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수영 기자] 영화 '여곡성'이 원작의 공포감에 현대적인 느낌을 가미해 새로운 한국형 공포 영화의 탄생을 예고했다. 호러물로 뭉친 서영희와 손나은이 완벽한 신구 조화로 서늘한 가을, 쉴 틈 없이 몰아치는 공포를 선사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여곡성'(감독 유영선·제작 발자국공장)의 제작보고회가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CGV에서 개최됐다. 이날 자리에는 유영선 감독을 비롯해 배우 서영희 손나은 이태리 박민지가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여곡성'은 원인 모를 기이한 죽음이 이어지는 한 저택에 우연히 발을 들이게 된 옥분(손나은)과 비밀을 간직한 신 씨 부인(서영희)가 집안의 상상할 수 없는 서늘한 진실과 마주하는 내용을 담은 공포 영화다. 지난 1986년 개봉했던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여곡성'은 개봉 당시 극강의 공포감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작품이다. 현재까지도 대한민국 공포 영화 대표작으로 회자되고 있다. 이날 유영선 감독은 '여곡성'을 리메이크한 계기에 대해 "우선은 공포 영화를 워낙 좋아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맨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기대가 됐지만 동시에 부담도 컸다"며 "원작이 워낙 유명하다. 원작을 모르는 젊은층도 볼 수 있게 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 원작의 스토리텔링과 구성을 그대로 가져오면서 젊은 세대가 볼 수 있도록 더 얹어야겠다 생각했다"고 밝혔다.

원작이 큰 사랑을 받았던 만큼, 배우들 역시 고민이 많았다. 먼저 서영희는 "많은 분들이 기억하는 영화다. 원작이 있다는 게 큰 짐이기도 하다"며 "나만의 신 씨 부인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걱정과 두려움이 있었다. 궁금해서 원작을 봤는데 최대한 잊고 촬영하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원작을 봐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했다는 손나은은 "감독님께서 안 보는 걸 추천해주셨다. 그래서 감독님과 상의하면서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어가려고 했다. 원래 공포 영화를 즐겨보기 때문에 봤던 영화들을 떠올리기도 했다.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박민지는 "원작을 봤는데 여인들 간의 미묘한 신경전이 더 기억에 남았다. 그런 부분들을 참고하면서 촬영했다"고 밝혔다.


유 감독은 영화 속 대표적인 소재인 지렁이 국수나 신 씨 부인이 닭 피를 마시는 장면 등 지금까지도 대중들 사이에서 언급되는 장면들은 스타일리시한 연출 기법으로 재탄생했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원작이 갖고 있는 구성과 캐릭터를 무시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 작품을 리메이크한다고 했을 때 배경을 현대로 바꾸냐고 묻는 이가 많았다. 그건 원작을 방해하는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 감독은 "분명 가져가야 할 게 있다고 생각했다. 기존의 여성 캐릭터들과 이야기에 필요한 아이콘들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현대적인 감각을 붙였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유 감독은 기존 '여곡성'을 모르는 젊은층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방법을 고민했음을 강조했다. 그는 "에너지 넘치는 장면들을 구상했다. 액션 영화 같은 빠른 호흡의 공포 시퀀스들을 연출하면 조금 더 젊은 층에 어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이런 부분이 고전을 조금 더 부담없이 보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면서 "해외 영화들을 많이 참고했다. 개인적으로 애정하는 감독님들의 장면을 오마주한 것도 있다"고 밝혔다.

특히 '여곡성'에서는 다양한 스릴러 장르의 영화로 강한 인상을 남긴 서영희와 스크린에 데뷔하는 손나은이 호흡을 맞춰 눈길을 끌고 있다. 서영희는 "이번 영화를 통해 공포에 눈을 떴다.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그 동안은 공포스러움을 보여드렸다면 이번에는 누군가를 해치는 공포다"고 말했다.

스크린 데뷔작으로 '여곡성'을 택한 손나은은 "언젠가 한 번쯤은 꼭 도전해보고 싶었던 게 공포 장르다. 함께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부담과 걱정이 많았는데 감독님이 참고할 수 있는 영화나 책을 준비해주셨다. 현장에서 다들 도와주신 덕분에 공포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재밌고 즐겁게 촬영했다"는 소감을 밝혔다.

끝으로 유 감독은 "이 영화가 단순한 공포 영화라 느끼기보다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여성 누와르라고 생각하고 연출했다"면서 "이에 맞춰 배우분들도 충실히 연기를 해주셨다. 기대 이상의 작품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며 관심을 당부했다. 11월 8일 개봉.

[티브이데일리 김수영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조혜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