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뒤를 맡길 수 있는 존재란 어떤 것일까. 배우 유선이 문영남 작가를 가리켜 "믿고 넘어질 수 있는 존재"라고 밝혔다. 말 그대로 무한한 신뢰의 대상이었다.

유선은 8일 종영한 SBS 주말드라마 '우리 갑순이'(극본 문영남·연출 부성철)에서 신재순 역으로 열연했다. 극 중 신재순의 인생은 파란만장했다. 전 남편 전세방(정찬)과 이혼한 뒤 조금식(최대철)과 첫 번째 재혼을 실패했고, 다시 전세방과 합치려다 무산된 뒤 가족도 등지고 수산시장을 돌다 조금식과 재결합한 것. 다소 지리멸렬할 수도 있는 이 과정 속에 유선은 절절한 감정 연기로 시청자를 웃고 울렸다.

정작 유선은 자신의 캐릭터 신재순의 활약을 문영남 작가의 공으로 돌렸다. 방송 초반 '막장', '고구마 드라마'라는 혹평을 받았던 '우리 갑순이'였으나 배우로서 문영남 작가를 굳게 믿고 의심 없이 의지하고 따랐다는 것이다. 이에 유선은 '우리 갑순이'가 6~7%까지 추락했던 시청률 부침을 딛고 20%를 돌파하는 시청률로 성황리에 종영한 것도 문영남 작가 덕분이라고 했다.

유선은 "'우리 갑순이'의 경우 방송 분량보다 대본이 3주나 먼저 나왔다. 이게 첫 방송부터 마지막 방송 때까지 계속 이어졌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는 "이전에 출연한 드라마는 물론 우리나라의 다른 드라마 제작 환경에 비춰 볼 때 이건 결코 흔치 않은 일이다"고 밝혔다.

유선은 "다른 드라마의 경우 보통 한 주에 2회가 방송되는데도 불구하고 대본 2개를 들고 촬영하면 행복한 수준이다. 그런데 '우리 갑순이'는 배우들이 대본을 6개씩 들고 촬영에 임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방송되는 주의 분량이 대본으로 미리 나와주기만 해도 행복한데 2주 뒤 분량까지 미리 대본으로 받아볼 수 있으니 배우로서 정말 여유 있게 미리 준비할 수 있었다"며 "외울 양도 많고 촬영 한 번에 4회를 왔다 갔다 하며 촬영하는 게 정신 없기는 한데 캐릭터의 감정선을 미리 준비할 수 있다는 게 정말 행복했다"고 말했다.

특히 유선은 "그런데 단순히 대본을 미리 받아본다는 것보다 놀라운 것은 문영남 작가가 '우리 갑순이' 시청자들의 반응을 미리 예측하고 있다는 거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통은 작가가 드라마가 방송된 뒤 시청자 반응을 보고 여론에 따라 대본 방향을 바꾸고, 그게 사전제작이 아니 드라마에서 시청자와 호흡한다는 장점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그런데 문영남 작가는 '이 장면에 시청자들이 이렇게 반응할 거야'라고 예측했고, 실제로 그렇게 이뤄졌다"며 놀랐다.

이어 "사실 배우로서는 어떤 작품에서 캐릭터가 너무 독해진다거나 다소 갑작스러운 행동을 보일 때 우려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시청자는 귀신 같이 배우가 우려한 부분을 똑같이 지적한다. 그런데 '우리 갑순이'에서는 시청자가 '이게 뭐야'라고 반응하던 답답한 순간이 있을 경우 문영남 작가도 미리 그런 반응을 예측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반드시 그에 대한 해명 격의 장면이 등장했다. 놀라운 것은 이 모든 게 방송되기 전에, 시청자 반응을 보기 전에 작가가 큰 그림을 그리고 예측한 부분이라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유선은 "한 번은 문영남 작가가 캐릭터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며 "'굳이 전개를 염려해서 연기로 캐릭터를 바꾸거나 수정하려고 노력하지 마라. 의심되는 부분들은 반드시 풀고 넘어가주겠다'며 '나를 믿고 뒤로 넘어져라. 내가 받치고 있을 테니까'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 말이 너무 멋졌다"며 감탄했다.

무엇보다 유선은 "'우리 갑순이'에서는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던 장면도 다 지켜보고 나면 오해를 풀 수 있고 해명하는 신이 반드시 등장했다. 결과적으로 배우로서는 큰 고민 없이 작가를 믿고 대본에 충실하기만 하면 시청자를 이해시키고 설득할 수 있었다"며 "문영남 작가를 믿고 제대로 넘어질 수 있었다. 이건 연기자로서 작가를 믿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지점이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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