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산다' 균형 잃은 비난 여론…제작진·전현무 마녀사냥이 놓친 것들 [이슈&톡]
2026. 10.16(금)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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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의 카자흐스탄 촬영분을 둘러싼 논란이 식지 않고 있다. ‘공항에서 즉흥 출발’이라는 리얼리티 설정과 달리, 제작진이 사전에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출입국 행정 절차와 협조를 미리 마쳤다는 정황이 대중을 분노케 한 모양이다.

연출진이 설정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투명하게 밝히지 않아 시청자 신뢰를 훼손한 점은 명백한 과오지만 출연진을 둘러싼 비판 열기는 과도하다. 비판의 화살이 메인 출연자이자 MC 전현무에게 과도하게 쏠리는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물론 전현무가 신중하지 못했던 점은 아쉽다. 프로그램의 간판 MC이자 베테랑 방송인으로서, 자칫 시청자에게 오해를 살 수 있는 제작진의 제안을 면밀히 검토하지 못한 점이다. '즉흥' 설정에 대해 보다 신중하게 점검하거나 제작진에게 조심스럽게 거부 의사를 건넬 여지는 존재했다. 이러한 차원에서 출연자로서의 신중함이나 체크가 미흡했다는 지적과 아쉬움은 일정 부분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아쉬움을 넘어, 전현무 개인을 향한 인신공격성 비난과 방송 하차 요구로까지 이어지는 현상은 방송 제작 시스템의 구조적 특성을 간과한 비이성적 쏠림에 가깝다. 그 과도함을 경계해야 하는 근거는 명확하다.

방송 현장에서 출연자는 기획의 주체가 아닌 연출 구도를 수행하는 연기자이자 협력자다. 예능 프로그램의 해외 촬영은 항공권 발권, 현지 촬영 허가, 안전 확보, 수십 명 스태프의 이동 동선 등 복잡한 행정 및 제작 매커니즘을 거쳐 성립된다. 작가와 연출진이 정교하게 완성해 놓은 판 위에서 출연자가 “이 설정은 리얼리티에 어긋나니 시나리오를 전면 수정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방송 생리상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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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제작진이 이처럼 무리한 연출을 감행한 배경에는 프로그램의 장기화에 따른 고민이 자리하고 있다. 10년 넘게 이어져 온 장수 예능 특성상 신선한 소재를 찾기가 점차 힘들어졌고, 새로운 자극과 화제성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제작진의 압박감이 결국 '즉흥 여행'이라는 무리한 설정으로 이어진 것이다. 소재 고갈에 직면한 제작진의 매너리즘과 무리수가 빚어낸 참사이지, 출연진의 잘못으로 귀결될 문제가 아니다.

단 한 번의 연출 논란으로 프로그램의 전체 기획 의도와 출연진이 쌓아온 진정성을 전면 부정하는 것 역시 지나친 도식화다. ‘나 혼자 산다’는 지난 수년간 다양한 1인 가구의 일상을 조명하며 대중적 공감과 위로를 전달해 왔다. 개별 에피소드의 설정 과하라는 실책에 대해 비판할 수는 있으나, 이를 이유로 수년 간의 프로그램 가치와 출연자 전체의 진정성까지 폄하하는 것은 비판의 균형을 잃은 처사다.

급기야 '나 혼자 산다'를 둘러싼 의혹에 정치권까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예능이라는 장르가, 무엇보다 이번 논란의 본질이 사회적 공공성을 중대하게 다루거나 위반한 사례가 아님에도 정치권까지 가세한 일은 자칫 창작의 권한을 제한하는 행위로 비화될까 염려된다. 방송의 자율적 정정 기능과 시청자 비평으로 해결할 영역에 과도한 정치적 프레임을 씌워서는 안 될 일이다.

잘못된 연출과 미흡했던 대응에 대한 비판은 마땅히 이루어져야 한다. 출연자 역시 이번 사안을 계기로 시청자 신뢰의 무게를 다시금 새길 필요는 있다. 그러나 비판은 문제를 바로잡는 건강한 선에 머물러야지, 방송 구조의 한계 속에서 역할을 다한 출연자 개인을 향한 과도한 마녀사냥으로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 이성적이고 차분한 시선이야말로 진정으로 방송 문화를 발전시키는 힘이 될 것이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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