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현실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물음표 [씨네뷰] |
| 2018. 10.13(토) 09: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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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
[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기자] 찰리 채플린은 이런 명언을 남겼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영화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는 가까이도, 멀리도 아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몇몇 인생들을 그렸다. 덕분에 웃음이 나다가도 부조리에 대한 불편한 감정이 스치게 한다.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감독 장률·제작 률필름)는 제 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해당 영화는 오랜 지인이던 남녀가 갑자기 함께 떠난 군산 여행에서 맞닥뜨리는 인물과 소소한 사건들을 통해 남녀 감정의 미묘한 드라마를 세밀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주인공 윤영 역은 박해일이, 그와 군산 여행을 함께하는 송현 역은 문소리가 맡았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현실감을 놓치지 않았다. 배경음악, 카메라 구도 등의 화려함은 줄인 대신 실제에 가깝게 신을 구성했다. 그 가운데 캐릭터들의 감정 또한 극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특히 윤영과 송현을 둘러싼 애정 구도는 더욱 담백하게 표현됐다. 갑작스럽게 떠나온 그들이 잠자리에 대한 야릇한 농담을 주고받는 모습, 송현이 민박집 사장에게 관심을 표하며 접근하는 모습 등은 피식 웃음이 새어나오는 정도일 뿐이다. 그런 가운데 어느 한 쪽의 감정에도 치우치지 않는다. 이에 관객들은 철저히 관찰자가 된다.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의 이야기를 쫓아가다보면, 딱 부러지게 설명할 수 없는 아이러니한 사람들의 면모가 드러난다. 영화는 이중성을 띤 사람들의 태도와 사회의 현실을 거리감 있는 시선으로 아주 소소한 일상을 통해 그린다. 특히 민박집 사장, 길에서 마주친 자그마한 시위의 주동자, 아버지, 가사도우미 등 특별할 것 없는 인물들이지만, 그들이 가진 배경은 특별하다. 윤동주의 후손인 조선족, 가사도우미 겁탈을 시도하는 늙은 해병대, 실상 조선족에 깊은 관심은 없지만 조선족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남자, 일본식 가옥에서 민박집을 하면서 일본인 손님은 받지 않는 재일교포 등 많은 지점에서 관객들로 하여금 아이러니함을 느끼게 한다. 현실성 짙은 이야기는 배우들의 연기가 더해져 더욱 완벽해졌다. 박해일, 문소리, 정진영, 박소담, 윤제문, 한예리, 정은채 등 저예산 영화에는 현실성 없을 정도로 화려한 캐스팅이지만, 그들은 모두 힘을 완전히 뺀 채 캐릭터에 찰싹 달라붙은 듯 했다. 그 누구 하나 극한으로 감정을 몰아가지 않으면서 영화의 톤앤매너와 어울리는 현실 연기를 보여준다. 이 가운데에는 사회의 일부 부조리에 대한 불편함도 섞여 있다. 하지만 장률 감독은 비판적인 시선을 섞지 않았다. 인물들의 감정 또한 극적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그저 현실성 짙은 장면들을 통해 부조리한 부분을 덤덤하게 그려낼 뿐이다. 이를 통해 조선족(재중교포)과 재일교포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이중적인 시선, 소통을 원하지만 통로가 막힌 자폐증 환자 등 한번쯤 깊게 생각해볼 만한 사회의 일면들을 짚어냈다. 이에 피식 웃음이 나면서도 무거운 마음이 들게 한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지점은 이야기의 구성이 시간 순서와는 무관하다는 점이다. 윤영과 송현이 군산을 둘러보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되지만, 절반이 넘어서야 둘의 오랜 관계가 설명된다. 시간 순서대로 전개되지 않지만,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윤영과 송현이 더 깊게 이해된다. 이와 관련해 장률 감독은 "세상에 순서대로 설명되지 않는 것들이 더 많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는 인물들과 관객 사이의 거리감을 내내 유지한다. 그러면서 이중성, 부조리가 뒤섞인 현실을 아주 세밀하게 재연해내고, 정답은 일정 거리에서 관찰한 관객 각자의 몫으로 돌린다. 결국은 현실에 의문을 품게끔 만들었다는 점에서 영화는 의미를 남긴다.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는 오는 11월 개봉한다. [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포스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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