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배우 안재욱이 지상파 예능에서 또다시 애주가 면모를 드러냈다. 두 차례 음주운전 전력이 ‘짠한형’ 출연을 계기로 다시 도마에 올랐지만, 방송에서 소비되는 그의 캐릭터는 여전히 ‘주당’이었다. 육아 이야기를 굳이 술자리 농담으로 돌린 진행자 김구라의 가벼운 말도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 4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는 안재욱, 정영주, 엔믹스 릴리, 유병권이 출연했다.
이날 안재욱은 그동안 ‘라디오스타’에 출연하지 못한 이유로 육아를 꼽았다. 초등학교 4학년과 여섯 살 자녀를 둔 그는 “작품 쉬는 시간에라도 애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대화를 술 이야기로 돌린 것은 김구라였다. 그는 안재욱이 육아에 힘쓰는 모습을 언급하면서도 “술을 먹기 위해 점수 따려고 열심히 하는 것 같더라”고 농담했다. 안재욱은 “떳떳하게”라고 받아쳤고, “저녁 차려주고 설거지하고 아이들 재우고 ‘아빠는 잠깐만 나갔다 올게’ 한다”고 덧붙였다.
집안일과 육아를 마친 뒤 술자리에 나간다는 농담이었다. 하지만 이를 평범한 애주가의 일상으로만 받아들이기는 어려워 보인다. 안재욱에게는 술을 좋아하는 이미지와 함께 두 차례의 음주운전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안재욱은 지난 2003년 술을 마신 뒤 운전하다 앞차의 뒷범퍼를 들이받는 사고를 내 면허가 취소됐다. 2019년에는 전날 마신 술이 깨지 않은 상태로 운전하다 음주 단속에 적발돼 면허 정지 처분을 받았다. 당시 출연 예정이던 뮤지컬 ‘영웅’에서 하차했으며, 약 5개월 뒤 연극 ‘미저리’로 복귀했다.
앞서 술을 소재로 한 예능 출연으로 비판받은 일도 있었다. 안재욱은 지난 2월 23일 공개된 웹예능 ‘짠한형’에 이재룡 등과 함께 출연해 술을 마시며 주량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나 공개 후 약 2주 만인 3월 6일, 음주운전 전력이 있던 이재룡이 또다시 음주운전 사고를 낸 혐의로 입건되면서 해당 영상도 도마에 올랐다. 함께 출연한 안재욱의 두 차례 음주운전 전력까지 재조명됐고,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연예인들의 술자리를 웃음거리로 소비한다는 비판 속에 영상은 비공개 처리됐다.
그런 상황에서 안재욱은 지상파 예능에 나와 다시 술자리에 나가는 일상을 웃음 소재로 꺼냈다. ‘짠한형’을 둘러싼 비판 이후에도 애주가 캐릭터를 소비하는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다.
음주운전 전력이 있다는 이유로 평생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한다거나, 방송에서 술을 언급해서는 안 된다는 뜻은 아니다. 이번 발언에 새로운 음주운전이나 위험한 행동을 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도 아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술을 즐기는 것과 방송에서 술을 좋아하는 모습을 매력으로 내세우는 것은 다른 문제다.
두 차례 술을 마신 뒤 운전대를 잡았던 사람이 술자리에 나가기 위한 요령을 유쾌하게 풀어놓는 장면을 모두가 편하게 웃어넘길 수는 없다. 비슷한 이유로 출연 영상이 비공개된 뒤라면, 같은 이야기를 꺼내는 데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
이 대목에서 김구라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안재욱은 먼저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려는 노력을 이야기했다. 배우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나눌 이야기가 있었지만, 김구라는 이를 ‘술을 마시기 위해 점수를 따는 행동’으로 바꿔놓았다. 술과 무관하게 이어갈 수 있는 대화를 굳이 음주 이야기로 끌고 간 셈이다.
출연자의 익숙한 캐릭터를 건드려 웃음을 만드는 것은 예능에서 흔한 방식이다. 그렇다고 누구에게나 같은 농담이 통하는 것은 아니다. 안재욱의 경우 ‘주당’이라는 이미지가 실제 음주운전 전력과 맞닿아 있다. 이를 가볍게 꺼내는 말은 웃음보다 불편함을 남길 수 있다는 점을 진행자도 고려했어야 한다.
김구라가 던진 농담에 안재욱이 호응하면서 대화는 자연스럽게 술자리 이야기로 이어졌다. 한 사람은 웃음을 위해 소재를 꺼냈고, 다른 한 사람은 익숙한 애주가 캐릭터로 답했다. 이 장면을 방송에 담은 제작진 역시 그 대화가 시청자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안재욱에게는 오랜 연기 경험도, 육아를 통해 달라진 일상도 있다. 굳이 술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어떻게 술자리에 나가는지를 반복하지 않아도 풀어낼 이야기는 충분하다. ‘짠한형’ 이후에도 다시 등장한 술 토크가 아쉬운 이유다. 안재욱에게도, 이를 끄집어낸 김구라에게도 이제는 익숙한 웃음보다 신중한 말이 필요하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MBC '라디오스타' 캡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