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노한솔 기자] "가짜로는 연기 못하겠어요"라는 배우 이세영이다. 때문에 경험해본 적 없는 역할을 소화해야 했던 '화유기'는 이세영에게 큰 걱정이었으나, 드라마가 끝난 뒤에는 성숙한 연기를 향한 든든한 발판이 됐다.

이세영은 지난 4일 종영한 케이블TV tvN 주말드라마 '화유기'(극본 홍정은 홍미란·연출 박홍균)에 출연했다.'화유기'는 고대소설 서유기를 모티브로 퇴폐적 악동 요괴 손오공과 고상한 젠틀 요괴 우마왕이 어두운 세상에서 빛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드라마로, 이세영은 좀비소녀 진부자와 악귀가 된 아사녀를 맡아 1인 2역 연기를 선보였다.

그는 좀비소녀부터 과거의 일로 악귀가 된 역할까지 이번 연기를 통해 다양한 변신을 보여줬다. 그렇기에 고민도 많았을 터. 이세영은 현장을 떠올리며 "해본 적 없는 연기는 신선했지만 어렵고 힘들기도 했다. 고민도 하고 불안도 했지만, 힘든 그 과정 자체가 되게 재밌었다"고 즐거워했다. 현장에서 다른 선배들에게 지적을 받는 것조차 너무 귀한 시간이었단다.

특히나 진부자 역할에서는 좀비라는 특수성 때문에 걷는 것 하나에도 준비를 해야 했다는 그다. 좀비 연기를 위해 안무선생님까지 대동했다는 이세영은 "엄청 많이 연습을 했다. 계단을 내려갈 때도 그냥 내려가는 것, 기대서 내려가는 것, 기어서 내려가는 것, 심지어 굴러 떨어질 준비도 했다. 그 덕분에 다들 큰 거부감 없이 봐주신 것 같다"고 다행이라는 듯 말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장면 중에 하나가 좀비 댄스였다는 이세영이다.

이렇게 다양한 노력이 있었기에 연기적으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진부자는 그가 함께 연기했던 아사녀보다 마음이 간 건 사실이란다. 이세영은 "다양한 버전으로도 진부자를 연기해볼 수 있을 것 같다"며 여러 연기톤을 즉석에서 보여주기도 했다.

반면 아사녀에 대해서는 진부자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외면적으로 많은 변화를 줘야 했다. 극 중 이세영은 아사녀로 변신한 후 진한 메이크업과 한층 돋보이는 의상으로 많은 팬들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는 아사녀의 스타일링에 대해 "내가 좋아하는 것과 별개로 아사녀라는 캐릭터와 잘 보여줄 수 있어야 했고, 나와도 잘 어울려야 했다. 스타일링도 더 화려해 보이려고 노력은 했으나 악세사리 등 시선을 끌고 튀는 느낌을 빼려고 했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함을 추구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진짜로 하지 않으면 연기하기 어렵다"는 이세영에게 좀비연기, 악귀 연기는 쉽지 않았다. 그는 "연기는 이입해서 느끼는 대로 반응을 하는 거지 가짜라고 생각하면 정말 못한다. 칼에 손을 베는 장면도 진짜 힘주고 눌러서 했는데 정말 아프더라. 그런 것 때문에 좀비 연기를 한다는 것에 대해 부담이 컸다"고 당시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의 연기에 힘을 실어준 것은 다름 아닌 현장에서 함께 연기했던 선배 배우들이었다. 앞서 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서 선배 배우 박준금 이외에는 자주 부딪힌 적 없었다는 이세영은 현장을 언급하며 즐거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는 "'나는 저 선배만큼 연기를 잘하는 것도 아니면서 저 선배보다 열심히 준비를 하고 있나' 하는 반성도 했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많은 분들께서 막내라고 가르쳐주시고 도와주셔서 감사하다. 너무 배운 게 많다"고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전했다.

"다른 선배들과 자주 연기한 적이 없어요. 경험에서 오는 노련함이라는 게 있잖아요. 이번 작품에서는 다양한 선배들을 만났어요. 오연서 언니 엄청 작은 역할부터 시작해서 경험이 많잖아요. 함께 고민을 나누기도 했어요. 승기 오빠도 연기를 표현함에 있어서 깊이 있게 하시고, 차승원 선배도 연기에 임하는 자세가 너무 열정적이셨어요. 장광 선생님도 성우여서 그런지 발성, 발음이 너무 좋으셨어요. 하선녀 언니를 맡은 성혁 선배도 말할 것 없죠. 너무 좋은 현장이었어요."

그중 특히 저팔계 역의 이홍기와는 러브라인까지 가져간 상황이었다. 시놉시스에는 동생 같은 끈끈한 관계였단다. 이에 대해 이세영은 "사실 두 사람의 관계가 정의하기가 애매하기도 하고 남녀의 감정이라기보다 좀 깊이 있고, 뜨거운 가족애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단순하게 연인 감정으로 표현 안 하려고 했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연기적인 면에서, 또 인간적인 면에서 이세영에게 '화유기'는 하나하나 다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는 자신의 캐릭터들을 이야기하며 "살면서 이 세상에 다해보면 참 좋겠지만 논리적으로 안 되는 것도 있을 거고, 된다고 해도 전부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냐. 그렇기 때문에 캐릭터 하나하나가 다 소중하다. 그만큼 다 애정이 가고 또 애정이 애착이 된다. 캐릭터는 내 일부 모습 중에 하나다. 연기는 그걸 극대화해서 끄집어내는 거다. 다채로운 감정으로 좋은 캐릭터를 또 만들어내고 싶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는 표현을 많이 하는 사람이었는데 성인이 되고 나서는 남에게 드러내는 걸 잘 못하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항상 늘 좋은 결과가 있을 수는 없지만, 어떤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나는 최선을 다해서 후회하지 않는 결과물을 가지고 싶어요. 조금이라도 발전하는 배우가 되고 싶거든요. 배우가 연기를 잘 하지 않는다는 것은 직무유기 아닌가요 (웃음).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어요."

[티브이데일리 노한솔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프레인TP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