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에 맥주 한 잔이 정말 하고 싶었어요. 정말 오래 참았거든요. 그리고 가족 여행을 가고 싶어요. 아이들하고 놀아줄 수 있는 어린이대공원 같은 데 가서 함께 시간 보내고 싶고 떨어져서 끝나는 게 아니라 더 박차를 가하고 음악에 열중해서 앨범 준비도 할 계획이고 좀 더 활발하게 활동하고 싶은 욕심도 있어요. 차차 풀어나가야죠."

케이블TV 엠넷 '슈퍼스타K5' 톱(TOP) 4의 이름에 장원기는 없었다. 장원기는 TOP 5 중 유일하게 아이를 둔 30대 유부남이다. 그는 4라운드 대국민 선곡 미션에서 성시경의 '미소천사'를 불렀지만 아쉬운 편곡이라는 평을 받았다. 결국 슈퍼세이브를 위해 김민지와 재대결을 펼친 그는 다섯손가락의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무대를 마지막으로 '슈스케'를 떠나게 됐다.

"아이와 아내가 많이 보고 싶어요. 특히 아빠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질 거예요. 아들도 제가 항상 재워줬거든요. 혼자 자야할 상황이 두 달이나 이어지니까. 애기 엄마한테는 아침에 애들 어린이집 보내야 되고 끝나면 애들 씻기고 재우는 걸 혼자서 감수해야 되니까 미안하고 그립죠."

장원기가 탈락하자 많은 사람들이 당황했다. 심사위원이었던 이하늘은 아쉬워하는 마음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오히려 당사자인 장원기는 무덤덤한 모습이었다. 생각해보면 장원기는 198만 명 중 5등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기록했다.

"'슈스케'가 '기적을 다시 한 번'이 모토잖아요. 저 같은 사람도 기적을 한 번 이뤄보고 싶었어요. 진정성을 담아서 노래를 불렀고 그런 모습들을 좋게 봐주셔서 이 자리에 까지 소개되지 않았나 생각했어요. 30살이 넘고 가정을 이룬 참가자가 지난 시즌에도 있었지만 그만큼 시청자들의 마음을 열 수 있는 연령대가 넓어지지 않았나 싶어요."

특히 장원기는 그룹 에보니힐로 다수의 앨범을 낸 기성가수다. 참가할 때 부담감도 더 컸을 터. 그는 "처음에는 자신이 없었다. 이미 구식이라고 생각했다"라며 "다른 친구들은 신선한 것들을 보여줄 수 있는 반면에 저는 '음악이 너무 올드해' 등 그렇게 좋은 말을 못 들어왔다. '여기서도 그렇게 평가하면 어떡하지' 걱정도, 두려움도 많았는데 음악에 진심을 담아서 하다보니까 마음이 통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원기는 "심사위원 세분이 정말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음악적인 자존감이 많이 낮았는데 좋은 평을 들어서 자존심을 회복하게 되고 음악을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욕이 많이 생겼다"면서 "정말 감사하고 '슈스케'에 나오지 않았다면 아마 제 음악을 하면서 바닥만 치다가 금방 관두지 않았을까 싶다. 세 분이 있어서 지금까지 있고 앞으로도 음악을 해나갈 수 있을 거 같다"고 심사위원에 고마움을 전했다.

맏형으로서 합숙 당시 가정적인 면모를 뽐내며 각종 일을 도맡아했던 장원기는 다른 참가자들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희진이는 제가 주방에서 뭘 하고 있으면 자기 방에 있다가도 귀신같이 내려와서 감자도 깎고 양파도 깎아요. 밥 먹고 싶어서 주방에 오는 건진 잘 모르겠는데 정말 잘 도와줬죠.(웃음) 시환이는 뒤늦게 합류해서 저희한테는 익숙한 상황이라도 본인에게는 적응하기가 힘들었을 텐데 참 고마웠죠. 빨래를 개고 있으면 알아서 와서 갠다든가 자기가 뭘 해야 하는지 찾아서 해요. 늦은 시간에 작업을 하다가 주방에 가보면 혼자서 밀린 설거지도 하고 있더라고요."

앞서 예상 등수에 TOP4를 적었던 장원기는 "원래는 목표가 TOP10이었는데 하다보니 TOP4라는 목표를 갖게 된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또 "근데 제가 참 잘못 생각하면서 왔구나 느꼈던 게 하다보니까 이런 저런 게 눈에 들어오고 욕심을 부리게 되더라"라면서 "싱 오프 무대 때 나훈아의 '영영'이라는 무대를 불렀는데 진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서 했다. 제가 TOP 10이라는 목표를 가졌을 때가 가장 무대다운 무대였고 진심을 다했기 때문에 '영영'을 넘어서는 무대를 만들자는 게 간절한 목표였고 희망이었다"고 덧붙였다.

아쉽게도 목표는 이루지 못했지만 그에게도 5억의 우승상금을 받게 된다면 가족을 위해 꼭 하고 싶었던 몇몇 일이 있었다.

"아들이 어린이집을 다니는데 차량이 각자 집에 서면 아파트에서 서는 애도 있고 아빠가 데리러 오는 애도 있는데 '아빠 왜 우리집은 낡았어요? 엘리베이터 있는 집에서 살면 안돼요?'라고 물은 적이 있어요. 그래서 아파트로 이사를 갔으면 좋겠고 제가 먹고 살기 위해서 사업체를 차렸는데 시시해서 빚을 털어내고 싶었죠. 차도 아들이 원하는 큰 차를 타고 싶었어요."

앞서 진행된 시즌을 살펴보면 '슈스케'는 꼭 우승은 하지 못하더라도 대부분 계속 음악 활동을 이어나간다. '누구를 미래로 그리고 있느냐'는 질문에 장원기는 버스커버스커를 롤모델로 꼽았다.

그는 "자신들만의 음악적 색깔도 뚜렷하고 나가서도 그런 색깔을 잃지 않고 꾸준히 이어나가고 있다는 게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저도 지향하는 음악적인 색깔이 있고 제 나름대로는 어느 정도 뚜렷한 색깔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 자리를 꼭 고집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적절하게 해나갈 계획이다"라고 밝히며 인생에 있어 '슈스케'의 의미에 대해 털어놨다.

"'슈스케'는 저에게 환생이에요. 정말 이 프로그램에 임하면서 가치관이라든가 자세가 많이 바뀌었거든요. 예전에는 고리타분하고 꽉 막혀 있었던 데다 음악을 그만둬야겠다고 마음먹었던 찰나였는데 '슈스케'가 다시 저를 일어설 수 있게 해준 계기가 됐죠. 좀 더 넓은 시야가 아니고 정말 넓게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줬어요."

자신감을 되찾은 그의 새로운 음악 행보가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그의 음악 인생은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티브이데일리 윤혜영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CJ 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