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노한솔 기자] "YG는 아티스트로 다른 장사를 하지 않겠습니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그룹 빅뱅의 승리가 극 중 외친 말이다. 그러나 'YG전자'가 이 말을 당당히 뱉을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각종 마약 논란과 성파문을 빚었던 YG는 'YG전자'로 소속 아티스트를 이용해 일명 '감성팔이'라도 하려는 듯 보인다.

'YG 전자'는 하루아침에 기피 일 순위 부서인 YG 전략 자료 본부로 좌천된 승리가 위기의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를 살려내고 다시 회장님의 품으로 돌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시트콤 드라마다. 예능프로그램 '방송의 적', '음악의 신' 등을 제작한 박준수 PD가 연출을 맡았으며, 5일 인터넷 엔터테인먼트 기업 넷플릭스(Netflix)를 통해 전 회차가 한꺼번에 공개됐다.

방송에는 YG에 대한 이야기가 담겼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그룹 빅뱅 승리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시작으로 마약류 논란, 그룹 간의 탈퇴 이야기 등등 그간의 논란들과 이로 인해 생긴 YG의 위기가 그려졌다.

그러나 블랙코미디를 표방하며 YG의 어두운 면을 지적하겠다고 했던 바와 달리, 'YG전자'는 블랙코미디는 커녕 단순 코미디의 영역에도 미치지 못했다. 범죄를 지적하는 것이 아닌 희화화가 주가 되고, 성희롱은 웃음의 소재로 그려져 웃음보다는 오히려 불쾌함을 안겼다.

앞서 YG는 마약과 관련된 범죄에서 수차례 물의를 빚어왔다. 지드래곤이 2010년 대마 흡연으로 기소유예됐고, 같은 빅뱅의 멤버 탑은 입대 전인 2016년 10월 서울 용산구 자택에서 가수 지망생 한서희와 전자액상 대마초를 3회씩 흡연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또 지난해 말 쿠시 또한 마약류인 코카인을 구매하고 흡입한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그러나 방송에서는 이러한 이야기를 코미디로만 그려냈다. 깨끗한 YG를 만들겠다며 소속 연예인들은 그저 '굴욕적인 약물 검사'를 받아 이를 우스꽝스럽게 그려냈고, 승리가 한 출연진에게서 뺏은 비아그라를 쟁탈하는 모습이 담기기도 했다.

암페타민 밀수 논란으로 구설에 올랐던 박봄은 수년 만에 'YG전자'를 통해 방송에 출연하기도 했다. 지난 2010년 당시 박봄은 국내 반입이 금지된 마약류를 들여오다 인천지검에 적발됐다. 이와 관련해 당시 소속사 대표인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는 "우울증 치료가 목적이었다"고 해명했으나 불법인걸 몰랐다는 박봄은 과자 박스에 젤리류라고 적고, 암페타민 82정과 젤리를 섞어 넣어 반입해 논란이 됐다. 최근에는 박봄 마약류 밀반입과 관련해 지난 정부의 'YG 봐주기' 논란이 드러나며 세간의 이목을 모았다. 그러나 YG는 해당 사건의 진위가 채 벗겨지기도 전에 박봄을 방송에 섣불리 등장시켰다. 극 중 승리가 "박봄은 가수로서 당당히 서겠다"고 YG 소속 연예인으로서 컴백을 돕겠다고 약속하는 모습도 황당함을 자아냈다.


이후 방송에는 해명, 결과 없는 논란들이 나열되기만 해 YG가 소속 아티스트 관리에 소홀했다는 점만이 여실히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방송에 출연한 소속 아티스트 보호에도 주의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YG 전자'에는 승리 이외에도 아이콘 위너 블랙핑크 등 YG 아티스트들이 대거 등장한다. 그러나 위너는 욕설이 적힌 팬티를 들고 방송에 등장했고, 승리는 주사기에 담긴 흰 우유를 얼굴에 맞기도 했다. 특히 블랙핑크 앞에서 문신한 덩치의 남성이 갑자기 옷을 벗으며 사인해달라고 하는 모습은 성희롱으로 보이기 충분했다. 이를 적나라한 코미디로 보기엔 무리가 있음은 물론이다. 이러한 출연 아티스트에 대한 성희롱은 팬들마저 등을 돌리게 했다. 앞서 YG는 음악 활동을 비롯해 소속 연예인들의 활동을 극도로 제재하고 있어 일명 '열리지 않는 양현석의 보석함'이라는 웃지 못할 별명을 얻기도 한 바. 음악 활동이 아닌 B급 웹 예능 홍보를 위해 소속 아티스트를 모두를 출연시키는 것은 이미지 소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진정 블랙코미디를 찍고 싶었다면 양현석에게라도 YG 위기의 이유에 대한 의문을 던졌어야 할 터지만, 정작 방송은 오히려 양현석을 신과 같이 추대했다. 양현석의 말은 매회 초반 명언처럼 등장했다. 이는 양현석을 신격화하는 느낌을 자아내며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YG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YG전자'는 실패다. 의미 없는 비속어의 남발, 아티스트 성희롱, 빗겨나간 블랙코미디 주체 등의 문제는 'YG전자'와 YG에 대한 불신만 키웠다. 그저 그런 YG 홍보 웹 예능일 뿐이다. YG는 예능프로그램으로 자신들의 위기를 얼버무리는 것이 아닌 진짜 대책을 강구해야 할 때다.

[티브이데일리 노한솔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YG전자' 포스터, 넷플릭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