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공미나 기자] 얼마 전 영화 '협상'을 통해 생애 첫 악역을 연기하더니 곧바로 영화 '창궐'을 통해 조선판 좀비라는 새 장르로 또 한 번 도전에 나섰다. 쉼 없는 행보 속에서 소모되는 자신에 대해 고민하면서도 변신의 의지를 놓지 않는 배우 현빈이다.

25일 개봉을 앞둔 '창궐'은 산자도 죽은 자도 아닌 야귀(夜鬼)가 창궐한 세상, 위기의 조선으로 돌아온 왕자 이청(현빈)과 조선을 집어삼키려는 절대 악 김자준(장동건)의 혈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다.

현빈은 극 중 위기의 조선에 돌아온 왕자 이청 역을 맡아 연기를 펼쳤다. 이청은 병자호란 이후 청나라로 건너가 젊은 시절을 보낸 이조의 차남으로, 형인 소원세자(김태우)의 부름을 받고 십 년 만에 조선에 돌아오게 된다. 그러나 야귀 떼로부터 희생당하는 백성들을 목격하고 성장해가는 인물이다. 현빈은 변화하는 이청의 감정 연기부터 검을 활용한 화려한 액션 연기까지 능수능란하게 소화했다.

현빈은 이번 작품을 통해 지난 2016년 개봉한 '공조' 이후 김성훈 감독과 또 한 번 호흡을 맞추게 됐다. 평소 친한 김성훈 감독이지만 작품을 결정하기까지 현빈은 많은 고민의 시간을 가졌다. 그는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만화 같은 요소가 많았다. 이걸 표현을 어떻게 해야 될지 감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이러한 부분들에 대해 김성훈 감독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는 현빈은 "결과적으로 작품에 얘기하는 자체도 제 스스로 작품에 관심이 없는 게 아니란 걸 알게 됐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가 작품을 결정한 것은 새로운 소재와 이를 통해 보여줄 수 있는 재미였다. 그는 "야귀라는 소재와 시대가 만났을 때만의 재미가 있을 것 같았다"며 "영화가 비주얼적으로 새로운 걸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고, 청이라는 캐릭터가 성장하는 과정이 좋았다"고 특히 마음이 이끌렸던 부분을 설명했다.

김성훈 감독과의 두 번째 호흡에는 많은 이점이 있었다. 현빈은 "함께 작업을 해봤기 때문에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덕분에 표현 방법이나 액션도 과감하게 시도할 수 있던 장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영화를 보면 눈에 띄는 지점이 이청 캐릭터의 말투다. 기존의 사극 어투를 벗어난 이청 캐릭터는 현대적 느낌을 물씬 풍긴다. 이는 이청이 첫 등장하는 순간 이질감이 느껴지지만, 청나라에서 긴 시간 살았다는 이청의 캐릭터 설정과 자연스러운 현빈의 연기를 통해 점차 극에 융화된다. 홀로 다른 말투로 연기한다는 것은 어려움이 느껴질 법도 하다. 그러나 현빈은 이청이라는 인물에 대해 깊이 해석하며 이러한 어려움을 없었다. 그는 "조선시대와 동떨어진 말투를 썼던 건 의도가 있다"며 이청이 첫 등장할 때 복장, 헤어스타일 말투 모두 기본적으로 조선땅을 처음 밟았을 때 문물들과 이질감이 느껴지길 바랐다"고 말했다.

이청 캐릭터는 야귀들과 싸우고 백성들과 마주하며 점차 성장해간다. 현빈은 자신의 캐릭터를 명확히 파악하고 연기로써 펼쳐냈다. 캐릭터의 성장은 배우 현빈에게도 모종의 영향을 주고 있었다. 현빈은 "매 작품 어떤 시나리오를 통해 캐릭터,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그 과정에서 저에게도 묻어 나오는 게 있다"며 "이번 '창궐'을 통해서도 배우고 느낀 게 다음 작품에서 드러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창궐' 이전에도 최근 몇 년간 쉼 없이 작품 활동을 이어온 현빈이다. 그는 "연달아 작품들을 보여드리는 게 한편으론 다행이지만, 또 한편으론 소진되는 게 아닌가 고민한다"며 최근 품고 있던 생각들을 털어놨다. 그는 "이게 참 어려운 지점이다. 뭐가 맞는지 모르겠다. 절실함과 다른 부분"이라며 배우로서 고뇌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렇지만 현빈은 다작 행보 속에서도 다양한 얼굴들을 보여왔다. '역린'에서는 고뇌하는 왕의 모습을, '공조'에서는 냉철한 북한 형사를, '꾼'에서는 능청스러운 사기꾼을, '협상'에서는 극악무도한 인질범을 연기했다. 모두 자신의 필모에서 새로운 캐릭터였다. 그 역시 "계속 다른 점을 찾아 새로운 캐릭터를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현빈은 영화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드라마 촬영에도 한창이다. 12월 방송을 앞둔 케이블TV tvN 새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 주인공으로 발탁된 것이다. 얼마 전 스페인 로케도 다녀왔다. 몇 달째 하루도 쉬는 날이 없다는 현빈은 "드라마가 끝나면 잠시 쉬고 싶다. 휴식이 필요하다"며 웃었다.

군 입대 전 많은 로맨스 물에 출연해 여심을 설레게 했던 현빈이지만, 전역 후에는 캐릭터성이 강하거나 액션에 방점을 찍은 작품 위주로 출연해왔다. 그런 현빈이 오랜만에 로맨스 작품으로 돌아온다. 그는 "지금 보여주는 로맨스는 '내 이름은 김삼순' '시크릿 가든'을 했을 때와 분명 다를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그는 "요즘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를 한다면 내 나잇대에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런 작품들을 좋아한다"며 새로운 욕심을 내비쳤다.

[티브이데일리 공미나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NEW엔터테인먼트]