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티브이데일리 김수영 기자] 영화 '초연'의 정수문과 랑융치가 섬세한 감정 연기로 여배우들 사이의 암투와 이해를 그린다.

5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 위치한 신세계 센텀시티 문화홀에서 영화 '초연'(감독 관금붕)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관금붕 감독을 비롯해 정수문, 량융치, 바이 바이허, 엔지 치우가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초연'은 왕년에 라이벌 관계였던 두 스타 여배우가 '두 자매'라는 연극을 준비하며 초연 때까지 겪는 불안을 담는다. 관금붕 감독이 중국에서 작품 활동을 한 후 오랜만에 홍콩으로 돌아와 홍콩 올로게이션으로 완성한 작품이다.

'초연'은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선정돼 스크린에 올랐다. 갈라 프레젠테이션은 동시대 거장 감독들의 신작 및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화제작을 상영하는 부문이다. 올해에는 '초연'과 함께 한국의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감독 장률), 일본의 '킬링'(감독 츠카모토 신야)이 선정됐다.

영화에서 정수문과 량융치는 두 여배우의 흔들리는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이들은 캐릭터의 아픈 삶을 시작으로 이들이 겪는 혼란과 이해의 과정을 능숙하게 표현한다. 이에 대해 관금붕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때 매번 인물 간의 관계를 고려해서 설정한다. 이번에도 역시 관계와 교류 등 디테일에 신경을 썼다"고 밝혔다.

이날 실제 라이벌을 묻는 질문에 정수문은 "아무래도 영원한 가장 큰 라이벌은 마음 속의 자신인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실력은 내 마음 속에 있는 걸 초월하고 극복해야 나오는 것 같다. 그래서 내 라이벌은 나 자신이다"고 덧붙였다.

특히 정수문은 영화 속 두 인물이 라이벌로 설정됐지만 그 안에 내포된 또 다른 의미를 강조했다. 정수문은 "두 여배우의 라이벌 관계가 주 내용인 것 같지만, 사실 이들의 숨겨진 상처나 아픈 과거들을 잘 보여주고 서로를 이해해나가는 과정을 알려주는 영화이기도 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랑융치 역시 자신이 생각하는 라이벌을 밝혔다. 량융치는 "정수문이 말한 것에 동의한다. 가장 큰 라이벌은 자신이 아닐까 싶다"면서 "영화에서 둘의 암투가 나오지만 작업하는 동안은 굉장히 즐거웠다. 실제 현장 분위기는 영화와 달리 밝았다"고 털어놨다.


이 밖에도 '초연'에서는 동성애를 떠올리게 하는 정수문과 바이 바이허의 관계도 눈길을 끈다. 이에 대해 관금붕 감독은 "전작을 찍을 때도 '동성이라는 소재를 통해 내면을 드러낸 게 아니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면서 "둘의 관계에는 미묘한 느낌이 있다. 동성애라는 부분이 강조될 수도 있지만 극중 바이 바이허는 은퇴한 정수문의 무대에 아쉬움을 보여주는 거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관금붕 감독은 영화에서 두 인물의 삶과 감정을 극적으로 표현해내는 장치인 연극 '두 자매'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두 자매'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연극이다. 젊은 시절 연극을 보기도 하고, 영화제를 하기도 했던 추억의 장소인 홍콩 대회당을 떠올리니 자연스레 인물도 연극 배우로 설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 속 연극 '두 자매'는 인물의 감정적인 부분을 보충하는 데 실질적으로 큰 역할을 했다"면서 이를 통해 더욱 세밀하게 묘사될 여배우들의 삶에 대한 기대를 당부했다.

[부산=티브이데일리 김수영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초연' 포스터,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