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장수정 기자]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열흘 간 이어온 축제 마무리를 앞두고 있다. 영화제는 개막 첫 주 주말 태풍 콩레이의 영향으로 주춤하기는 했으나, 지난 4년 간의 갈등을 딛고 축제 분위기를 되살리며 앞날을 기대케 했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3일 저녁 7시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폐막식을 열며 10일간의 축제를 마무리한다. 폐막식 이후 상영되는 폐막작은 '엽문 외전'이 선정됐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는 정상화 원년을 선언하며 야심 차게 출발했다. 2014년 서병수 부산시장이 세월호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상영을 제한하려 하면서 갈등이 불거진 이후 내내 썰렁한 분위기를 이어온 영화제가 드디어 갈등을 봉합한 것이다.

특히 보이콧을 선언했던 모든 단체들이 참여하면서 영화제가 한층 풍성해졌다. 감독과 제작자들은 물론, 배우들까지 대거 참여하면서 더욱 활기를 띠었다. 특히 지난 4일 진행된 개막식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영화인들이 참석, 자리를 빛내기도 했다. 먼저 개막식 사회를 맡은 김남길과 한지민을 비롯해 개막작인 '뷰티풀 데이즈'의 주역 이나영과 배우 주지훈 현빈 장건 수애 박해일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배우들이 레드카펫을 수놓았다. 여기에 영화감독 임순례 임권택 정지영 이장호까지, 다수의 영화인들이 축제의 시작을 축하했다.

투자·배급사들이 주관하는 행사 또한 재개되면서 영화제 분위기를 돋우는데 일조했다. 4대 메이저 배급사인 CJ ENM과 NEW, 롯데컬처웍스, 쇼박스는 물론, 덱스터 스튜디오, 스튜디오N까지 행사를 개최하며 영화인들의 교류의 장을 마련했다. 영화 관계자들은 2년 만에 재개된 부산의 밤을 즐기며 한층 분위기를 돋웠다.



다만 태풍 콩레이의 영향으로 행사들이 일부 취소, 변경되는 등 야외 행사들이 위축된 것은 아쉬운 지점으로 남게 됐다. 영화제의 하이라이트인 해운대 비프빌리지 야외무대인사들이 태풍 탓에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 전당 내부에서 진행이 됐던 것. 그럼에도 영화제 측의 발 빠른 대처는 관객들이 겪을 수 있는 혼선을 최대한 줄였다. 특히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6일 역시 태풍이 지나간 오후부터는 빠르게 행사들을 재개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에 영화 '버닝'의 배우 이창동 감독과 유아인 전종서는 뒤늦게 관객들과 만나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영화 '미래의 미라이'의 호소다 마모루 감독 역시 1명의 관객이라도 만나고 싶다는 의지를 표명하며 취소했던 행사를 재개, 관객들과 소통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영화제 총 관객수가 증가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올해 영화제에서는 4일부터 13일까지 10일간 5개 극장 30개 스크린에서 79개국의 영화를 324편 상영했다. 월드 프리미어 영화가 115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영화가 25편이다. 또한 올해 영화제를 찾은 관객 수는 총 19만5081명으로, 지난해가 기록한 19만2991명보다 소폭 상승했다. 상승폭은 소폭이지만, 태풍의 영향으로 축소된 행사를 감안하면 나름의 의미 있는 성과다.

여기에 야외 상영장과 행사장 곳곳에서 관객들, 시민들의 참여가 늘어나 새로운 의미를 남기기도 했다. 영화의 전당 내에 다양한 전시와 VR 체험 등 볼거리와 체험의 장을 마련돼 있어 순수 영화 관람객 외에도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이 늘었던 것이다. 부산 원도심에서 진행했던 '커뮤니티 BIFF' 역시 큰 호응을 이끌어내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아시아필름마켓의 활성화 역시 이번 영화제가 거둔 성과 중 하나다. 총 54개국 911개 업체에서 1737명이 아시안필름마켓을 찾았다. 21회를 맞은 아시아프로젝트 마켓은 743건의 역대 최고 미팅 수를 기록했으며, E-IP 마켓에서는 350여 회, 그 외 구매 및 판매 관련 미팅은 약 5000회 이상이 이뤄진 것으로 집계됐다. VR과 블록체인 관련 행사는 물론, 웹툰과 소설 등 스토리를 다룬 피칭행사, 자체 행사인 아시아영화 펀드의 AND 행사, 플랫폼 부산 행사까지,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이 진행됐다.

시상을 통해 새로운 영화인들을 조명하기도 했다. 먼저 뉴 커런츠상은 권만기 감독의 '호흡'과 추이시웨이 감독의 '폭설'이 수상했다. 올해의 배우상은 '메기'의 이주영과 '아워바디'의 최희서가 받았다.

이처럼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외형과 내실 두 가지 측면 모두에서 일부 성과를 거뒀다. 물론 원년화 선언 첫 회인만큼 완성도 그 자체보다는 의미에 방점이 찍히기는 했다. 그럼에도 축제 분위기만큼은 확실하게 회복하고, 영화인들의 화합을 주도한 부산영화제의 가능성만큼은 부정할 수 없다.

[티브이데일리 장수정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조혜인, 송선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