로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이번에는 검은 정장을 입고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쏟아지는 질문에는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답했다.
경찰은 양 총괄이 미국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서 거액의 도박을 한 정황과 함께 무등록 외환거래인 ‘환치기’를 통해 도박 자금을 마련했는지를 들여다봤다. 수사 과정에서는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YG 사옥이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다.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는 결국 불기소 처분됐지만 도박 혐의는 재판으로 이어졌다.
양 총괄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4억원대 판돈으로 도박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단순도박 혐의로 약식기소했지만 법원이 정식재판에 회부하면서 법원 앞 카메라와 마주해야 했다.
2020년 9월 첫 공판을 시작으로 같은 해 10월 두 번째 공판, 11월 선고공판까지 법원 출석이 이어졌다. 그때마다 양 총괄의 모습은 취재진의 카메라에 담겼다.
재판부는 양 총괄에게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양측이 항소하지 않으면서 형은 확정됐다.
그 사이 또 하나의 긴 재판이 시작됐다.
아이콘 전 멤버 비아이의 마약 수사를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이었다.
양 총괄은 2016년 당시 가수 연습생이었던 한서희가 경찰 조사에서 비아이의 마약 구매 의혹을 진술하자 이를 번복하도록 회유·협박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21년 첫 정식 공판을 시작으로 수년에 걸친 법정 다툼이 이어졌다.
공판과 결심공판, 선고공판이 이어질 때마다 양 총괄은 법원을 찾았고, 그 모습 역시 반복해서 기사 사진으로 남았다.
법원의 판단은 1·2심에서 엇갈렸다.
1심은 2022년 12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협박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기존 보복협박 혐의에 더해 면담강요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보복협박 혐의 자체는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로 판단했지만, 양 총괄이 YG의 실질적 대표라는 지위를 이용해 진술 번복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위력을 행사했다고 보고 면담강요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2023년 11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다.
양 총괄 측이 상고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대법원은 2025년 7월 원심 판단을 확정했다.
첫 재판부터 대법원의 최종 판단까지 수년이 걸렸다. 그 시간만큼 법원 앞에서 포착된 양 총괄의 모습도 차곡차곡 쌓였다.
아직 끝나지 않은 송사도 있다. 수억원대 명품 시계를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국내로 반입한 혐의와 관련한 재판이다.
검찰은 2024년 9월 양 총괄을 관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14년 9월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총 8억2806만원 상당의 명품 시계 2개를 세관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혐의다.
양 총괄 측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해외에서 선물 받아 직접 반입한 시계가 아니라 국내에서 협찬 목적으로 전달받은 것이어서 관세법 위반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첫 공판을 시작으로 양 총괄은 다시 법원 앞 취재진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지난해 12월 공판에서는 여러 명의 경호원을 대동하고 법원을 찾은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올해 3월 예정됐던 공판은 기일이 변경됐고, 사건은 아직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양 총괄을 둘러싼 모든 의혹이 유죄로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성접대 의혹과 환치기 혐의는 불기소 처분됐다. 비아이 사건에서도 당초 기소된 보복협박 혐의 자체는 무죄 판단을 받았다. 반면 원정도박 혐의에는 벌금형이 확정됐고, 비아이 사건의 면담강요 혐의에는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법적으로는 사건마다 결론이 다르다. 하지만 대중이 기억하는 사진 속 이미지는 판결문처럼 그렇게 세밀하게 나뉘지 않는다.
경찰서를 찾았던 모습과 법원을 오가던 모습,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카메라 앞에 섰던 순간은 각각 다른 사건에 속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나란히 놓이면 서로 다른 사건의 기록이 하나의 이미지로 겹쳐진다.
바로 이 지점에서 ‘리스크’가 생긴다.
특히 양 총괄은 대중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위치에 있다. 유명 프로듀서이자 가수인 동시에 국내 대표 엔터테인먼트사 가운데 하나인 YG를 이끄는 수장이다. 개인의 이미지가 자신에게서 그치지 않고 회사와 소속 아티스트의 브랜드에도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은 더욱 크다.
양 총괄은 현재도 YG 총괄 프로듀서로서 그룹 위너와 블랙핑크, 트레저, 베이비몬스터를 비롯한 소속 아티스트들의 활동과 차세대 아티스트 발굴 등 본업을 이어가고 있다. 새 보이그룹 론칭을 준비하는 등 새로운 IP 발굴에도 한창이다.
그렇기에 지난 수년간 이어진 송사와 그 과정에서 남은 수많은 사진은 더욱 뼈아픈 기록일 수밖에 없다.
화려한 무대 위에 섰던 가수의 얼굴, 뒤에서 성공한 아티스트를 만들어낸 프로듀서의 얼굴, 경찰서와 법원을 드나들던 얼굴이 이제는 그의 이름 안에 함께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중의 관심을 기반으로 하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사진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다. 잘 찍힌 한 장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자산이 된다면, 불미스러운 사건과 함께 남은 한 장은 오랫동안 따라다니는 부채가 될 수도 있다.
재판은 끝난다. 형은 확정되고, 무혐의 처분으로 의혹에서 벗어나는 사건도 있다. 하지만 대중의 기억 속에서 판결문보다 오래 살아남는 것은 때로 한 장의 사진이다.
수년간 쌓아 올린 이미지는 경찰서와 법원 앞 몇 장의 사진만으로도 흔들릴 수 있다. 카메라 앞에 서는 순간을 업으로 삼은 사람에게는 가장 기억하고 싶은 순간도, 가장 지우기 어려운 기록도 카메라가 남긴다.
포토라인에 서는 시간은 불과 몇 초다. 하지만 그 사진의 유효기간은 사실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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