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여자연예인들의 로망이라는 화장품 광고를, 전혀 상관없는 인물이 찍었다. 정창욱 셰프. 이유는 여러 가지로 유추해 볼 수 있다. ‘푸드’라는 브랜드 이름의 일부와 관련 있는 ‘셰프’라는 점, 요즘 대세라는 셰프들 중에서도 상위권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점, 그리고 기존 화장품 모델인 김유정과 닮은꼴이라는 점 등이 그것이다.

방송 프로그램 하나를 보더라도 절대 피해갈 수 없는 대목이 있다. 바로 하루에도 몇 개씩 쏟아지는 제품광고들, 이미 풍족한 선택항목들 가운데 살아가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어떻게든 움직여 보려는 애가 가득 담긴 노력들. 하지만 인문학과 철학을 이리저리 가져다 대며 가치를 운운해도 결국 당신의 주머니를 호기롭게 열어 달라는 소리로만 들릴 뿐이다.

케이블TV가 활성화되면서 다양한 채널들을 접할 수 있게 된 대중은, 안 봐도 뻔 한 판매멘트가 흘러나올 때마다 재빠르게 다른 채널의 다른 프로그램으로 대체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반적이고 상투적인 광고들은 쉽사리 외면을 당할 수밖에 없다. 물론 모델이 파워가 있고 이미 기능면에서 대다수의 인증을 얻은 제품이라면 크게 연연해하지 않아도 되겠지만(그럼에도 광고가 가지는 힘은 무시할 수 없을 테다).

화장품 브랜드 ‘스킨푸드’가 나름의 재치 있는 광고를 탄생시켰다. 원래 모델이었던 김유정에다가 한참 닮은꼴이라는 것으로 화제가 되었던 정창욱 셰프를 더해, 그들의 이미지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시너지를, 남김없이 발휘하게 만든 것이다. 화장품 광고에 셰프가 출연하다니, 화장품과 광고만을 염두에 본다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를 가능하게 만들 뿐 아니라 나름의 효과까지 얻게 한 요소는 무엇일까.

우선 ‘스킨푸드’, ‘스킨’과 ‘푸드’로 이루어진 이름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 브랜드는 먹어도 무방할 정도로 안전한 재료로 만든 화장품 회사임을 표방한다. 제대로 푸드를 다루는 셰프란 직업을 가진 이의 합류는, 브랜드의 기본 가치를 되살리는 효과를 준다. 특히 정창욱은 여러 방면의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의 인정과 지지를 얻고 있는 셰프다. 즉, 전문성이 확보되는 것이다.

게다가 호감도도 높고 김유정과 닮은꼴이라는 대중이 접근하기 용이한 흥미유발코드도 지니고 있으니 재미(김유정이 담당할 수 없는 부분의)와 친근감까지 높일 수 있다. 비록 그는 화장품 하나도 제대로 바르지 않을 것처럼 보이지만, 잘만 만들어내면 여러모로 해당 화장품 광고에 득이 될 만한 존재라 할 수 있겠다.

아직 단정 지을 수 없지만, 위와 같은 ‘스킨푸드’의 기획력은 통하는 중이다. 이미 SNS를 통해 광고가 퍼져가고 있으며 조금씩 화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대중의 눈길이 어디를 향하고 무엇이 그들의 입가에 웃음을 어리게 하는지 민감하게 반응하고 파악해, 기존의 틀을 변형시키면서까지 그것을 제품 광고에 도입한 해당 사의 노력의 결실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으리라.

이젠 단순한 유혹으로 대중 혹은 소비자의 주머니를 열 수 없다. 광고조차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어야 그나마 마음이 움직일 태세다. 갖가지 광고에 신물이 나 보려고도 하지 않는 대중에게 어떻게 그들의 제품을 알릴 수 있을까. 정창욱 셰프가 김유정과 함께 촬영한 이번 ‘스킨푸드’의 광고가 확실한 답이라 할 순 없어도 하나의 제시점이 될 터이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 사진=티브이데일리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