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이제 포털 사이트 사전에까지 등장한 단어, ‘교회오빠’는 꼭 교회에 다니는 오빠들만을 지칭하는 게 아니다. 선하고 바르게 자랐음은 물론, 준수한 외모에 노래도 잘 부르고(성가대나 찬양인도자 출신이라) 고민상담도 성심껏 들어주며(회장이거나 적어도 소모임의 리더 출신이라), 그것도 모자라 한 여자만 지고지순하게 바라볼 것 같은, 흔히 교회 가면 볼 것 같은 오빠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정도면 여자들의 이상형을 총합해놓은 모양새이기에, 몇몇 개그 및 예능프로그램에서 소재로 활용될 만큼 남자들에겐 공공의 적으로 여겨지기 일쑤다. 비록 ‘교회오빠’도 절대 완벽할 수 없는 ‘사람’인지라, 간혹 사람이 너무 완벽해도 문제가 있다는 드라마적 상상력 위에 얹어져 정신이상자 혹은 사이코패스 등으로 그려질 때도 있지만 말이다.

지난 2월, ‘황금어장 라디오스타’를 시작으로 대세의 반열에 오른 그룹 노을의 ‘강균성’은, ‘교회오빠’가 지닌 직접적 의미(교회 다니는 오빠)와 간접적 의미(교회를 다닐 것 같은 오빠)를 모두 충족시키는, 제대로 된 ‘교회오빠’다.

상대여성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기 위해 ‘무엇을 목적으로 사느냐’ 혹은 ‘어디서 정체성을 찾느냐’ 등의 질문을 하고, 촉촉한 눈빛으로 고등학생들을 보며 ‘너흰 아름다워’라고 밑도 끝도 없는 찬사를 내뱉는다. 뿐만 아니라 요새 보기 드문 혼전순결 주창자이며 혼전동거에 관해서도 결혼에 필요한 것은 서로가 얼마나 잘 맞는지가 아니라 부족한 부분도 감싸 안을 수 있는 마음의 넓이라며 반대의 입장이다.

그렇다고 마냥 진지하지만은 않다. 교회도 사람이 모인 곳인지라 인기 있는 남자에게 유머와 위트는 필수요소이다. 때론 그 유머와 위트란 게 좀 과하기도 하지만. 자신이 땅콩회황으로 유명한 한 여인을 닮았다며 스스로 재현해보기도 하고, 풍부한 성량이 바탕이 된 기이한 모창을 선보이기도 한다. 홀로 이상한 지점에서 웃음이 터져 주변 사람들을 당혹케 하기도 해, 끝내 ‘사차원’ 혹은 ‘돌아이’라는 별칭까지 얻어내니 말 다한 셈이다.

‘강균성’은 제대로 된 ‘교회오빠’이자, ‘교회오빠’라는 콘셉트를 예능에 제대로 적용시킨 최초의 예다. 그는 단순히 선하고 바른 모습, 즉, 겉모습에만 치중한 ‘교회오빠’가 아니라, 시대가 요구하는 사고방식에 좀 빗나갈지라도, 다소 꽉 막혀 보일 수 있다 할지라도,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와 상관없이 자신만의 신념, 즉, 쉽게 이야기할 수 없는 ‘교회오빠’다운 신념을 당당히 드러내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차원’이나 ‘다중이’, ‘돌아이’라는 이미지가 만들어낸 재미는 부차적인 요소에 지나지 않는다.

이게 뭐 특별한 점일까 반문할 수 있겠다. 하지만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그런가 보다 하고 따라가는 사고방식의 흐름을 벗어나는 의견, 그것도 대중의 눈길을 항시 의식해야 하는 스타들이 그런 의견을 내기는 쉽지 않다. 특히 그 안건이 어느 정도 개인이 가진 종교적인 신념과 관련되어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우선 말하는 당사자가 위축된 나머지 자신감이 떨어져 설득력 없는 이야기들을 늘어놓을 가능성이 크고, 그 결과 맹신으로밖에 느껴지지 않아 거부감을 살 위험이 있는 까닭이다. 더 심한 경우는 재미가 없어 통으로 편집되는 경우도 흔하다.

지금까지 각종 장르에서 소재로 활용되던 ‘교회오빠’란 콘셉트는, 그저 준수한 외모와 성품으로 여자들에겐 동경의 대상이, 남자들에겐 질투의 대상이 되는 정도일 따름이었다. 강균성도 이 지점에 머물렀다면, 어쩌면 흔한 ‘교회오빠’들 중 한 사람으로 막을 내렸을 게다. 하지만 그는 외모와 성품만이 아닌(그의 독특성을 고려해볼 때 오히려 이 대목에선 보통 우리가 아는 ‘교회오빠’라 하기에 부족할 수도 있다), 사고체계 깊숙이 박혀있는 ‘교회오빠’다운 모습까지 거침없이 드러내며 스스로의 존재감을 확립했다.

어느 누가 예능에서 ‘혼전동거’에 반대하는 이유를, ‘상처받았다’는 것의 의미를 진지하게 설파할 수 있을까. 방송이 그 재미없을 수도 있는 내용을 그대로 내보내는 것조차 용한 일이다. 어쩌면 그가 진짜 ‘교회오빠’였기에, 다시 말해 재미만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 ‘강균성’만의 진정성을 담아냈기에 더 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대중의 사랑과 관심은 항시 움직이는 것이라 그를 밀어올린 흐름이 언제 다시 사그라질 진 알 수 없다만, ‘교회오빠’라는 콘셉트를 성공적으로 예능화시킨 이는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지 않을까 싶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 사진=티브이데일리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