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수영 기자] 웃음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조폭, 욕설, 성적 코드 등 여러 코미디 설정을 한 데 모으지만 결국 과유불급에 그치고 만다. 오직 배우들의 신선한 조합과 열연만이 안쓰럽게 남은 영화 '배반의 장미'다.

18일 개봉한 '배반의 장미'(감독 박진영·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는 슬픈 인생사를 뒤로하고 떠날 결심을 했지만 아직 하고픈 것도, 미련도 많은 세 남자와 한 여자의 아주 특별한 하루를 그린 코미디 작품이다. 영화는 가족과 회사를 위해 하얗게 불태운 인생에 지친 가장 병남(김인권)이 동반자살 카페를 통해 시나리오 작가 심선(정상훈)과 사수생 두석(김성철)을 지방의 한 모텔로 불러 모으며 시작된다. 이들은 각자의 버킷리스트를 함께 실행하며 죽음의 순간에 다가간다. 그러나 죽음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미모의 여인 미지(손담비)가 가세하면서 이들 사이에서는 미묘한 심리 변화가 일어난다.

'배반의 장미'는 주된 전개를 모텔이라는 갇힌 공간 안에서 펼쳐나간다. 모텔 안에서 세 남자는 각자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이유를 털어놓는다. 그러나 이는 앞서 비친 각 인물들의 일상을 통해 충분히 드러났던 것으로 기시감이 든다. 또한 미지가 나타나고 성적 끌림을 느끼며 삶과 죽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도 오랜 시간 단조롭게 반복돼 지루함을 유발한다. 공간의 제약과 한계를 상쇄하기 위한 디테일한 연출도 드러나지 않는다.


이처럼 '배반의 장미'에서는 특별한 구성이나 연출적 장치를 찾을 수 없다. 그저 실제 대사인지 애드리브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이들의 호흡만으로 러닝타임 99분이 채워진다. 실로 영화의 허점을 메우는 유일한 하나는 배우들이다. 김인권과 정상훈은 능숙함을 바탕으로 독보적인 코미디 연기를 선보인다. 극중 상반되는 성격을 지닌 두 사람은 유연하게 호흡을 주고받으며 전체적인 완급조절을 이뤄냈다. 짙은 드라마를 지닌 병남 역의 김인권은 감정 연기와 코믹 연기를 자연스레 오가며 균형을 잡는다. 반면 정상훈은 개성 넘치는 목소리 톤과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웃음을 이끌어낸다.

'배반의 장미'를 통해 첫 스크린 주연을 맡은 손담비와 김성철은 기대 이상의 호연을 펼쳤다. 손담비는 등장과 동시에 영화의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몰입감을 선사했다. 또한 그는 코미디 연기와 함께 감정 연기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며 키포인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김성철 역시 캐릭터의 어수룩한 매력을 십분 살려내 이목을 끈다.

악역으로 등장하는 박철민과 신현준의 열연도 빛났다. 박철민은 특유의 재치 넘치는 말투로 전형적인 조폭 캐릭터에 자신만의 색을 입혔고, 신현준은 짧은 등장에도 단연 가장 두드러지는 존재감을 발휘했다.

하지만 배우들에게만 의존한 '배반의 장미'의 지향점은 무엇인지 의문이 남는다. 수위가 높은 성적 표현과 폭력과 욕설이 수반된 조폭 개그 등 과도한 설정은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을 어색하게 만든다. 특히 유일한 여성인 미지가 남자들의 성적 욕망의 대상이 되고 그를 보며 수시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남성의 노골적인 욕구는 필요 이상으로 적나라해 불편함을 일으킨다.

'배반의 장미'에는 코미디 영화에 더없이 훌륭한 배우들이 모였다. 이들은 캐릭터에 강하게 몰입하는 것은 물론, 서로 간의 호흡을 맞추는 데에도 주력한다. 그러나 배우들의 노력에 반해 그들 개개인의 능력치에만 기댄 안일한 연출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티브이데일리 김수영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배반의 장미' 포스터,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