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송희 기자] 점점 괜찮은 배우, 언젠가는 한류도 되는 만능 연예인이란 수식어를 얻을 수 있을 때까지 성실하게 한 단계씩 밟아가려는 이가 있다. 그 과정을 대중들 또한 지켜봐 주길 원하기 때문에, 팬들과 시청자들의 반응 하나하나가 감사하다는 그룹 티아라 출신 배우 함은정이다.

함은정은 최근 종영한 KBS2 월화드라마 '러블리 호러블리'(극본 박민주·연출 강민경)에서 신비주의 탑 여배우 신윤아로 활약했다. '러블리 호러블리'는 운명을 공유하는 한 남녀가 톱스타(박시후)와 드라마 작가(송지효)로 만나면서 일어나는 기이한 일들을 그린 호러 로맨틱 코미디다.

함은정이 '러블리 호러블리'를 선택한 이유는 캐릭터 때문이었다. 함은정이 맡은 역할인 신윤아는 극 중 국제 아동 기금 사회 활동에 참여하며, 예능이나 섹시 화보 하나 없이 우아한 이미지로 모두의 사랑을 받는 여배우다. 또 유필립(박시후)과는 8년째 쇼윈도 커플로, 남들이 보기엔 지고지순한 사랑꾼이기도 하다. 함은정은 신윤아가 그 모든 타이틀을 얻기까지 악한 일이 숨겨져 있다는 미스터리한 점에 매력을 느꼈다.

신윤아가 대외적으로는 우아하고 깨끗한 이미지의 여배우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슨 악한 짓이든 하는 이중성 역시 함은정을 매료시켰다. 이에 함은정은 '러블리 호러블리' 제작진과 미팅 후 출연 의사를 적극 어필했고, 그만큼 캐릭터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다.

함은정이 연기하며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신윤아가 '착해 보이는데 나빴던 애'라고 단정 짓지 않는 거였다. 함은정은 이에 대해 "신윤아의 행동에 개연성을 주려고 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기존치 이상의 행동을 하긴 하는데, 이유가 있어서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하고 연기에 임했다"고 말했다. 그는 신윤아의 악행이 누군가를 지키고 싶어 장난스럽게 했던 일들이 생각보다 커진 것이라 생각하고 움직였다.

그런 함은정은 8년 전 화재 사건으로 유필립의 연인 김라연(홍선희)이 사망할 때의 복잡한 감정선을 잘 표현하려 유독 신경 썼다. 의도치 않게 화재 사건의 범인이 됐을 때, 건물 밖에 서있는 순간에 대해 함은정은 "최대한 애처럼 했다. 그 나이에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감정 연기에 더욱 집중한 이유는 예상 밖에 일이 커진 것에 당황한 그 마음을 잘 연기해야 신윤아가 그저 극악무도한 캐릭터로 남는 것을 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함은정은 가장 애착 가는 장면이 7회에서 유필립의 손가락을 잡고 그저 바라보는, 생각보다 별거 아닌 신이라고 했다. 함은정이 생각하기에 신윤아는 그저 유필립에 사랑받고 싶었던 아이였다. 사랑을 못 받는 기분을 지속적으로 느끼는 게 생각보다 힘들었다는 그는 "대본 받고 마음 아파서 2, 3일 정도 운 적도 있다. 사랑을 못 받는 걸 아는데도 8년 동안 옆에 있었을 때 마음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좋아하는 남자한테 사랑 못 받아도 괜찮아'라는 것과 '다수에게 사랑 못 받아도 괜찮아'는 다른 느낌인 것 같다"고 했다.


'러블리 호러블리' 멤버 구성으로 코믹을 찍었어야 된다고 할 정도로 촬영 현장은 즐거웠다고 한다. 그 덕에 함은정은 대본을 받을 때도 좋아하는 사람에게 오는 문자를 받는 마음으로 매번 '어떤 내용일까' 설렘을 느꼈다고 했다. 특히 함은정은 '러블리 호러블리'의 아쉬운 시청률에도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촬영하는 현장 분위기를 보고 많이 배웠다고 했다. 그 또한 "시청률에 얽매이지 않으려 했다. 시청률이 좋으나 안 좋으나 연기는 똑같은데, 시청률에 영향을 받으면 멘탈에 균열이 생길 것 같았다. 저는 최선을 다했고, 그에 따른 결과는 제 소관이 아니라고 봤다"고 털어놨다.

그렇다고 함은정이 시청자들의 피드백에 무심하게 대응하는 건 아니었다. 함은정은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속 "글에도 힘이 있다"는 말이 좋다고 했다. 그는 "글을 보면 애정이 있어서 하는 비판, 비평인지 아니면 그냥 싫어서 하는 말인지 알지 않나. 원색적인 비판을 보면 '아니에요'라고 혼잣말을 하면서 씁쓸해하기도 한다"며 "그런데 다각적으로 제 연기를 분석해주는 글도 있었고, 제가 열심히 한다는 걸 알아주는 분도 있었다. 그런 글을 보면 공부가 되기도 하고 힘도 난다"고 했다.

함은정은 이처럼 점점 괜찮은 배우가 되기 위해 나아가는 중이었다. 그는 성실하게 한 단계씩 밟아가는 느낌이 좋다며 "그 과정을 대중들과 함께 공유한다는 점이 좋은 것 같다. 2018년 여름 하면 저는 '러블리 호러블리' 촬영 기억을 떠올릴 거고, 대중들은 시청한 기억을 떠올릴 테니까 말이다. 다른 기억이지만 서로 추억거리가 쌓여가는 그 단단함이 좋다"고 했다.

그저 주어진 상황대로 열심히 살아간다는 함은정은 배우와 가수 활동에도 경계를 두지 않을 예정이다. 함은정은 배우는 누구와 연기하냐에 따라 시시각각 변할 수 있는 유동성, 가수는 짧은 시간에 모든 매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유독 매력적이라고 했다.

그 매력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배우와 가수 모두 병행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그다. 함은정은 연기는 현실성, 무대는 판타지적 요소가 짙다고 본다며 "그래서 무대에서 보이는 모습이 연기에서는 절대 안 보였으면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어떤 역할을 맡았다면 함은정도 없고, 가수도 없고, 그 역할 자체만 있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같은 얼굴, 같은 목소리를 가진 자신이 연기력으로 완전히 다른 극 중 인물 자체로 보이길 바란다고 했다.

함은정은 이미 지나간 자신의 20대는 티아라로서 살았다고 당당히 얘기할 수 있지만, 30대는 지나고 나서야 알 것 같다고 했다. 스스로 말하긴 쑥스럽지만 30대의 끝에는 ‘한류도 되는 만능 연예인’이란 수식어가 얻고 싶다는 함은정이다. "사실 10년 주기로 뭘 정해놓고 하는 사람이 아니다. 어떤 목표를 세워두고 못 이루면 마음이 아플 것 같다. 목표를 정하지 않더라도 전 어차피 매 순간 열심히 살 거다"고 자신감을 내비친 그의 10년 후가 기대되는 순간이다.

[티브이데일리 윤송희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조혜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